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 '기사형 광고'로 얻었던 수익, 기금 출연해 사회 환원"

[와이드 인터뷰] 취임 한 달 맞은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

성기홍 연합뉴스 신임 사장이 지난 18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협회보와 인터뷰했다. 성 사장은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된 기사형 광고 사태의 원인과 대책, 300억원대 정부구독료,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역할 등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연합뉴스 제공

성기홍 연합뉴스 신임 사장은 인터뷰 내내 ‘위기’를 언급했다. 연합뉴스가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혁신을 게을리 하면서 신뢰와 경영의 이중 위기에 처해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연합뉴스는 돈을 받고 쓴 기사형 광고를 일반 기사인 것처럼 포털에 전송해온 사실이 드러나 지난 9월8일부터 32일간 네이버·다음 노출 중단 징계를 받았다. 현재는 이 문제로 포털 퇴출 또는 뉴스제휴 단계 하락 여부를 심사받고 있다. 지난달 15일 노출 중단 중에 취임한 성 사장은 “낡은 생각과 행동의 관성, 오래 된 미디어 문법과 결별해야 한다”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1992년 연합뉴스에 입사한 그는 워싱턴 특파원, 정치부장, 정치에디터,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연합뉴스TV 보도국장으로 재직하다 사장에 도전했다. 연합뉴스 내부에선 50대 젊은 사장의 등장에 기대감이 크다. 그 어느 때보다 연합뉴스에 변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새 리더십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취임 한 달을 맞은 성 사장에게 연합뉴스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성 사장은 기사형 광고 사태의 원인과 대책,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역할과 방향성, 300억원대 정부구독료 등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했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2시간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성 사장과의 일문일답.


-사장이 젊어진 만큼 변화의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임기 동안 꼭 변화시키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연합뉴스 안의 위기의식과 외부에서 우려하는 시선 등 여러 요인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기운이 모였고, 그 시기에 제가 사장이 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체제를 바탕으로 가장 먼저 연합뉴스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어요. 활력은 다이내믹(역동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 비전과 연결돼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2003년 뉴스통신진흥에관한법률(이하 뉴스통신법) 제정을 통해 국가기간뉴스통신사라는 지위를 부여받은 언론사입니다. 여러 언론 중에 하나여선 안 됩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말아야 할 저널리즘의 기본, 공적 역할을 수호하는 데 중심을 잡는 것이 연합뉴스가 해야 할 일이죠. 연합뉴스 구성원들이 관성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벗어나 활력 있게 비전을 향해 뛰어가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제가 3년 임기 동안 추구해야 할 목표입니다.”

-밖에서는 연합뉴스 내부의 위기의식이 잘 와 닿지 않습니다. 어떤 점에서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사장 선임은 뉴스통신진흥회(연합뉴스 최대주주)가 총괄했지만 전임 사장과 입사년도 차이(13년)가 크고 후보자들 중에서도 연차가 낮은 50대 젊은 사장이 선출된 것은 연합뉴스 구성원들의 전반적인 정서가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인식이 연공서열을 벗어난 파격 인사로 이어진 거라고 봐요. 의전형이 아니라 세대교체형, 해법지향형, 일 중심의 CEO를 바라보는 전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죠. 태평성대 시기였으면 임원 연차가 대폭 낮아져 불안하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잖아요. 이런 요인을 감수하면서라도 변화를 위한 에너지가 모였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 책임을 감당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최근 연합뉴스는 ‘기사형 광고’ 문제로 포털에서 32일간 노출 중단 징계를 받았습니다. 근본적으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연합뉴스는 어떻게 달라져야 합니까.
“연합뉴스가 미디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야하는 공적 역할의 정체성을 몰각한 채 그저 변화하는 디지털 저널리즘 환경에 휩쓸리다 빚어진 사태라고 봅니다. 스스로 정체성을 인터넷 매체로 착각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수익을 창출하려 한 거죠. 경영진이나 기본 시스템의 통제가 부재했고, 관성적으로 해오다보니 경고음이 났을 때 우리의 본질에 입각한 해명이나 대응이 나오지 못했어요. ‘남들도 다 한다’는 건 연합뉴스를 원 오브 뎀(One of them:여러 언론 중 하나)으로 전락시키는 대처였습니다. 32일 노출 중단으로 연합뉴스의 신뢰성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연합뉴스를 향한 공동체의 기대가 크다는 걸 절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연합뉴스에서 기사형 광고는 일체 없을 것입니다. 담당부서도 폐지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값비싼 교훈이자 환골탈태할 계기로 삼아 변화하겠습니다.”

