시용·임시직 93명, MBC '골칫거리'되나

3년간 공채 인원 맞먹어…민변 "계약만료 후 선별채용 고민해야"


   
 
  ▲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MBC 본사에서 열린 파업 잠정중단을 위한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만장일치로 업무복귀를 결의한 후 총회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170일로 MBC 노조의 파업이 마무리 됐지만 본격적인 내부 싸움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업기간 동안 채용된 시용·임시직 인력은 MBC에 두고두고 짐이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내부에서는 “시용·임시직 인력과 곳곳에서 충돌을 빚게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월까지 사측이 파업 대체인력격으로 투입한 인원은 총 93명이다. 노조는 “3년간의 공채로 뽑을 만한 숫자의 인력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선발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보도국에만 54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계약직 27명(영상편집 3명, 보도CG 2명, 뉴스영상PD 7명, 전문기자 4명, 취재기자 4명, 뉴스진행PD 4명, 라디오뉴스편집PD 3명), 프리랜서 앵커 5명, 시용기자 14명, 그리고 최근에 채용한 경력기자 7명 등 사실상 보도국 상당수가 파업기간에 뽑힌 인력들로 배치돼 있다.

또한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 등 주요 부서에서는 시용기자들이 이미 자리하고 있다. 보도국 한 기자는 “파업 기간에 뽑힌 시용기자가 이미 내 자리에 앉아있더라. 부서가 배치돼 봐야 알겠지만 김재철 사장 체제 하에서는 파업 참가자들이 주요 부서에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며 “파업 이후 복귀해도 뉴스가 달라지기는 모습을 쉽게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런던올림픽을 대비해 김성주 전 아나운서 등 대규모 인력을 뽑아 대비를 하고 있는 만큼 파업 참가자들이 상당 부분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MBC 기자회 역시 대체 인력들과 협업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추후에 런던올림픽 중계와 홍수, 태풍 등의 재난보도를 이유로 인력이 부족해지면 파업 참가 인력들도 투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교양국의 경우 파업 중 조직개편으로 편성제작국 산하 시사제작국으로 통합돼 조직이 뒤숭숭하다. 시사교양국 내 조합원 56명 중 해고 1명, 정직 4명, 대기발령 13명 등 총원의 32%가 징계를 받았다. 사실상 정상적인 제작이 어려운 상태다. 이미 ‘불만제로’, ‘MBC스페셜’ 등 일부 프로그램은 외주제작사에 제작이 넘어갔다. ‘PD수첩’의 경우 소속 PD 10명 중 1명은 정직, 5명은 대기발령 상태라 “PD수첩 죽이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PD수첩’의 소속작가 12명 전원이 계약해지를 당한 상태라 ‘PD수첩’이 정상화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들 작가들은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에서는 파업기간에 뽑힌 시용·임시직 인력은 원천적으로 무자격자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그동안 ‘공정방송 회복’이라는 숭고한 파업의 대의를 고려해 대체인력 지원 자제를 부탁했다”며 “빈집털이 식 범행에 나선 자들은 절대 동료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사측이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등의 소송을 통해 MBC 노조의 파업 정당성이 가려지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인력 투입이 부당노동행위로 가려질 가능성도 있다. 즉 시용기자 채용이 원천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준현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언론위원장)는 “사측이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면서 시용기자들을 제3자의 피해자로 만들었다”며 “계약기간인 1년은 사측이 끝까지 책임지되 정규직 전환 시에 선별해서 뽑는 방식을 노사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MBC노조 총파업 일지>

