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중의 오지… 오늘도 심부름 하는 '마을기록꾼'

[인터뷰] '지역소멸 극복 심부름센터' 도영진 경남신문 기자

도영진 경남신문 기자는 지난 7월부터 일주일 중 이틀은 경남 의령군 궁류면 운계2리 입사마을로 출근한다. 창원 본사에서 오전 6시50분 출발해 차로 약 1시간40분을 달리면 버스가 하루 두 번만 오가는 의령군 안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에 도착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농사일을 돕는다. 마을회관 노래방 기계를 고치고 함께 몇 곡 뽑는다. 어르신들께 한소리 들으며 어설픈 솜씨로 오이 채를 썰어 시원한 냉면을 대접한다.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직원’이자 ‘마을기록꾼’을 자처한 그의 요즘 한 주는 이렇게 흘러간다. 그는 지난 12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교통편이 불편하고 고령화된 곳이라 심부름이 필요했던 곳이거든요. 심부름 삯으론 어르신들 이야기를 받고요. 지역신문 기자로서 한 분 한 분 작은 목소리가 기사가 될 수 있고 가장 가까이 있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도영진 기자는 지난 7월부터 지역민의 삶속으로 들어가 마을 일을 돕고 그들의 일상, 이야기를 담는 기획 ‘경남신문 심부름센터’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도 기자가 마을 정자에서 어르신 옆에 앉아 호박잎을 다듬는 모습. /경남신문 제공


“무슨 기사 쓸 끼 있다꼬 이 먼데까지 왔는교?”라던 주민들의 하루 일상이 뉴스거리다. 깨를 찌는 방법이 무엇인지, 할머니들의 장날 패션이 어떤지, 칠석날 집 앞 감나무 아래 의자에 앉은 최고령 할머니가 시집 올 땐 어땠는지가 기사가 된다. 한 달에 한두 번 읍내병원에 가는 할머니들의 여정, 냉면대접을 하려면 차로 35분 거리 읍내까지 다녀와야 하는 상황이 영상이 된다. ‘고추밭에서 마을 주민 인대가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담긴 기사는 결국 “지역민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우리 일 아니냐고” 되묻는 듯하다. “마을 사람 모두가 졸업생인 전교생 6명의 학교가 사라져요. 입사마을 최연소 주민이자 학교 학생 심정이 어떨까요. 잘만 풀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얼개를 잡고 진행하는 보통 기획과 달리 가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긴 해요. ‘쓸거리가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데 늘 생기더라고요. 행정을 통해 다뤘으면 살아 있는 기사는 아니었을 거 같고요.”


지난 6월 소멸 위기 마을에 심부름꾼으로 들어가 주민들과 함께 얽히고 설키는 기획안을 보고 했다. 기획취재팀 일원으로 올해 3월 창간기획에서 경남소멸의 실태와 대안을 모색했고 “의미 있었지만 수치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았나” 반성했다. “잠깐 찾아봬선 깊은 얘기가 안 나온다”고 판단한 터 “거의 거주를 하면서” “최소 3개월, 한 계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려움 가운데 행복하게 사는 삶을 그대로 기록하고 전달하자” 싶었다. 회사는 “흥미롭고 엉뚱하다”며 허락했고, 수 개월 간 적당한 마을을 찾던 도 기자는 이틀여 간 의령군 방방곡곡을 헤매 마을을 정한 끝에 주민들에게 취재승낙을 받았다.

도 기자가 입사마을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매주 1회 글과 영상으로 독자를 만난다.


거처 공간이 마땅치 않아 출·퇴근을 통해 주민들과 만나지만 어느덧 도 기자를 포함해 김승권 사진기자, 이솔희 PD, 이아름 인턴PD 등 취재진은 “준 마을사람”이 됐다. 매주 1~2회씩 한 달을 만난 아들·딸, 손자·손녀들을 “너무나 살갑게 대해준다.” ‘언제 오나 궁금했다’며 반기고, 두고 간 모자를 세탁해 손에 쥐어준다. 카톡으로 고양이 영상도 보내온다. 16일 현재까지 5회차를 선보였고 최소 12회차를 염두에 둔 도 기자는 “다른 기획보다 2~3배는 힘든 것 같다”면서도 “저희끼리 만날 얼른 마을에 가고 싶다고 한다. 마지막 편을 미리 준비 중인데 생각만 해도 울컥한다”고 했다. “주민들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밥을 나가서 먹고 오는데 중국집이 5km 밖이고, 10km를 가야 메밀국수를 먹을 수 있어요. 핵심은 의료 불균형과 교통 문제라 보는데 개선 방안을 계속 고민하게 돼요. 시리즈 종반엔 어떻게 소멸을 늦출지 주민들 말씀을 들어볼 거고요. 작은 실마리라도 드러내고 싶어요.”


기획은 지역언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묻는다. 가장 기본적이어서 가장 급진적인 시도의 사례. 지역에서 나고 자라 대학을 나오고 2015년 경남신문에 입사해 지역신문 기자로 지내온 그는 소속 매체가 “도민과 더 가까워지는 시도”이길 바란다며 조금 더 큰 꿈을 꾼다. “(지역 주요뉴스를 소개하는) KBS창원의 코너 ‘풀뿌리 언론K’에 지난달 말 초대돼 브리핑을 하며 많이 알려졌고, KBS1만 보시는 마을분들께 ‘으쓱’할 수도 있었어요. 부산일보에선 같은 취지의 ‘산복 빨래방’을 비슷한 시기 선보였고요. 한 분 한 분 목소리가 기사가 되는 시도가 타 지역에서도 나오고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가야겠네’ 생각이 들게끔 성공했으면 합니다. 다 응원하지만 경남에선 저희가 제일 잘 했으면 좋겠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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