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마스터스대회 우승자는 누가 될 것 같은가?”
질문 상대는 스포츠 평론가도, 명예의 전당 선수도 아니었다. 장소 역시 선수단 출정식이나 골프장이 아니었다. 지난달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기자의 질문이다. 이 질문이 과연 적절했는지는 따지지 않겠다. 중요한 건 다른 나라 정상과 나란히 앉은 트럼프 대통령을 앞에 두고 기자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이다. 예정에도 없던 질의응답이었고 ‘뮬러 특검 보고서’나 ‘위키리크스’ 같은 회담과 관련 없는 질문도 많았다. 기자들은 경쟁적으로 질문을 쏟아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우리에겐 생소한 풍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을 가졌다. 청와대가 기자회견 대신 한 언론사와의 단독 회담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있다. 많은 언론사가 참여하는 기자회견에서는 다양한 관점의 질문이 나온다. 반대로 단독 대담은 보다 안정된 흐름 속에 질의응답이 이어질 수 있고 충분한 답변을 유도하기 위한 2차, 3차 질문도 가능하다. 주요 사안에 대해 더 깊고 친절히 설명하기엔 적절한 형식일 수 있다. 실제로 대담을 진행한 KBS 소속 기자는 이를 의식한 듯 같은 주제로 두세 번 씩 질문을 던졌다. 때로는 문 대통령이 불편해하는 질문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통령 역시 사회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밝혔다. 어떤 방식으로든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대담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취임 전 약속을 생각하면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했다. 소통을 위해 아예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공약까지 했다.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취임 2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의 일정은 사후에나 공개되고 광화문 집무실 공약은 사실상 백지화했다. 순방 기간 기내 간담회에서는 국내 현안을 묻는 기자에게 “외교 문제만 물으라”며 질문 자체를 막기도 했다. 2년 동안 기자회견은 세 차례에 불과하다.
기자회견의 횟수가 전부는 아니다.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그 자체가 토론이다. 질문권을 얻은 기자들은 즉석에서 수차례 문답을 이어간다. 집요한 질문 공세에 대통령이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배석자가 없는 경우도 많다. 비서실장을 포함한 비서진과 대변인이 배석하는 우리의 기자회견과 다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자주 자청한다는 점이다. 꼭 백악관 브리핑룸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기자들과 마주할 수 있는 곳에서는 문답이 펼쳐진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를 보내고 있던 2014년 8월 언론인 제임스 폴리가 IS에 참수됐다는 소식을 듣고 동행취재 중이던 기자들 앞에 섰다. 이슈가 발생하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소통에 나서는 것이다. 당초 청와대는 10일 기자들과 환담을 가지려던 계획을 전날 북한 미사일 발사로 취소했다고 한다. 이슈가 발생하면 오히려 기자들을 피하는 모양새라 안타깝다.
취임 2주년이다. 이전 정부와의 비교는 그만 두자. 대통령도, 언론도, 더 많은 소통과 열린 대화를 추구해야 한다. 대통령과 기자가 언제 어디서든 묻고 답하는 미국과 출입기자 마저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차이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성찰해야 한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