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언론자유 지수 순위에서 한국이 지난해보다 15계단 하락한 62위를 기록했다. 2018년 이후 6년간 40위대를 유지했지만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만에 60위대로 추락한 것이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3일 발표한 ‘2024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180개국 중 62위였다. RSF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선두주자인 대한민국은 언론의 자유와 다원주의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서도 “전통과 기업의 이해관계로 인해 언론인들이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RSF는 특히 정치와 법률, 경제, 사회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한국의 언론자유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RSF는 “한국의 인쇄 매체는 보수 신문의 점유가 높지만 공영방송인 KBS가 지배하는 방송 분야는 이념적 지향 측면에서 조금 더 다양하다”며 “하지만 규제를 통해 정부가 공영방송사의 고위 경영진을 임명 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편집권의 독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법적 환경과 관련해서도 “정보의 자유에 관한 한국의 법률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만 명예훼손은 여전히 이론상 7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언론사가 보도를 할 때 개인이나 기업의 이름과 같은 기사의 주요 세부 사항을 생략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한국의 언론사들은 정치인과 정부 관료, 대기업의 압력에 직면해 있으며 한국 언론중재위원회의 2020년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대언론 소송은 꾸준히 증가해왔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 순위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31위까지 올랐지만 박근혜 정부였던 2016년 70위로 가파르게 떨어져, 2017년까지만 해도 63위에 머물렀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들어 20계단 상승하며 43위에 올랐고 2019년엔 4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3년간 42~43위를 유지했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해 47위까지 떨어지며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에선 뉴질랜드(19위), 동티모르(20위), 사모아(22위), 대만(27위), 호주(39위) 등이 언론자유 지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일본은 전년보다 두 계단 하락한 70위, 중국은 8계단 상승한 172위를 기록했다. 북한은 지난해 언론자유 지수 180위로 최하위였지만 올해 3계단 올라 177위를 기록했다.
올해 언론자유 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나라는 노르웨이였다. 노르웨이는 8년 연속 언론자유 지수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덴마크, 3위는 스웨덴, 4위는 네덜란드, 5위는 핀란드로 북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편 RSF는 2002년부터 매년 180개국을 대상으로 국가와 지역의 언론자유 수준을 측정하는 언론자유 지수를 집계하고 있다. 언론자유 지수는 각 국가의 언론인 및 언론 매체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를 집계하는 정량 평가와 언론인 및 학자, 인권 옹호자 등 언론자유 전문가 수백 명이 100개 이상의 질문에 응답한 정성 평가를 바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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