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접한 MBC 보도국 진용도 놀랍습니다. 쟁쟁한 라인업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고, 제가 놀란 것은 이런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개혁 성향의 권력이 들어서도 ‘화합’이라는 미명 아래 눈치보면서 제대로 인적 청산을 못했고, 결국 이것 때문에 나중에 발목을 잡혀온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습니다. MBC가 국민들이 가장 좋아했던, 동시에 권력이 가장 무서워했던 옛 모습으로 곧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샘솟습니다.
그동안 MBC와 동병상련을 겪어온 YTN 식구들 모두 MBC 상황을 보면서 내 일처럼 기뻐합니다. SNS에 MBC 관련 소식을 링크하고 ‘좋아요’와 ‘최고예요’를 앞다퉈 누릅니다. 그러면서 저희들끼리는 이런 자조가 빠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YTN은?’
제가 복직하던 날 후배들이 꽃길을 깔아줬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밟고 있는 길은 꽃길이 아닙니다. YTN이 지금 걷고 있는 길은 가시밭길입니다. MBC가 지금 가고 있는 꽃길을 바라보면서 의문을 갖습니다. “왜 MBC는 좋은 후보들 가운데 가장 좋은 후보가 사장이 되는데, YTN은 구성원들이 가장 반대하는 후보가 사장이 되는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 ‘친일파 청산 실패’에서 출발하듯이, 어두운 과거를 단죄하지 않고는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없습니다. 지난 9년간의 언론적폐를 청산하지 않는 한 꽃길은 결단코 없습니다. 그런데 YTN에서는 그 적폐들의 저항이 심하네요. 지난주와 이번주 MBC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YTN 식구들이 부러워하는 이유입니다.
YTN에 발 딛고 서 있으면서 한숨 쉬고, 고개 돌려 길 건너 MBC를 바라보며 기뻐하고 환호하고, 다시 YTN을 보면서 분노하고 싸우고, 다시 MBC를 바라보면서 ‘우리도 꼭 저렇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웁니다. 출발은 YTN이 빨랐지만 이른바 윷판의 ‘백 도’로 지금 다시 출발선에 섰습니다.
저만치 앞서가는 MBC를 바라보며 굳게 마음먹습니다. “우리도 곧 따라가겠다”고 말입니다. 간혹 가시밭길이 나오더라도 멈추지 말고 성큼성큼 앞서 나아가 주시길...
(p.s)
기쁜 마음과 별도로 용마씨 건강이 걱정됩니다. 저도 당뇨약을 먹고 있는데, 복직 즈음에 수치가 확 내려갔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시 올라갔지만요ㅠㅠ). 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구요. 용마씨도 이번 복직을 계기로 그동안의 스트레스 확 날려버리고 빨리 건강을 되찾기를 기원합니다.
MBC 해직 동료들의 복직을 축하하며 길 건너편에서 YTN 조승호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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