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노조가 게시한 해고된 조합원 게시물 (사진 노조 제공) | ||
170일의 파업을 끝내고 복귀한 MBC 노조 조합원들이 곳곳에서 사측과 충돌하고 있다. 특히 사측이 해고된 조합원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게시물을 일방적으로 제거해 조합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MBC 노조에 따르면 지난 24일 MBC 사측은 운영팀, 안전 관리부 직원과 6mm카메라 VJ를 통해 해고된 기자와 PD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손 팻말과 스티커 등 조합의 게시물을 강제로 철거했다고 밝혔다. 대상이 된 곳은 해고 조합원들이 집중된 보도국, 시사제작국, 교양제작국 등이었다.
대다수가 취재 차 외부에 나간 오전 시간대를 이용해 철거됐다. 조합원들의 항의에 운영부장은 “국장의 지시였다”고 해명했고 보도국장은 “윗선의 지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양제작국에서는 게시물을 떼어내면서 VJ가 6mm 카메라를 써 조합원들이 항의하는 모습도 채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6mm 카메라를 무릎 아래로 내리고 촬영하는 것은 ‘PD수첩’과 같은 고발 프로그램 취재에서 범죄나 비위 사실이 명백한 취재원이 적법한 인터뷰 요청을 거부할 때나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떳떳하게 채증 할 용기가 없는 김재철 사장 측은 자신들이 압살한 고발 프로그램들이 피치 못할 경우에 제한적으로만 사용했던 취재 기법을 애꿎은 조합원들에게 써먹었다”며 주장했다.
▲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이 조합원들에게 단체 발송한 문자 (MBC 노조 제공) | ||
이에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은 이번 철거사태에 대해 취업규칙 제7조 6항을 들어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국장이 든 취업규칙에는 “사내방송을 하거나 유인물 기타 게시물을 사내에 배포, 부착, 홍보하는 경우” “직원은 사전에 소속부서장과 인사업무담당 국장에게 통보하여 회사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고 돼 있다. 조합 게시물 철거는 사규에 따른 정당한 활동이라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단체협약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단체협약 제17조 1항에 따르면 “회사는 조합활동으로 행해지는 각종 유인물, 인쇄물의 게시, 배포 등 홍보활동을 보장하며, 조합은 절차에 따라 사내 방송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노조는 “회사가 조합의 홍보활동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며 “단체협약이 사규보다 상위조항”이라고 주장했다.
단협 제5조에는 “이 협약에 정한 기준은 각 사의 취업규칙, 사규 등에 우선하며 협약기준에 미달하거나 상반되는 개별 근로계약은 이를 무효로 하고 그 부분은 이 협약 기준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번 게시물 철거 사태에 대해 “해고 동료의 복직 염원을 담아 조합원들이 부착한 손 팻말과 스티커는 결코 김재철 측이 ‘불법 게시물’이라고 폄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일터에 함께 하지 못하지만 해고된 동지들과는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겠다는 소중한 의지와 다짐의 표현”이라며 게시물 철거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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