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한 사장, 김재철과 같은 길 가지 말라"

[인터뷰] 이성주 언론노조 MBC 본부장



   
 
   
 
창의성 이야기 앞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 먼저
파업은 최후 수단…끝까지 대화하고 협상할 것


안광한 MBC 사장이 24일 취임함으로써 공식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노조는 사장 출근저지 투쟁과 파업 대신 ‘침묵시위’로 안 사장을 맞이했다. 2017년 2월까지 3년의 임기가 보장된 안광한 체제와 함께 걸어가야 하는 입장이다.

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25일 인터뷰에서 “사법부는 김재철 체제에 대해 지난 1월, 인사권과 경영권의 남용을 지적했고 이로 인해 MBC의 제작자율성과 방송의 공정성이 무산됐다며 경영진의 편향성을 적시했다”며 “결국 방문진에 의해서 해임을 당한 최초의 사장이 됐다. 그 당시에 편성국장, 본부장, 부사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그 체제와 함께 움직였던 사람이 바로 안광한 사장”이라고 지적했다.

-안광한 3년 체제가 열렸다. 평가를 하자면.
“방문진이 사장 공모 기준에 공정방송 준수 여부를 포함시켰는데 전혀 맞지 않는다. 입법부의 출석요구를 거부했고, 행정부의 감사관련 자료제출도 거부했고, 사법부를 통해 해고무효 판단이 나오는 등 국가기관과 여론 모두로부터 문제를 지적받았다. 법과 상식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 사장 선임을 보는 것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다.”

-그럼에도 노조는 안 사장에 대해 일단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
“안 사장이 온 이후 노조가 출근저지를 하지 않았다. 안 사장이 김재철 체제 하에서 간부를 지냈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길을 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안 사장 역시 25일 취임사에서 노조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안 사장은 “노동조합과의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겠다”며 “근로조건 개선은 물론 공정방송을 위한 사규 준수 논의의 장도 항상 열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동의 생존무대인 회사에 대한 무분별한 비방으로 회사 이미지를 훼손하는 행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군데군데 가시 박힌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취임사에 대한 평가는. 
“노동조합과의 대화는 열어놓겠다는 안 사장의 취임사가 진심이기를 정말 바란다. 이 말들을 환영하면서도, 과연 진심인지 의심할 만한 대목이 취임사 곳곳에 드러난다.”

안 사장은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은 더 이상 시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할 방송사인 MBC의 사원신분으로 특정 정치 집단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방송에 반영하고자 하는 행동은 더 이상‘ 공영적’ ‘양심적’ ‘사회정의’로 치부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안광한 사장은 뉴스를 못보고 계신가 보다. 보수신문에서조차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무죄’를 사설로 비판하지만 오직 MBC만 홀대한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등 조금이라도 정권에 해가 될 거 같은 뉴스는 피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간부의 이름으로 특정 정치집단을 지지하고 데스크 역할을 망각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방송 공정성 회복, 해직자 복직, 단체협상 복원 등이 노조의 과제라 천명했다.
“세 가지 인 것 같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다. 안 사장이 취임사에서 ‘창의성과 자율성’을 말했다. 창의성과 자율성을 막는 가장 큰 문제는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인사권과 경영권이 남용되는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당신은 ‘파업참가자’라는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사람들이 제작파트 전반에서 배제 돼 있는 곳에서는 창의성과 자율성이 나올 수 없다.”

-파업의 길목으로 내 몰렸을 때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파업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허공에 외치는 것처럼 들려도 끝까지 대화하고 설득하고 협상할 것이다. 노조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아무것도 주지 않을 때,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 즉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싸우라고 법이 그렇게 얘기할 때 우리는 주어진 길을 갈 것이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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