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이 내리쬐던 무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초입. 얼마 전까진 보양식이라면 번뜩 삼계탕·백숙이 떠올랐지만 이젠 미꾸라지다. 손가락만한 민물고기에 영양가가 얼마나 있겠나 싶지만 펄떡펄떡 요동치는 거친 몸놀림을 보고 있자면 짧은 생각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아무 데서나 먹을 순 없는 법. 이 계절 추어탕 하나로 춘천 사람들 입맛을 꽉 잡고 있는 ‘새미골 추어탕’으로 기자들을 초대한다.
강원특별자치도청사와 춘천시청으로 이어지는 중앙로에 자리 잡은 업장으로 들어가보자. 코너 취지를 살짝 전하자 26년 간 성업을 이어온 60대 장진희 사장님 눈빛이 열정으로 불타오른다. 전라도에서 직접 공수한 국내산 미꾸라지를 재료로 쓴다는 설명. 중국산과 국산의 효력 차이를 입구에 대문짝만하게 써놓은 이유가 있었다. 메뉴는 뚝배기·가마솥 두 분류에 미꾸라지를 통으로 넣을지, 갈아서 넣을지만 선택하면 된다.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뚝배기 추어탕을 고민 없이 주문했다.
강원 삼척 출신 주인장이 말하는 이 집 특징은 다름 아닌 ‘영동’식이다. 곱게 간 미꾸라지에 고추장과 갖은 양념을 넣어 붉은빛이 돌게 끓이는 스타일이 된장을 넣어 구수한 맛을 극대화한 전라도식과 다른 점이다. 여기 신선한 부추와 버섯, 대파가 첨가돼 아삭한 식감까지 더했다. 계란물도 살짝 입혀서인지 고소함은 배가 된다. 차라리 지난밤 소주라도 한 잔 하고 왔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맨 정신에 해장이 되는 맛이다. 산초, 후추를 취향껏 넣고 반찬과 함께 나오는 간마늘, 청양고추로 나만의 추어탕을 제조해도 된다.
추어탕 맛을 끌어올리는 정갈한 강원도 반찬도 빠질 수 없다. 인원에 맞게 제공되는 부드러운 두부, 시원한 맛이 일품인 배추김치와 깍두기, 감칠맛 덩어리인 오징어 젓갈까지 합세해 즐거운 한 끼를 제공한다. 전국 최고로 손꼽히는 철원 오대쌀로 지은 고슬고슬한 공깃밥은 꾹꾹 눌러 담겨 나오니 인심에 주의할 것. 다만 매주 일요일과 국가 공휴일엔 주인장도 쉰다고 하니 그날만은 피해서 가족·동료들과 방문해보길 적극 추천한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email protected](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채택된 분에겐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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