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언론인 출신 12명이 처음으로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기자협회보는 이들 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은 이훈기·노종면·이정헌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3명을 이달 초 인터뷰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몇몇 당선인들이 거론됐으나 대다수는 과방위를 희망하지 않았고, 일부 당선인은 여러 차례 연락에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편집자주
이정헌 당선인은 2022년 1월 이재명 대선후보의 선거캠프에 합류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광주MBC 기자로 시작해 JTV를 거쳐 2011년부터 JTBC 기자 및 앵커로 활동했던 그는 역사의 전진을 만들어내는 데 한계를 느껴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22대 국회서 과방위를 희망하는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언론의 개혁이 시급하다”며 “방송3법 재입법과 아울러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가 전년보다 15계단이나 추락했다며 “어느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2022년 1월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당시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셀 수 없이 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에 선 상황이었다. 먹고 사는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고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가는 데 역할을 하고 싶었다. 또 자유와 평등, 공정과 정의가 다시 강물처럼 흐르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인권이 제대로 지켜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저는 이재명 후보의 국가 운영 철학과 비전에 공감하고, 민주당이 이처럼 중요한 과제들을 잘 풀어나갈 것으로 확신했다. 저의 언론인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선대위를 지원하고, 대변인과 미디어센터장으로서 이재명 후보가 더욱 효과적으로 국민들과 소통하는 데 역할을 하고자 선대위에 합류했다.”
-이후 김관영 전북지사 대변인을 거쳐 22대 총선에 출마했다. 이전부터 정치를 하고 싶었던 건가.
“처음부터 정치에 뜻을 두진 않았다. 기자로서 세상을 바꿔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는 소명으로 일했지만, 언론인으로서 이에 한계를 느끼고 정치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민주당 경선을 거쳐 서울 광진갑에 공천됐다. 현역이자 3선인 전혜숙 의원을 꺾었는데, 경선에서 이길 거라 예상했나.
“전혜숙 의원은 약사 출신으로 보건 분야에 특화된 분이다. 나름대로 보건 분야에서 수고했지만 당원과 광진갑 주민들 사이에선 그분이 4선을 하기보다, 참신한 인물이 민주당과 광진의 발전을 위해 힘써주길 바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리고 일찌감치 국민의힘 후보로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인 김병민 전 최고위원을 상대로 전혜숙 의원이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원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민들이 전략적 선택을 해줄 거라 믿었다. 예비후보 기간 광진갑 곳곳을 다니며 선거운동을 할 때, 저에게 다가와 이제 총선 승리의 희망이 생겼다며 반기는 분들을 뵐 때마다 더 큰 확신이 들었다.”
-전북 전주에서 나고 자랐다. 공천 지역으로 서울 광진갑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윤석열 정권은 잇따른 외교 참사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추락시키고 민생 경제를 파탄 내며 역사의 시계를 100년 전으로 되돌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할 대단히 중요한 선거였다. 특히 민심의 향배를 결정하는 서울과 수도권, 그중에서도 광진갑을 포함한 한강 벨트로 불리는 지역이 승패의 최대 분수령이 되리라 봤다. 광진갑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의 입’을 자처하던 김병민 전 최고위원이었다. 28년간 기자와 앵커로 능력과 신뢰를 다진 제가 맞붙어 승리한다면 민주당 총선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광진갑에 출마했다.”
-광주MBC 기자로 시작해 JTV를 거쳐 2011년부터 JTBC 기자 및 앵커로 활동했다. 기자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되고 차별당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 기자가 됐다. 1970년대 말 초등학생이던 어린 저에게 강렬하게 남은 기억이 하나 있다. 한겨울 등하굣길에 전주 남부시장 상인들의 힘겨운 일상을 보며, 왜 저들은 저렇게 고생하면서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어린 마음에 부자 한 명이 가난한 사람 한 명을 도우면 다 같이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생각들이 제 나름대로 공정과 정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오랫동안 언론인으로 지내며 절망에 빠진 한 사람을 살리는 것이 하나의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사명을 다할 수 있었던 것도 제 안에 이런 강렬한 기억이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JTBC에선 아침&의 메인 앵커를 맡으며 뉴스제작2팀장, 뉴스제작2부 선임기자 등을 지냈다. 이후 곧바로 이재명 대선 캠프로 갔는데 언론계를 떠난 이유는 무엇인가.
“언론인으로서 나름대로 정권을 비판하고 견제하며 역사의 물꼬를 올바른 방향으로 돌리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역사의 전진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정치가 바로 서고 정치인이 제 역할을 해야 빈부 격차, 차별과 소외 등 우리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러던 중 민주당으로부터 국가인재 영입 제안을 받고 대한민국 발전과 역사의 전진에 일조하겠다는 각오로 선대위에 합류했다.”
-당시 정치권 직행으로 중앙일보·JTBC 노조에서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저의 선대위 합류가 결과적으로 언론의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지인데, 노조의 우려는 일부 이해하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제가 앵커의 자리를 유지한 채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특정 정당에 유리한 기사를 보도했다면 몰라도 기계적 중립을 지켜야 할 앵커의 자리에 더 이상 머물지 않겠다고 공표하고, 저의 신념에 따라 공정과 정의의 세상을 함께 꿈꾸는 민주당에 합류한 것인데, 지나친 기우를 과도한 비판으로 드러낸 것은 아닌지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후배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 당시 관련 기사의 댓글들을 살펴보면 오히려 노조의 비판을 비판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오랜 기간 방송 일을 했다. 당시의 경험이 선거 운동에 도움이 되던가.
