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스위스 공영방송 RTS의 보도국장 크리스토프 쇼데(Christophe Chaudet)가 ‘엥포 베르소(Info Verso)’를 런칭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엥포 베르소는 TV와 라디오, 페이스북, 팟캐스트 등을 통해 뉴스의 생산 과정을 설명하며, 동시에 시민들의 질문과 의견을 듣고 답하는 공간이다. 이를 통해 뉴스 생산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시민과의 대화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쇼데는 이러한 시민과의 대화가 이 전환의 시대에 미디어가 있어야 할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를 알려줄 것이라 확신한다. 뉴스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그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과 대화하는 것, 그것이 언론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언론이 대화와 소통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인터넷을 통해 뉴스 서비스를 시작하던 때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한국 언론은 이 부분을 간과해왔다. 독자와의 관계를 새롭게 재정립할 필요성을 못 느꼈거나, 혹은 그 필요성을 느꼈음에도 과도한 업무로 인해 차마 엄두를 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행히 최근 우리 언론에서도 독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는 곳이 생겼다. 형식적인 참여에 그치는 것이 아닌 독자들이 직접 콘텐츠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독자 참여저널리즘’을 실험하는 한겨레21의 ‘독편3.0’이 그 사례다. ‘독편3.0’은 수십 명의 독자들과 뉴스룸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표지 이미지나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몇 주 전에는 오프라인 모임도 가졌다. 관련 기사에서 모임에 참석한 독자들이 기자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 중요한 이슈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기사, 토론의 활성화를 제안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수많은 혁신적인 매체들이 실천하는 바로 그 방식을 우리 독자들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자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지, 어디까지 참여할 수 있을지, 얼마나 활성화될지 알 수 없지만 이 새로운 실험이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독자와 언론 사이에 놓인 불신의 벽을 깨뜨리고, 견고한 독자 공동체를 만들고, 저널리즘의 질을 높이고, 매체의 생존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를, 나아가 한국 언론에 새로운 소통의 바람을 몰고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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