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사장에 드리운 '김재철 그림자'

이진숙 유력설 '모락모락'


   
 
  ▲ MBC 새 사장에 이진숙 워싱턴지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공정방송 훼손으로 상징되는 김재철 체제의 낡은 유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2년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출석하는 김재철 사장을 기다렸다가 함께 들어가는 이진숙 당시 홍보국장. (사진=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MBC 새 사장 후보에 김재철 전 사장의 측근 인사인 이진숙 워싱턴지사장과 안광한 MBC플러스미디어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MBC 안팎에서 이진숙 워싱턴지사장이 차기 사장으로 낙점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현실화될 경우 MBC가 격랑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17일 오후 여의도 사무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진숙 워싱턴지사장(53), 안광한 MBC플러스미디어 사장(58), 최명길 인천총국 부국장(53)을 MBC 사장 후보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이진숙 지사장과 안광한 사장은 공정방송 훼손의 주역인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최측근으로, MBC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종국 현 사장은 후보들의 지원소식조차 뒤늦게 파악하는 등 결국 연임에 실패했다.

MBC 사장 후보 3명에 김재철 전 사장 측근 2명이 포함된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13일 MBC 사장 공모에 김재철 전 사장 측근들이 대거 지원서를 내자 “누가 사장이 되더라도 ‘증오와 보복 경영’으로 일관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이진숙 지사장에 대한 MBC 안팎의 우려가 크다. 이 지사장이 2012년 노조가 파업을 벌여 김재철 당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자, 이 지사장은 당시 홍보국장으로 김재철 사장을 적극 대변했다. 이후 파업을 주도한 정영하 당시 노조위원장 등 6명의 언론인 해고와 노조원 무더기 징계가 내려질 때 이 지사장은 ‘초고속 승진’을 해 당시 기획홍보본부장에 올라 MBC 첫 여성임원에 등극하기도 했다.

이 지사장은 대선 직전인 지난 2012년 10월,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만나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을 팔아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에게 ‘반값등록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논의하는 등 MBC 민영화 이슈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안광한 사장 역시 김재철 전 사장의 최측근이다. 김재철 전 사장 체제에서 부사장을 지냈다. 그는 2012년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인사위원장으로서 파업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를 주도했다. 또 2010년 편성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시사 교양 프로그램인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를 폐지했는가 하면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의 경영진 사전 시사를 고집해, 불방 사태를 야기하기도 했다.

최명길 부국장은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조의 반대를 받고 있다. 최 부국장은 안광한 사장과 함께 지난해 사장 공모에서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최명길 부국장의 이름이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에 올라와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이런 식의 낙하산 임명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BC 보도국 내에서는 이진숙 지사장의 사장 낙점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보도국 간부들이 잇따라 휴가를 내는 등 이 지사장과 접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 다른 간부는 사석에서 이 지사장의 사장 낙점을 기정사실화 하는 발언을 해 빈축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장은 지난 7일 자신이 소속된 보도국 국제부에 휴가를 내며 사장 공모직 응모를 기정사실화 했다. 휴가 기간은 MBC 차기 사장 공모가 마무리되는 오는 21일까지다. MBC 관계자는 “이 지사장의 성격상 확실한 메시지를 받지 않고서는 섣불리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종국 사장이 제안한 대구MBC 사장직을 거절하는 등 그간 행보에서 일종의 ‘확신’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MBC 차기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보다 김재철 전 사장 이후 가속화 되고 있는 인력 유출이다. 특히 MBC 예능PD들이 줄줄이 종편으로 떠나고 있다. MBC ‘무릎팍도사’와 ‘나 혼자 산다’ 등을 연출한 오윤환 PD와 ‘무한도전’의 마건영 PD가 12일자로 사표를 내고 종편 사업자인 JTBC로 ‘이직’했다.

지난해 ‘시선집중’의 손석희 교수와 최일구 전 ‘뉴스데스크’ 앵커, 오상진·문지애 아나운서 등 간판 진행자들이 MBC를 떠난 데 이어 예능 PD들의 ‘탈 MBC’ 행렬까지 이어지자 내부 구성원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MBC PD협회는 13일 성명에서 “이들이 거대 지상파를 박차고 종편 방송으로 이적을 결심한 것은 MBC에 더 이상 자율성이 사라지고 비전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 책임은 김재철 체제 이후 MBC를 망쳐온 경영진들에게 있다”고 성토했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