“언론인으로서 바라본 선거와 제가 직접 출마해서 경험한 선거는 아주 달랐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세세하게 고려할 것이 많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언론인으로서 현장을 누비며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을 파악하는 데 익숙하다 보니, 선거구인 광진갑 곳곳을 돌며 유권자들을 만나 그분들의 바람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오랜 언론인 생활로 체화된 소양 덕분에 토론회에서 팩트에 맞지 않거나 논리적이지 않은 상대 후보의 발언을 지적하고 논박하는 데 수월했다.”
-선거 기간 상대 후보와 접전 양상을 보였다. 당선을 예상했나.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광진갑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구청장 자리도 국민의힘에 넘어가며 준강남 수준으로 급격히 보수화된 상태다. 또한 상대 후보가 이미 지난 총선에 출마한 경험을 가지고 이번 선거를 위해 지역 기반을 꾸준히 갈고 닦아온 터라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언론인으로 사명을 다하며 쌓아온 신뢰 덕분에, 많은 분이 알아봐 주고 큰 기대를 보여주셔서 당선의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사전투표 당시 많은 분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진지하게 투표에 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더 큰 희망을 품게 됐다.”
-총선에선 상대 후보와 큰 격차를 내며 당선됐다.
“국회 입성의 기쁨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추락시키고 민생경제를 파탄 직전으로 몰고 간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는 선거였다. 동시에 오랫동안 발전에서 소외된 광진갑을 변화시켜 달라는 주민들의 열망이 담긴 선거이기도 했다. 일할 기회를 준 광진갑 유권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국민들의 절실한 바람을 이루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민주당이 175석을 얻으며 대승했다.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민주당의 압승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에서 이슈가 됐던 단어는 김건희, 이종섭, 대파다. 모두가 윤 대통령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리더십에 기인한 것이다. 정권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민주당에 더 큰 책임을 지웠다고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서 민주당에 압도적 과반을 몰아준 것은 무능한 정권에 국정을 맡길 수 없으니, 민주당이 정국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라는 명령이 담겨 있다고 본다.”
-22대 국회서 희망하는 상임위는 어디인가.
“과방위를 생각하고 있다. 방송 및 언론을 담당하는 과방위는 언론인으로 살아온 저의 전문 분야와 관련되기도 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인 언론의 개혁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언론개혁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안 발의에도 힘쓰겠다. 최소한의 삶을 시혜적인 차원에서 지원하는 복지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가 보장하는 기본사회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
-가장 먼저 발의하고 싶은 언론 관련 법안은 무엇인가.
“방송3법 재입법과 아울러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언론자유지수 순위를 보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등 진보 정권이 집권할 때는 31위까지 올라가며 높은 순위를 기록했지만, 보수 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70위까지 추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최근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선 62위를 기록하며 전년도 47위에서 15계단이나 추락했다. 어느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내겠다.”
-당내 일부 의원들은 방통위원장 탄핵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얘기하고 있다.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현재 대통령이 야당 추천 위원을 임명하지 않아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둘만 YTN 최대 주주 변경 안건 등 주요 안건을 심사해 YTN 민영화라는 부당한 결정을 내렸다. MBC 사장을 뽑는 방문진 이사들도 임기가 8월까지인데, 이때 방통위가 새로운 이사진을 여당 성향 인사로 채우면 MBC도 KBS처럼 프로그램들이 폐지되고 진행자가 교체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방문진 이사 교체에 제동을 걸고, MBC를 비롯해 KBS와 EBS에 대한 방송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방통위원장 탄핵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징벌적 손배제는 언론자유 침해 논란이 있지만,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언론개혁 정책이다. 언론의 자유를 핑계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어용신문과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이는 언론사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발전과 역사의 전진을 이루는 초석이 되리라 믿는다. 동시에 이 제도가 언론의 위축 효과를 가져온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언론의 자유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접점을 찾아 더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법안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윤석열 정권은 2년 내내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들을 노골적으로 탄압했다. 공영방송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해 방통위는 물론 검·경 수사기관과 국민권익위에 감사원까지 총동원했고, 정권에 비판적인 기자들과 언론사들을 수시로 압수수색 했다. 많은 국민들이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이번 선거의 많은 당선인들이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개혁을 제1순위 과제로 꼽고 있다. 저 또한 두 위원회의 개혁을 22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주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모쪼록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이번 국회에서 국민께 위임받은 입법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동료, 선후배 기자들이 탄압받지 않고 오직 진실만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내고 싶다.”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보나.
“이번에 선거에 출마해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특정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이 굉장히 심각했다. 언론사가 특정 정치 세력을 돕는 보도를 하거나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기자들이 의도적으로 편향적인 보도를 할 경우,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사회적 분열까지 야기될 수 있다. 언론의 자유와 함께 언론의 신뢰도를 높이고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기자와 편집진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언론사 자체적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자료출처와 보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후의 방법으로 언론의 자유와 책임성이 균형을 이루는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선 의원의 각오를 들려 달라.
“오직 민생을 중심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겠다. 국회의원은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이 사용하는 일꾼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국민을 위해 있어야 할 곳에 있고,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하고, 할 말은 꼭 하겠다는 각오로 의정활동에 임하겠다.”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