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주 페북 뉴스 서비스 종료... 뉴스 생태계 악영향 우려

언론재단 KPF미디어브리프 "뉴스사용료 지불선례 안 남겨"
메타 "뉴스 대체 가능성 높아... 숏폼 등 동영상 콘텐츠 집중"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Meta)가 뉴스 사용료를 지불하게 하는 유럽과 영미권 국가들의 법안 제정 움직임 등과 맞물려 해당 나라에서 최근 잇따라 뉴스 서비스를 종료했다. 뉴스 차단 조치 후 홍보·허위 정보가 급증하고 소셜미디어 의존도가 높던 중소 언론이 폐간되는 등 디지털 뉴스 생태계와 언론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최근 발간한 2024년 4호 KPF미디어브리프(진민정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 ‘페이스북 뉴스 서비스 중단이 가져올 파장’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메타는 4월부터 미국과 호주에서 뉴스 서비스를 종료하고, 뉴스 사용료 관련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며, 언론사를 위한 새 서비스도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9년 페이스북은 “훌륭한 저널리즘을 유지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려는 노력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페이스북 뉴스’를 도입했는데 입장이 바뀐 것이다. 이 IT기업은 지난 1년 새 뉴스 이용량이 80% 가량 감소했고, 전체 페이스북 콘텐츠에서 뉴스 비중은 3%에 불과하다는 설명을 해왔다.

언론재단 KPF미디어브리프 ‘페이스북 뉴스 서비스 중단이 가져올 파장’ 보고서에 담긴 페이스북 뉴스 서비스 종료 안내.

2021년 호주 정부가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플랫폼이 뉴스 콘텐츠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토록 하는 ‘뉴스미디어 협상법’을 도입하려 하자 메타는 이용자들이 호주 뉴스 기사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차단했고, 구글도 호주에서 검색 엔진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후 정부가 수정안을 제시하며 구글이 호주 대형매체와 계약에 나서자 메타 역시 3년 계약을 맺고 복수 매체에 연간 7000만 달러(약 962억원)을 지불해 온 바 있다.

언론재단은 “이 계약은 더욱 강압적인 상황에 봉착하지 않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그러다 계약이 만료될 시기가 다가오자 뉴스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라며 “당시에는 이러한 합의가 민주주의를 위한 승리처럼 보였다. 그러나 2021년 거래는 구글 ‘뉴스 쇼케이스’와 ‘페이스북 뉴스’에 사용될 뉴스 콘텐츠에 대한 거래였기에, 두 플랫폼은 링크세를 지불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메타는 2023년 6월 캐나다에서 뉴스 사용료 지불을 요구하는 ‘온라인 뉴스법’이 통과되자 페이스북에서 캐나다 뉴스를 차단하기도 했다. 3개월 후인 9월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페이스북 뉴스’ 삭제를 선언했다. EU 저작권 지침을 도입한 유럽 국가들, 호주와 유사한 법안을 마련하려는 영미권에서 뉴스 탭을 삭제한 데 대해 뉴스 사용료 지불근거를 없애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왔다.

대신 메타는 “숏폼 동영상 등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더 많이 보고 싶다고 말하는 콘텐츠에 시간과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 밝히며 ‘크리에이터 경제’로 초점을 이동했다. 페이스북에서 뉴스 콘텐츠 전용 탭만 제거한 변화라지만 이용자로선 언론사 기사 링크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해지고, 관련 기사 확인을 위해선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로 직접 이동해야만 하는 변화다. 뉴스 콘텐츠가 차지했던 상당 비중은 결국 숏폼 콘텐츠로 대체될 소지가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뉴스는 대체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이며 페이스북에 뉴스가 적거나 없어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페이스북을 찾는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실제 캐나다에서 뉴스 차단 조치 후 페이스북 일일 및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늘었다는 사례를 언급해 왔다.

이 같은 메타의 조치에 호주 정부와 언론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무부 차관과 통신부 장관이 “호주 사용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 방기”, “호주 언론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란 비판을 내놨으며 메타가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더라도 관련 법 적용 대상 플랫폼에 메타를 포함하고 호주 시장에서 얻은 수익의 10%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도 추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움직임의 이유는 메타의 결정이 뉴스 생태계 및 언론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보고서는 “뉴스공유가 아예 차단된 캐나다에서는 2023년 36개 언론사가 폐쇄되었는데, 그 중 29개는 지역 신문이었다”며 “아울러 뉴스 차단 조치 이후 캐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낚시성 홍보글이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나 미국, 유럽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뉴스회피 현상은 심각하고, 대다수 이용자의 정보 소비는 틱톡, 유튜브 등의 숏폼 동영상으로 이동했으며, 언론의 신뢰 역시 무너진 상황에서 거대 플랫폼에 뉴스 사용료를 부과하려는 호주 정부의 노력이 큰 성과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결국 양쪽 갈등이 메타가 호주에서 완전 철수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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