-현재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연합뉴스에 대해 포털 퇴출 또는 뉴스제휴 단계 하락 여부를 심사하는 재평가를 진행 중입니다. 평가 결과를 긍정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평가 결과를 겸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존 경영진 체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서 면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새 경영진 출범을 계기로 이 사태를 통렬하게 반성하면서 혁신하겠다고 분명하게 약속드립니다. 사회적 책임에 부합하도록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습니다. 기사형 광고로 얻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려 합니다. 공적 역할에 조금 더 헌신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조계창 국제보도상’(2010년 연합뉴스 중국 선양 특파원으로 재직하다 순직한 조계창 기자의 기자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에 기금을 추가 출연하겠습니다.”

-일각에선 이참에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나가 본래 뉴스 도매상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시선이 있습니다. 포털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하실 겁니까.
“어려운 과제지만 지금으로선 투트랙으로 가야 합니다. 올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보고서를 보니까 한국은 포털로 뉴스를 보는 비율이 73%로 가장 높고 언론사 홈페이지에 바로 접속하는 비율은 4%로 최하위였어요(40개국 대상 조사). 과거에는 신문이나 TV수상기로 뉴스를 봤지만 지금은 대부분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사가 그 공간을 떠날 수 없는 거죠. 당장 포털을 외면하기보다 콘텐츠 혁신과 장르의 확장을 꾀하면서 포털 너머의 미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현재 연합뉴스의 대 포털 전략입니다.”


-해외 뉴스통신사도 구글 같은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지만 AP, 로이터 등 주요 통신사들은 각 국 정부로부터 정기적인 지원금을 받지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뉴스 사용료와 공적기능 명목으로 매년 300억원가량의 정부구독료를 받고 있는데 그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뉴스도매상이 왜 직접 국민에게 뉴스를 전달하나, 정부지원금이 300억씩이나 되는데 모순적이지 않나, 외국통신사들은 지원금도 안 받는다던데 등 3가지 측면에서 봐야 하는데요. 먼저 도매상은 뉴스 전달 방식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언론사로서 건강한 공론을 형성하기 위해 정확한 사실을 전달한다는 저널리즘 기본 역할에서 벗어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포털 같은 플랫폼도 하나의 소매상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된 거죠. 국가기간뉴스통신사에 직접 국민을 만나지 말라는 것은 오히려 뉴스통신법이 규정한, 365일 쉼 없이 독자들에게 뉴스를 공급하라는 공적 임무와 역할을 방기하게 만드는 겁니다. 정부구독료는 민간 언론사가 투입 대비 산출 계산으로는 커버할 수 없는 해외특파원망, 북한뉴스, 지역뉴스 등 공적 역할에 쓰입니다. 뉴스통신법은 프랑스 뉴스통신사 AFP를 모델로 했는데, AFP의 경우 전체매출액에서 정부지원금 비중이 40%정도입니다. 연합뉴스는 16~17%(매출액 1800억원대 대비)가량이고요. 구독료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데 연합뉴스의 공적분야 종사자 인원과 콘텐츠 생산량은 늘고 있습니다. 사실상 민간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공적인 역할의 손실을 메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합뉴스의 지난해 공적기능 평가 점수가 2019년에 비해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연합뉴스 고객인 언론인, 공무원, 주한 외신기자, 외국대사관 직원 등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용자 만족도 점수가(112->75.43점)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요. 그만큼 이용자 목소리를 듣는데 실패했다는 얘기 아닐까요.

