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속 지역언론…멈추지 않는 지역신문의 위기

지역신문발전기금, 4년새 25% 수준 '곤두박질'



   
 
  ▲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신문발전 3개년 지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고 지원 없으면 사실상 ‘바닥’ 상태


지역신문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2010년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천신만고 끝에 6년 연장됐으나 그때뿐이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심화와 수그러들 줄 모르는 수도권 집중 현상에 지역신문 생존의 돌파구 마련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급기야 지역신문발전기금이 고갈될 지경에 이르자 ‘현 정부가 지역언론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08년 600억원에 육박한 지역신문발전기금은 불과 4년 사이에 4분의 1 수준인 141억원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지역신문발전기금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기획재정부에 내년도 예산 신청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져 지역 언론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정부가 2011년부터 3년간 440억원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계획을 발표해놓고도 2012년, 2013년 예산이 0원”이라며 “문화부는 2012년 예산 편성 때도 200억원의 국고 출연을 요구했으나 기재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핑계를 내세워 기금 확보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급기야 내년도에는 아예 국고 출연을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여유자금 141억원 불과
배 의원이 공개한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신문발전기금 운용계획안’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에 정부 내부 수입이 단 한 푼도 없다. 7월 현재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여유자금은 141억원으로 추가 국고지원이 없을 경우 사실상 기금은 바닥나게 된다.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 문화부가 펴온 주장과도 배치된다. 문화부는 지난해 2월 지역신문발전위,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함께 ‘지역신문발전 3개년 지원계획’(2011~2013년)에서 2011년 40억원, 2012년 200억원, 2013년 200억원 등 3년에 걸쳐 총 440억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12년도 지역실문발전기금 국고출연을 기재부가 모두 삭감해버리자 국고 지원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문화부 박선규 제2차관은 “정부는 지난 6년간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사업으로 지역일간지 29개사, 지역주간지 62개사에 746억원을 투입했다”며 “지역신문의 경영여건을 개선하고 콘텐츠 품질 제고 측면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 저널리즘 분야에서 보도의 정확성과 공정성 등 지역 언론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2003~2007년)에서 펴온 정책까지 기금에 포함시켰으나 사실상 이명박 정부에서 기금 조성에서는 크게 차이가 났다.

지역신문발전법은 지난 2004년 여론 다양성 확대와 지역사회 균형발전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을 제정하는 가운데 조성됐다. 이 법에 따라 지역신문발전기금은 2005년부터 6년 동안 매년 평균 150억원이 지원돼 왔다. 2004년 법 제정 이후 2005년 250억원, 2006년 250억원, 2007년 200억원, 2008년 150억원 등 총850억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9년 50억원, 2011년 40억원 등 총 90억원이 전부인 것으로 집계돼 약 10배 차이가 났다.

전국언론노조 지역신문위원회(위원장 이호진)는 지난달 24일 성명을 내고 문화부에 대해 “지역신문 정책의 주무관청으로서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호진 위원장(부산일보)은 “유인촌 장관의 문화부 초기에도 기금고갈 문제를 지적하면 ‘빠뜨렸다. 잊어버렸다’는 식으로 해명해왔다”며 “지역 언론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없는 정부를 뚫어지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특별법 시한이 2016년까지 명시돼 있는 만큼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제정된 법에 대해 정부가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금은 갈수록 적어지는 반면 지원받는 언론사가 10곳에서 60여곳으로 늘어난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김의도 강원도민일보 편집국장은 “초기에는 받은 기금을 통해 탐사보도도 지원을 해 지역여론도 환기시키고 장비도 들여올 만큼 큰 도움이 됐다”면서 “현재는 기금을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고 백화점나열식으로 주다 보니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정부가 지역을 경쟁의 관점이 아닌 상생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건전한 지역언론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뒤늦게 ‘문제사업’ 재논의
여론이 악화되자 최광식 문화체육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난 24일 지역신문발전기금 200억원을 기획재정부에 문제사업으로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배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지 이틀 만에 기재부에 사업계획을 제출한 것이다.

그동안 기금요청을 하지 않은 데 대해 최 장관은 “지역발전기금 요구를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한도액이 있어서 한도액에는 안 넣고 문제사업으로 올릴 때 하겠다는 취지였다”며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요구했지만 기재부에서 여유기금을 먼저 활용하라고 해서 그렇게 됐다”며 기재부에 책임을 전가했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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