▲1월 5일
MBC 기자회 긴급 총회
전영배 보도본부장 등 보도책임자 사퇴 요구
불신임투표 실시 결의
▲1월 8일
불신임투표 가결
▲1월 9일
박성호 기자회장 앵커 보직 해임
▲1월 19일
기자회·영상기자회 제작거부 투표 가결
▲1월 20일
제작거부 돌입
▲1월 27일
MBC노조 총파업 찬반투표 가결
▲1월 30일
총파업 돌입
▲1월 31일
뉴스영상 PD 채용 공고
▲2월 10일
노조 ‘제대로 뉴스데스크’ 첫 방송
사측, 정영하 위원장-이용마 홍보국장 명예훼손 고소
▲2월 13일
계약직 전문기자 채용 공고
▲2월 15일
사측, 노조 상대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2월 16일
황헌 보도국장 임명, 일부 간부 반발 보직사퇴
▲2월 21일
1977~1991년 입사 간부급 사원 135명 사장 퇴진 요구 성명
▲2월 22일
권재홍 보도본부장 임명
김재철 사장 방문진 이사회 연속 불출석
▲2월 23일
최일구·김세용 앵커 보직 사퇴, 파업 동참
▲2월 24일
김재철 사장 26일 만에 본사 출근
노조에 27일까지 업무복귀 명령
▲2월 27일
노조, “김 사장 2년간 법인카드 7억원 사용” 의혹 제기
▲2월 29일
박성호 기자회장 해고
양동암 영상기자회장 정직 3개월
▲3월 2일
프리랜서 앵커·계약직 기자 채용 공고
부산MBC 파업 돌입
▲3월 4일
해외특파원 7명 사장 퇴진 촉구 성명
▲3월 5일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 해고
최일구·김세용 전 앵커 정직 3개월 등 7명 중징계
노조 상대 33억원 손해배상 청구
▲3월 6일
노조, 김재철 사장 배임 혐의 검찰 고발
▲3월 7일
김재철 사장 방문진 이사회 참석 “자진 사퇴 안한다”
▲3월 9일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 “김재철 사장은 낙하산” (한겨레 인터뷰)
▲3월 12일
18개 지역MBC 노조 파업 돌입
▲3월 13일
사측, 노조 집행부 전원 재산 가압류 신청
▲3월 16일
‘제대로 뉴스데스크’ 제작진 상대 명예훼손 등 고소
▲3월 19일
기자회, 이진숙 홍보국장-문철호 전 보도국장 제명
▲3월 22일
정영하 위원장 경찰 출두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 “김재철 사장 문제없다”(노조 면담)
▲3월 28일
방문진 김재철 사장 해임안 부결
▲4월 2일
정영하 위원장, 강지웅 사무처장 해고 등 4명 중징계
기자·아나운서, 프리랜서 앵커·계약직 기자 채용 항의 블랙 시위
▲4월 9일
노조집행부, 보직사퇴 간부 등 15명 정직 등 중징계
박성호 기자회장 정직 6개월로 감경
▲4월 17일
노조, “김 사장, 무용가 J씨에 특혜” 의혹 제기
사측, 임시직 기자·PD 채용 공고
▲4월 18일
기자회, 보도국 임시직 채용 항의 점거 농성
▲4월 20일
김재철 사장 대규모 임원인사, 시사교양국, 보도제작국 해체 등 조직개편
▲4월 30일
‘이상호의 손바닥 뉴스’ 폐지
▲5월 3일
노조, 무용가 J씨 오빠 채용 의혹 제기
▲5월 12일
시용기자 채용 공고, 사측 보도국 봉쇄
▲5월 17일
뉴스데스크 “권재홍, 기자들에 부상당해 앵커 중단” 보도
▲5월 18일
국제기자연맹(IFJ) 한국 정부에 MBC 등 파업사태 해결 촉구
경찰, 노조 집행부 5명 사전구속영장 신청
▲5월 21일
법원, 영장 전원 기각
▲5월 22일
노조, “김 사장-J씨 아파트 공동구입” 의혹 제기
▲5월 24일
기자회, 영상기자회 ‘권재홍 보도’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5월 29일
노조, 김사장 배임 부동산법 위반 혐의 경찰 고발
▲5월 30일
박성호 기자회장 재해고, 2명 정직 중징계
노조, 사장 구속 촉구 100만인 서명 돌입
▲6월 1일
사측, 조합원 35명 대기발령
▲6월 5일
검찰, 노조집행부 5명 구속영장 재청구
▲6월 8일
노조 집행부 영장 전원 기각
▲6월 11일
조합원 34명 추가 대기발령
▲6월 20일
최승호 PD·박성제 기자 해고
▲6월 22일
박근혜 “MBC 정상화 돼야…징계 안타깝다”
▲6월 27일
방통위 상임위원 전원 MBC 사태 해결 촉구
▲6월 29일
여야 국회 원구성 협상 타결, MBC 사태 해결 노력 합의
MBC 노사 파업 후 첫 대화
▲7월 17일
MBC노조 총회 파업 잠정 중단 결의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