“2020년엔 가산점 배정 방식이 전년과 다르긴 했지만 떨어진 점수에 대해선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뉴스통신사로 출발한 연합뉴스엔 도매상이라는 DNA가 있어서 뉴스시장을 형성하는 일반 시민, 독자들의 만족도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둔감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지금은 독자와 고립된, 신뢰도가 낮은 언론은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더 신경 쓰겠습니다. 특히 연합뉴스의 자문기구인 수용자권익위원회 구성에 성비 균형을 맞추고 2030세대를 반영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독자팀을 독자부로 승격해 독자 관리를 강화하고 기존 콘텐츠평가실도 콘텐츠책무실로 개편했습니다. 그저 내부에서 전재 건수를 세고 놓친 기사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저널리즘에 입각해 콘텐츠의 책무를 다 했는지 들여다보겠습니다.”


-해외특파원은 공적 기능 수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연합뉴스 특파원들은 현장 취재가 부족하고 현지 언론이나 외신을 받아쓰는 데 머물고 있는 비판도 나옵니다.
“사장 선임 과정에서도 특파원 역할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현재 60여명이 해외에 나가있는데, 외신을 그냥 전달하던 관성을 버리고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콘텐츠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파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경영진이 만들어줘야 해요. ‘외신 받아서 적당히 하자’ 같은 암묵적 지시나 수세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현장을 취재할 수 있도록 출장 예산을 늘리려 합니다. 전재 건 수가 떨어지더라도 의미 있는 취재기사가 있다면 적극 포상하는 체계도 만들겠습니다.”

-뉴스통신진흥회가 연합뉴스에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건비 부담이 계속 늘어나면 콘텐츠 혁신 등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요. 퇴직금 누진제에 관한 개선 방안이 있습니까.
“전체 매출에서 인건비가 5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퇴직금 누진제는 경영상 불안요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퇴직금 누진제를 유지하고 있는 언론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것 또한 연합뉴스를 곱지 않는 시선으로 보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고요. 이전 경영진도 지속적으로 고민해왔고, 이번 경영진도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위해서 노력할 예정입니다. 다만 기본적인 근로 요건 문제이기 때문에 노조와의 소통이 필수불가결이죠. 이 사안만 단건으로 접근하기보다 여러 경영적인 과제들과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려 합니다. 경영혁신과 안정적인 재정기반 마련을 위해서 폐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하겠습니다.”

-연합뉴스의 최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는 정부와 여야 추천 인사로 구성돼 정치적 입김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습니까.
“뉴스통신법 제정 당시 정치·사회적 타협의 산물로 현재 이사회가 구성됐습니다. 결국 구조를 재편하려면 또 다시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합의해야 합니다. 지배구조 개선은 중요한 문제지만 당장은 내부의 혁신에 힘을 모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배구조를 포함해서 회사의 미래발전 방향을 논의할 노사 공동 TF를 구성해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가겠습니다.”

-3년 임기를 마치고 나면 어떤 사장으로 평가받고 싶으신가요.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9월15일 취임하고 조직개편과 부서인사를 마무리하고 나니 벌써 임기의 36분의 1이 지났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실천할 때입니다.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은 구성원들의 위기의식을 하나로 묶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겁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책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는 설명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있는데, 경영진과 구성원들의 관계가 그런 것 같아요. 사장실이 고립·유리되지 않도록 늘 귀담아 듣겠습니다. 끊임없이 소통한다면 우리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2030년 연합뉴스 창사 50주년을 향한 항해에 조타수 역할을 하겠습니다. 임기를 마칠 때 ‘뉴스통신법 제정 잘했다’는 평가를 받도록, 신뢰를 구축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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