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데자뷰…안광한 사장 선임에 MBC '암울'

정부 비판 프로그램 폐지·불방시키고
파업 노조원 해고 등 무더기 징계 주도
공정성 회복·해직자 복직 험난할 듯


   
 
  ▲ 안광한 MBC 사장이 첫 출근하던 24일 오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서울 여의도 사옥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안광한 MBC 새 사장이 첫 출근을 하던 24일 오전 노조는 ‘MBC 사장 안광한 흡족하십니까’라는 펼침막을 내걸고 침묵시위를 했다. 순탄치 못한 첫 출근은 안 사장의 앞길이 서울 하늘을 덮고 있는 초미세먼지처럼 흐릿하다는 걸 보여준다. 

공영방송의 가치를 하락시킨 주역인 김재철 전 사장의 2인자라는 꼬리표가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고 내부 환경도 녹록하지 않다. MBC 안팎에서는 신뢰도 추락, 시청률 하락, 인재 유출 등 3중고에 50년 역사의 MBC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지난 21일 안광한 MBC 플러스미디어 사장을 임기 3년의 MBC 새 사장으로 선임했다. 안 사장의 선임에 대해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많다. 이진숙 워싱턴지사장이 유력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번 주께 두 사람의 거취가 엎치락뒤치락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진 이사 9명 중 5명이 안 사장에게 표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 역시 지난해부터 꾸준히 “PD출신이 사장이 돼야 한다”는 말로 안 사장을 지지했고 안 사장 역시 본인이 유력하다는 말을 주변에 하는 등 사장 선임을 앞두고 막후 기류가 복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안광한 MBC 사장이 24일 첫 출근을 위해 MBC 로비로 들어서고 있다. 안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의 최측근으로 MBC가 김재철 체제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사진=MBC 노조 제공)  
 
안 사장은 그동안 수면 위에 잘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었다. 안 사장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1982년 MBC에 입사해 TV편성부장, 편성국장, 편성본부장, 부사장, 사장 직무대행 등을 거쳤다. MBC 한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 해임 이후 일부 여권 이사들은 안광한 부사장의 직무대행 체제를 선호할 정도로 안 사장을 지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입사 이후 편성PD를 거치며 사내에서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김재철 전 사장 시절 2010년 편성본부장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시사 교양 프로그램인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를 폐지시켰고,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의 경영진 사전 시사를 고집해, 불방 사태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후 2012년 부사장으로 영전한 뒤에는 그해 173일간 벌어진 노조파업에 인사위원장으로서 파업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를 주도하며 차근차근히 입지를 다져나갔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이성주)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남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철의 길을 가겠다면, 같은 운명을 맞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방문진은 사법부가 내놓은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김재철 체제의 공범을 다시 MBC 수장 자리에 앉히는 참담한 결정을 했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이 용도 폐기된 사이, 여야 정치권이 특위까지 만들어놓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 사이, 방송문화 진흥회라는 고상한 이름의 집단이 또 한 번 시대착오적인 판단을 내리고 거수기의 오명을 자처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안 사장에 대해 당장 반대를 하기 보다는 이후 노사협상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성주 MBC 노조위원장은 “현 체제의 방식대로 밀고 나간다면 파업을 하고 싶지 않아도 과정상에서 합법 파업의 공간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방송 공정성 회복, 해직자 복직, 단체협상 복원 등 세 가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사장의 행보가 지난 사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안 사장은 25일 취임식에서 “조직은 창의성과 자율성이 존중받되 질서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향후 자신의 뜻을 펼쳐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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