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주니어급 기자들이 “우리 모두는 회사원이다. 하지만 그 전에 기자이고, PD이며, 직군과 상관없이 우리 모두 ‘언론인’”이란 입장을 담은 연명 성명을 냈다. ‘시경 캡’ 교체 후 해당 보직을 맡을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인선에 난항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김백 사장이 구성원에게 “1차적으로 우리의 신분은 회사원” 등 회사원으로서 직분을 강조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전해지며 기자들로부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 맥락이다.
YTN 2~6년차 주니어급 기자들(19기~23기)은 2일 연명 성명을 통해 “맞다. 우리 모두는 회사원이다. 하지만 그 전에 기자이고, PD이며, 직군과 상관없이 우리 모두 ‘언론인’”이라며 “1차적인 신분이 회사원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회사원이라는 신분으로 살고 싶었다면 YTN에 입사했을까. 언론인이 되기 위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공부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른 새벽에 하루를 밝히고 저녁도 없는 삶을 버텨내는 건 우리가 언론인이기 때문이지, 회사원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자신의 기사를 쓰고 자신의 프로그램을 만들며, 자신의 역할을 하는 독립된 주체이지 회사의 부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성명에 따르면 현재 YTN ‘시경 캡’은 공석이다. 24시간 뉴스를 전하는 보도전문채널에서 사회부 사건팀의 수장 자리가 비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캡을 ‘패싱’한 지시, 이해할 수 없는 보도 방향, 주체도 알 수 없는 기사 꽂아넣기, 저연차의 비취재 업무 동원, 보도 필요성과 질보다 '무조건 개수'를 부르짖는 지도부” 등에 대해 문제제기하던 캡이 교체됐고 회사는 이후 후임자를 물색했지만 난항을 겪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7월1일 확대 간부회의에서 김 사장이 한 발언이 내부에 공유되며 반발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김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적극적으로 잡으려는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 기자, PD, 그리고 다양한 직군이 있지만 1차적으로 우리의 신분은 회사원이다. 1차적인 직분을 다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노조원, 기자협회 회원, 어떠한 단체의 역할도 있겠지만 그런 다양한 역할에 비해 가장 중요한 것은 1차적 회사원 신분이다. 맡은 역할에 충실히 대처하고 회사가 주요 역할을 부여하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니어 기자들은 성명에서 “사장이 언급한 '1차적인 직분'은 이번 인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우려를 더욱 짙게 한다”면서 “문제제기하던 캡이 채 3개월도 안 돼 교체되는 상황에서, 비상식에 동참할 사람이 있겠나.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회사원’으로서의 역할을 우선하지 않아서라는 엉뚱한 진단을 내리는 몰염치함이야말로 인사 난항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차적인 신분이 회사원이라는 건 누구의 생각인가? 사장의 생각이라면, 기자 출신이라는 스스로의 과거에 부끄럽지 않은지 돌이켜보시기를 권한다. 대주주의 생각이라면, 그런 생각은 YTN 말고 다른 계열사에서나 접목하시라는 제언을 드린다”고 부연했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사장 발언이 공유된 7월1일 성명을 통해 ‘시경 캡’ 공석 사태의 원인이 노조에 있다는 사측 인사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성명에 따르면 최근 사측 고위 인사는 사건팀 캡을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배경에 노조가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캡할 경력기자를 뽑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는 설명이다. YTN지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 근거가 있다면 하나라도 제시하라”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단 한 명에게서라도 나온다면 현 집행부는 사퇴하겠다”며 사측의 인식을 비판했다.
YTN지부는 “보도국 인사 난맥상을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니 보도국이 제대로 돌아갈 리 있겠는가”라고 적시했다. 이들은 “밤낮없이 사건사고 현장을 지키고, 기획기사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신입 기자 교육까지 하는 사건팀 캡은 ‘주요 역할’이다. 그런 영광스러운 ‘자리’를 아무도 맡지 않는다고 하니 이유가 궁금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찾은 답이 ‘노조 탓’이고 해법은 ‘1차적으로 회사원’임을 자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은 참담하다. YTN에 캡할 능력 있는 기자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선뜻 손들지 않는다. 후배들을 ‘니편내편’으로 가르고, 한두 달에 한 번씩 인사 발령 내는 경박한 리더십 아래에서 누가 일하고 싶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김백 YTN 사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YTN에서 마케팅국장, 경영기획실장, 보도국장, 상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YTN 낙하산 사장' 논란 당시 반대 투쟁에 나선 기자 6명을 해고하는 등 33명을 중징계할 때 인사위원이었다. 보수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의 초대 이사장을 지냈고, YTN 민영화와 함께 지난 3월 사장으로 선임됐다.
※당초 기사 첫 문장 "‘시경 캡’ 교체 후 후임 인선에 난항을 겪어온 상황에서 김백 YTN 사장이 기자, PD 등 구성원에게 ‘회사가 역할을 부여하면 적극 받아들이고 언론인 이전에 회사원으로서 직분을 다하라’고 말하며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를 8일 오후 수정. 기사 출고 이후 YTN에서 김 사장이 '언론인 이전에 회사원'이라 발언한 적은 없다는 입장 및 설명 등을 전해오며 반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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