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조상운'이라던 동료들과의 약속 꼭 지키겠다"
2년3개월째 복직소송 중인 조상운 전 국민일보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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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노조, 신문법 위반 중단 및 조사무엘민제 사장 퇴진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2012년 2월 2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조상운 노조위원장이 당시 조 사장의 위반사항 자료들을 보여주고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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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통보에 처연한 ‘직장인’ 신세 떠올려
노조에 차용증 쓰고 생활비 빌리기도
회사 떠난 동료들 생각에 아직도 가슴이 ‘먹먹’노무 담당직원은 고개를 떨궜다. “죄송합니다. 위원장님.” 그는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리고는 해고통지서를 내밀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충격도 슬픔도 없었다. 생계를 직장에 의탁해야만 하는 직장인의 처연한 모습에 서글픈 감정마저 들었다.
“(조민제) 대표이사와 관련해 근거 없는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발행인 조용기 회장(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을 비방하는 글을 사내외에 공개하여 회사와 경영진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해고사유서)
그렇게 조상운 전 노조위원장(현 국민TV 사무국장)은 2011년 10월 13일, 국민일보에서 해고됐다. 그리고 2년3개월째 복직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의 소송 일기는 지난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조 전 위원장에 대해 해고 부당 판정을, 중앙노동위원회는 해고 정당 판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해고 처분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에는 회사 측이 불복했다. 오는 17일,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다.
조용기 명예회장과 조민제 회장이 제기한 ‘모욕죄’로도 민형사상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3억원에 달하는 민사 재판은 500만원의 배상금액을 내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형사재판 심리는 이달 23일에 예정돼 있다.
그는 국민일보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 휘말렸다. 현 조용기 국민일보 명예회장, 조 명예회장의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 큰아들 조희준 국민일보 전 회장, 작은 아들 조민제 국민일보 현 회장 등이 벌인 가족 간 분쟁이 시발점이었다. 조민제 회장과 함께 노사 공동비대위원회를 꾸려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이후 과정이 문제였다. 가족 간 화해로 돌아서자 싸움에 끼어들었던 사람들이 소위 ‘팽’ 당하게 된 것이다. 간부들 가운데는 ‘노조위원장 징계 관련 상부지시 이행 태만’을 이유로 쫓겨났다. 이 간부는 결국 회사와의 복직소송에서 승소했고 현재는 다른 곳으로 이직했다. “혈족 간 싸움에는 끼어드는 게 아니다”는 전직 임원의 말이 생각났다.
이제 소송준비는 그의 일상이 돼버렸다. 각 재판 심리마다 질의서를 준비해야 한다. 사건에 따라 원고도 피고도 된다. 담당 변호인도 사건마다 다르다. 해고소송에서는 원고지만, 모욕죄 소송에서는 형사 피의자이다. 때문에 법정에는 필수적으로 출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해고자’를 대하는 회사의 불편한 생각도 마주하게 된다. “조상운씨는 김용민씨가 있는 국민TV에서 일하고 있죠?” 지난 총선 당시 ‘막말’ 논란으로 곤욕을 치룬 김용민 PD를 의식해 그를 한 데 묶으려는 의도일까. 그는 ‘피식’ 웃고 말았다.
국민일보의 173일 파업은 막을 내렸다. 1996년 1월1일 입사해 만 15년10개월을 일한 그의 국민일보 생활도 끝났다. 해고 이후에도 노조위원장 자격으로 활동하며 파업을 주도했지만, 결국 그는 회사를 떠났다. 차를 타고 가끔 국민일보가 있는 곳을 지날 때마다 ‘저 곳은 그대로구나’ 싶다. 국민TV(마포구)와 국민일보(영등포구), 비슷한 듯 다른 두 직장은 한강 이남과 이북의 짧은 거리에 자리하고 있지만, 심리적 거리감은 그렇게 멀어졌다.
그는 해고 이후 매달 노조에 월급 대신 생활비를 빌렸다. 당시 노조 사무국장과 ‘금전소비 약정서’를 체결했다. 쉽게 말해 노조에 돈을 빌리고 차용계약을 했다. 법정이자까지 계산해 부당해고 판정이후에 정산하기로 했다. 금액은 약2000만원. 지난해 4월부터 국민TV의 정식 직원이 된 뒤로는 돈을 빌리지 않았다.
파업이 남긴 생채기는 컸다. 국민일보를 떠난 회사 동료들도 10여명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애틋하다. 최근 지병으로 투병 중이었던 전 국민일보 간부께도 문병을 갈까 망설였다. 노사 대립으로 얼굴을 붉혔던 과거를 차치하고서라도 갈까했다. ‘용서’와 ‘이기심’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떠올랐다. 내 마음 편하자고 ‘용서’하는 행동이야 말로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까. 그가 불편한 건 아닐까. 결국 돌아가셨단 소식을 듣고 난 뒤 ‘후회’는 남았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직장인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도 그는 ‘기자’다. 해고가 확정된 직후 동료 기자 115명이 ‘우리 모두가 조상운이다’라며 연대 성명을 쓴 그때를 기억한다. 그가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직도 고맙다. 가슴이 뭉클하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이 사람들에게 부담을 줬던 게 아닐까. 그렇기에 그는 되뇐다. 해고는 부당하다. 그리고 복직소송에서 꼭 승소해 국민일보로 돌아가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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