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9명 "사이버렉카, 유명인 자살 사건에 영향"

언론재단, 국민 1000명 미디어이슈 설문
응답자 92% "사이버렉카는 사회문제"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은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의 자살에 ‘사이버렉카’가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이 같은 이슈를 확대·재생산하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인식이 확인되며 언론 전반의 보다 책임성 있는 태도가 촉구된다.

지난 27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이슈 10권1호 ‘사이버렉카 제작 유명인 정보 콘텐츠 이용 경험 및 인식’(양정애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유명인 자살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별 영향 정도를 물은 문항에서 ‘사이버렉카들의 근거없는 의혹 제기’를 꼽은 응답은 93.2%에 달했고, 이 중 59.3%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사이버렉카는 유튜브를 주요 플랫폼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 가운데 유명인이 연루된 부정적 사건사고를 핵심 소재로 콘텐츠를 만드는 이슈 유튜버를 뜻하는 신조어다. 이들의 콘텐츠는 사실확인을 거친 경우가 드물고 조회수·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으로 채워지며 유명인에 대한 명예훼손, 인격권 침해 소지가 거론되는 일이 많았다.

사이버렉카가 사회문제라는 데 동의한 응답자는 92.0%로 이 중 43.4%는 ‘매우 동의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인식 경향은 남성(88.2%)보다는 여성(95.8%) 집단에서, 20대(88.0%)에서 30대(90.4%), 40대(92.4%), 50대(97.2%)로 갈수록 높아졌다. 이 응답자를 대상으로 이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물은 결과 ‘돈벌이 외에 다른 것은 안중에 없는 비윤리적 태도’가 92.6%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사이버렉카들의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꼽은 응답이 94.3%, ‘권리 침해를 당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예: 손해배상) 강화’ 93.4% 등으로 높은 수치를 드러냈다. ‘유튜브 등 플랫폼 기업들의 타인 권리침해 콘텐츠에 대한 자율규제 강화’(88.2%) 역시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사이버렉카들의 활동공간인 플랫폼의 자율적 정화 노력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다수 응답자들이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안과 관련한 언론의 행태 역시 높은 비율로 부정적 웅답을 받았다. 이 문제가 근절되지 않은 이유를 물은 앞선 문항에서 사이버렉카들의 비윤리적 태도 답변에 불과 1.8%p 차이로 ‘사이버렉카들이 제기하는 의혹을 검증 없이 중계하듯 보도해 이슈를 확대·재생상하는 언론’(90.8%)이란 응답이 차지했다.

실제 유명인 사건사고를 다룬 ‘사이버렉카 콘텐츠’와 ‘언론보도’를 비교 평가한 항목에서 긍정적 진술결과를 보면 양쪽 모두에서 전반적으로 동의비율이 낮았다. 정보의 사실성에 대한 항목 중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보도한다’(51.5%)는 언론보도 평가(사이버렉카 콘텐츠 18.8%)를 제외하면 나머지 7개 모두 절반 미만의 비율이었다. 다만 사람들의 관심도 등에 맞춰 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사이버렉카 콘텐츠가 4.6%p 높은 44.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진술과 관련해선 높은 동의 비율이 확인된 가운데 양쪽에 대한 평가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건을 자극적·선정적으로 다룸’은 89.2% 대 87.8%로 근소한 차이였고, ‘관심 끄는 용도로 지나치게 많이 다룸’은 87.4% 대 87.6%로 오히려 언론보도에 대한 부정 평가가 더 높았다. 언론재단은 “이용자들은 ‘사이버렉카’가 제작한 콘텐츠에 담긴 검증되지 않은 허위사실에 직접적으로 현혹되기도 하지만 언론이 받아쓴 내용을 통해 그 허위사실에 대해 더 확신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언론이 그러한 의혹제기를 받아쓰지 않을 때에 비해 훨씬 많은 이용자들에게 허위사실이 유포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사이버렉카와 언론이 주요하게 거론됐지만 설문조사에선 콘텐츠 이용자까지 포함한 당사자 전반의 책임이 강조됐다. 유명인 자살 사건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물은 문항에선 ‘사이버렉카들의 근거없는 의혹 제기’가 93.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유명인 사건사고에 대한 세간의 지나친 관심’(93.1%), ‘뉴스·미디어 이용자들의 비방·모욕 댓글(93.0%)’이 뒤를 이었다.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92.1%), ‘수사기관의 부적절한 대응’(91.2%)도 상위권 요인과 비율 차이가 크지 않았다. 반면 ‘사건사고 연루 당사자의 소극적인 방어 태도 또는 대응’을 꼽은 응답은 74.8%로 가장 낮았다.

언론재단은 “조사결과들을 종합하면, 본 설문의 응답자들은 유명인 자살과 관련해서 당사자 요인보다는 그에 관한 소식을 전하는 유튜버들이나 언론, 또 그러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미디어 이용자들에게 더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총평했다.

이번 조사는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설문조사 전문업체 (주)마크로밀엠브레인의 패널에서 성별, 연령대 및 거주지역을 기준으로 할당해 지난 14~18일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다. 1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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