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책임감으로 시작한 일"

식품기자포럼 설립 1년여…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학전문기자


   
 
  ▲ 중앙일보 박태균 기자  
 
“기자들의 식품 전문성을 높이고 인적 네트워크를 쌓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벌써 20회가 다 되어 가네요.”

1996년부터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식품의학전문기자인 박태균 중앙일보 기자. 그는 지난해 5월, ‘한국식품기자’ 포럼을 설립했다. 매달 한 번씩 보건복지부, 병원 출입기자를 비롯해 식품관련 변호사, 대학교수, 전·현직 고위공무원이 연사로 참여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포럼이다.

매달 첫째 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모인 기자들이 도시락을 먹어가며 연사의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을 하며 열띤 토론을 벌인다. 박 기자는 “다들 바쁘고 시간 내기 어렵지만 한번 토론이 시작되면 밤10시를 훌쩍 넘길 정도로 열의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포럼의 강점은 한 이슈에 대해 일방적 입장을 지지하거나 옹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기준치 이하 수산물은 안심하고 수입해도 된다는 이재기 한양대 교수(원자력공학과)와 전면금지해야 된다는 김익준 동국대 교수(의과대)를 동시에 초빙해 두 사람의 견해를 모두 듣고 토론하는 방식이다. 그만큼 식품기사에 대해 사회적 책임감이 높은 기사를 쓰자는 스스로의 다짐이다.

이런 순도 높은 포럼에 참가자들은 최대 80여명에 달하지만 회비는 0원이다. 때문에 운영에 애로사항도 있다고 털어 놓았다. “식품기업에서 보조를 해주겠다는 곳도 있었는데 마다했어요. 자칫 스폰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강사들께도 차비도 못 드린 경우도 있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며 도와달라고 말하는 편입니다.”

박 기자는 ‘식품기자포럼’을 한국, 일본, 중국 등 3개국으로 넓히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세 나라가 안전사고에서도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어요. 공유를 하게 되면 기자들끼리 발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겁니다.”

박 기자는 이런 모임의 전초 단계로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고지마 마사미 기자를 식품기자포럼 18번째 연사로 초청했다. 직접 일본을 방문해 섭외했다. 책 ‘오해 투성이의 식품 안전이야기’라는 책을 쓰기도 한 고지마 기자는 일본 내에서도 식품전문기자 ‘통’으로 통하는 전문가이다.

‘식품안전과 식생활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내달 6일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벌어진 일본 내 먹거리에 대해 토론할 계획이다. “방사능 문제에 대해 일본 기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면 누구든 와도 좋습니다. 식품기자포럼은 모든 기자들에게 오픈돼 있습니다.”

이처럼 박 기자가 포럼에 대해 열의를 갖고 있는 것은 식품에 대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KBS ‘소비자고발’ MBC ‘불만제로’ 채널A ‘먹거리X파일’ 등 방송에서도 식탁 위 먹거리에 대한 방송도 많아졌다.

“식품기사는 기본적으로 열독률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슈에 휩쓸리는 경향이 큰 편입니다. 기자들도 이슈 위주로 쓰다 보니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대중영합적인 기사를 쓸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죠.”

그동안 포럼에서 MSG의 안전성, 유기농식품의 실제 효용 등 기존 대중들의 통념에 반박하는 주제를 다루기도 한 것은 그동안 소위 ‘이야기 되는’ 기사를 쓰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문성으로 무장한 기사를 쓰자는 취지다.

박 기자는 “식품이 의식주 중에서 중요한 문제이지만 전문기자가 저 혼자 밖에 없을 정도로 외면 받아 왔다”며 “식품기자포럼을 통해 기자들의 실력도 양성하고 이 포럼도 물려받을 후배들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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