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상 50년, 기자정신 되새김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한국 언론상을 대표하는 ‘한국기자상’이 올해로 50년을 맞았다. 1967년 김집 TBC 기자, 이갑문 한국일보 기자, 한갑수 동아일보 기자, 박성동 동아일보 울산주재 기자가 첫 수상한 이후 5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기자상은 박정희 대통령이 영구집권을 위해 ‘유신’을 선포한 1972년과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을 찬탈한 1980년 두 차례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기자상은 뛰어난 보도활동과 민주언론 창달에 뚜렷한 공적이 있는 기자를 격려하고 포상하기 위해 1967년 제정됐다. 제정 당시 선배 기자들은 “영예와 권위의 상징이 되도록 하자”고 선언했다. 그리고 50년, 한국기자상은 한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역대 수상작과 함께 좋은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기자정신을 돌아보게 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


한국기자상 수상작은 2019년까지 50회에 걸쳐 370편에 달한다. 모든 기사가 다 그러하지만 한국기자상을 받은 작품들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풍찬노숙하며 노력한 결정체다. 사소한 단서에서 시작해 진실을 찾으려는 지난한 노력이 있었고, 외압에 견디고 내부에 저항하며 소중하게 지켜낸 기사도 있다. 일선 기자들은 기자상을 통해 팍팍한 기자생활을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었다.  


“언론을 적대시하고 기자를 백안시하는 그릇된 권력의 작용과 사회에 뿌리박은 독소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는 뭉치고 반성해야만 했다….” 1회 한국기자상 수상자인 김집 TBC 기자의 수상소감에서 보듯 한국 언론의 현실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언론에 대한 불신의 골은 깊고, 기자들의 부단한 노력에도 ‘기레기’라는 모욕적인 평가는 떠돌아다닌다.


미디어 지형은 또 얼마나 급변하고 있나. 독자들은 더 이상 신문을 읽지 않고, TV로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다. 포털이 뉴스 유통을 장악하더니 유튜브는 전통 미디어의 보루였던 뉴스 공급마저 잠식할 태세다. 정치인들은 유튜브에서 뉴스를 생산해 전달·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시작한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 구독자는 19일 현재 70만명을 넘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2017년도 유료부수에 육박하는 구독자 수다.  


누구나 뉴스를 생산하고 배포하는 시대가 되면서 전통 미디어의 입지는 약화되고 있고, 한편으로 허위조작정보는 넘쳐난다. 뉴스의 외피를 입은 허위조작정보가 활개 치는 만큼이나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기사, 맥락을 짚어주는 보도에 대한 갈망은 커지고 있다. 성역 없는 보도, 탄탄한 취재, 진실을 보다 깊이 있게 전달하는 것은 전통 미디어의 존재 이유다. 그간 이런 기사가 기자상을 받았지만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기자상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해마다 100건 안팎의 작품이 출품돼 치열하게 경합을 펼치고 있다. 엄정한 심사로 정평이 나 있지만 혹여 정치적 고려나 회원사 안배로 기자상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 한국기자상이 5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역대 수상자와 수상작 자료는 부실하기 짝이 없고 찾기도 어렵다. 미국탐사보도협회(Investigative Reporters and Editors·IRE)에서 주는 ‘IRE상’의 경우 응모한 모든 작품을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DB)화해 회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기자상 관련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DB시스템 구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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