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회 칸 영화제 감독상(박찬욱)의 <헤어질 결심>과 남우주연상(송강호)의 <브로커>는 CJ E&M이 투자와 배급을 맡았다. 하지만 지적재산권(IP)은 제작사와 공동 소유한다. <헤어질 결심>의 제작사는 모호 필름. 박찬욱 감독이 대표로 있는 CJ E&M 58% 지분의 자회사다. <브로커>의 제작사인 영화사 집은 100%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다. 비경쟁부문에 초대돼 화제를 모은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JTBC 계열의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이 투자배급사다. 제작사는 카카오엔터가 81% 지분을 소유한 사나이픽처스다.
칸의 쾌거에 얽혀 있는 CJ E&M, 카카오, JTBC 3사는 최근 몇 년간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제작사와 기획사들을 사들였다. 카카오는 47개, CJ E&M은 19개, SLL(전 JTBC스튜디오)은 15개를 거느리고 있다. IP권리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 공식이 됐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권리를 기반으로 자사 OTT에서만 독점 방영할 수도 있고, 매출을 극대화하는 조합으로 여러 플랫폼에 권리를 넘길 수도 있어서다. 동영상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저작권의 원천은 작가, 감독, 프로듀서다. 3사가 이들 스타 아티스트가 소속된 제작 및 기획사들을 사들이는 이유다.
뉴스 산업의 IP 원천은 누가 갖고 있을까. 기자와 칼럼니스트들이다. 20세기 레거시 미디어들은 뉴스 생산 자체를 과점했다. 디지털로 인해 뉴스 생산이 사실상 자유경쟁시장에 맡겨지자 발생 뉴스는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저작권이 있는 해석과 분석 기사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확보해야 차별적 경쟁력을 갖게 된 셈이다. 서브스택 같은 뉴스레터 플랫폼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스타 저널리스트들은 소위 이적료를 받고 서브스택과 독점 계약을 맺는다. 엄청난 구독자를 만들어내며 돈방석에 앉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성공사례는 서브스택에 더 많은 작가들을 모이게 하고, 이는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소위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낸다.
정작 오리지널 콘텐츠 바람을 일으킨 넷플릭스는 ‘배신’의 행보 중이다. “절대로 광고를 받지 않겠다”던 약속을 깨고 연말께부터 광고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히트작 관련 상품 등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쇼핑몰, 슈퍼 IP기반의 OSMU(원소스멀티유즈)를 염두에 둔 게임 사업 진출도 선언했다. 유료 구독자의 주목을 최대한 수익화하기 위해서다. 몰아보기 정책에도 변화가 생겼다. 화제작을 한달 단위로 끊어서 편성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월간 단위의 구독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플랫폼 시대가 성숙될수록 전략은 수렴한다. 기존 독자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유저를 끌어오고, 모인 유저들의 주목을 최대한 수익화 하는 3가지가 기둥이다. 주목을 끌어오고 붙잡아 두려면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스타 크리에이터가 필요하다. 주목을 수익화하는 역량을 키우려면 데이터 기반의 수익 모델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이 3가지는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서브스택은 후발주자로서 주목을 단기간에 끌어들일 방법으로 스타 저널리스트들을 확보하는 오리지널 전략에 매진하고 있다. 초기 넷플릭스처럼 말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처럼, 경쟁이 격화되고 성장 정체기에 봉착하면 구독자들을 수익화 하는 방법(광고 도입, 연관사업 진출 등)을 추가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이유다. 플랫폼 경쟁시대에 미디어 전략은 진화하는 한편 수렴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에서 일어나는 지형 변화의 행간을 읽어낼 때 염두에 둬야 할 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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