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독자 심신·건강 어루만지는 '힐링 콘텐츠'

중앙 '더, 마음', 한국 '터치유', 조선 '오! 건강'… 유료화·버티컬 실험

심신의 건강을 다루는 콘텐츠들이 최근 몇 년 새 주요 언론 디지털 부문에서 새롭게 시도되고 있다. 부쩍 수요가 커진 ‘마음 건강’ 분야에서 유료화, 버티컬 매체 가능성이 실험되고 있다. 신문에 담겨온 기존 건강 콘텐츠도 영상‧디지털기획으로 재탄생되거나 특정 타깃을 겨냥해 전문화‧세분화되는 모양새다.

중앙일보는 올 하반기부터 유료 플랫폼 ‘더중앙플러스’에서 ‘더, 마음’ 시리즈 유료 연재를 시작했다. 부부 사이, 노년 대비, 배우자 우울증에 대한 전문가 솔루션을 제공한 ‘더, 마음’ 인터뷰, 돌봄현장 종사자의 외고를 담는 ‘눈물콧물 요양보호사 24시’를 내세웠다. “마음챙김, 명상, 정신건강, 행복한 삶”과 “인문,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까지” 타깃 독자군을 건강에서 취향 영역까지 확대해 잡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공감과 위로’에 집중한 콘텐츠로 특화한 측면이 엿보인다.


실제 올해 상반기 무료 플랫폼 ‘더중앙’ 사이트에서 ‘마흔 공부’ 인터뷰(유명인들의 마흔을 위한 조언), ‘반차쓰고 마음투어’(마음챙김 공간 추천), ‘마음 책방’(정신건강 책 리뷰)을 선보였는데 특정 연령대 고민, 관심사를 아우르며 높은 조회수, 공감 피드백을 받았다.


‘마흔 공부’를 연재한 선희연 중앙일보 P2팀 기자는 “한국 중위연령이 40대로 올라간 현상을 보고 기획했다. 인생 후반전을 잘 맞으려면 방향과 속도를 점검해야 할 텐데 인생철학, 가치관, 정신건강, 신체건강, 인간관계, 커리어 등 키워드에 맞춰 섭외를 했고 매회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반응이 뜨거웠다”고 했다. 이어 “‘눈물콧물 요양보호사 24시’엔 본인의 사연을 적는 댓글도 많다. ‘작년에 아빠가 하늘의 별이 되셨는데 많이 그립고 글이 고맙다’는 반응이 기억난다. 각자 상처를 꺼내 스스로 위로하는 계기가 될 글을 많이 발굴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마음 건강’을 ‘터치유’란 브랜드로 버티컬화 한 한국일보에선 ‘진단과 해법 제시’를 통한 차별화가 나타난다. 2023~2024년 본격 버티컬화 과정을 거치며 기사, 뉴스레터와 더불어 별도 사이트를 마련했다. 여기서 제공되는 콘텐츠들은 모두 정보전달을 넘어 구체적 해법을 제시한다. 예컨대 진단 테스트, 상담 등으로 개인의 마음 회복을 돕는 ‘치유 레시피’ 2회차 콘텐츠(‘악플세탁소’)의 경우 악플 사연을 익명으로 받고, 한국NVC센터와 협업해 조언을 전하는 식으로 꾸려졌다. ‘콜 포비아’(전화 공포증)를 다룬 5회차에선 상사, 식당, 민원, 거절하기 상황별로 당당하게 전화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디지털을 통해 ‘에코라디오’, ‘속닥’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포맷을 적극 도입한 특징도 있다. 각각 오디오, 숏폼영상으로 마음치유를 돕는 현 콘텐츠는 신문만으론 줄 수 없는 경험, 오감을 주려는 의도를 지녔다. 현재 2045 여성을 타깃이자 주 이용자층으로 두고 있으며 그간 경험과 데이터상 남성보단 여성에서 관련 콘텐츠 수요가 컸고 독자 충성도가 매우 높았다는 설명이다.


손성원 한국일보 기자는 “제일 충성도가 높을 뉴스레터 독자들의 경우 오픈율과 클릭률(열어본 사람 중 본문 링크 클릭 비율)이 거의 일치한다. 버티컬 홈으로 들어와 디지털 프로덕트 ‘치유레시피’까지 유입되는 비율이 1, 2회에 비해 3~5회차에선 평균 2.2배가 되며 ‘충성소비’ 비율이 빠른 시간 내 큰 성장도 보이고 있다”며 “‘악플세탁소’를 하면서는 독자들로부터 저를 걱정해주는 피드백을 다수 받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마음 건강’은 잠깐 뜨고 지는 분야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힐링이나 위로를 넘어 넓은 사회적 차원의 정신건강 문제까지 시장도 넓다”면서 “전문가의 관점과 독자의 관점, 언론의 관점을 어떻게 녹일지 고민이 크고 늘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마음 건강이 기존보다 어린 세대를 겨냥한 새 건강 콘텐츠로 언론에서 주목받는 것과 별개로 질병예방, 식습관, 병원 및 의사정보를 전하는 콘텐츠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신문에 여전히 실리는 헬스섹션, 건강칼럼 등은 신문 주요독자와 겹치는 베이비부머, 고령층의 관련 정보 수요를 방증한다. 이에 따라 기존 건강 분야를 유튜브 영상 등으로 바꿔 접근성을 높이거나 자체 콘텐츠 풀에서 유의미한 영역으로 구축하는 시도도 지속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강 유튜브 채널 ‘오건강’에 ‘오늘의 건강 꿀팁’, ‘우리가족 오건강’ 등 다양한 건강 콘텐츠를 늘려왔다. 타깃과 주 이용자층이 “35세 이상”인 채널은 올초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채널유입을 목표로 ‘너와 나의 F코드’(너나코, F코드는 질병분류 기호 중 정신질환)를 새로 추가하기도 했다. 8월부턴 신규 프로그램 '글쓰는 닥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콘텐츠 전반에선 언론 신뢰도와 네트워크 역량에 기반해 ‘전문가가 전하는 건강정보’를 지향하고 성과를 거둔 점이 눈에 띈다. 자사 김철중 의학전문기자가 진행하는 콘텐츠 ‘이러면 낫는다’가 대표적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현직 의사를 초청해 직접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 채널 구독자 수가 4만3000여명 증가했고 조회수, 시청시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숏폼 틱톡에서도 1200명 팔로워를 모았다. 상당 콘텐츠가 개편을 거쳐 중단됐지만 해당 코너는 여전히 건재하고 병원, 의사의 콘텐츠 제작 협업 제안도 늘고 있다. 8월부턴 신규 프로그램 '글쓰는 닥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선일보 유튜브 자회사 스튜디오광화문의 전현석 대표는 “채널 주제 선정부터 출연자 섭외, 신규 콘텐츠 기획, 콘텐츠발행 시기까지 조선일보 편집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언론 경쟁력은 신뢰도에서 올 텐데 의학건강 분야는 더 그렇다. 김철중 기자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의학 분야 전문기자인데 이 전문성이 프로그램 품질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각 분야 최고 명의를 섭외하는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로 넘어간 건강 콘텐츠에선 전문화, 세분화 경향이 나타난다. 2021년 1월 출범해 2023년 말 기준 5만여명 구독자를 보유한 헬스조선의 당뇨 뉴스레터 ‘밀당365’는 사례다. 매주 3차례 발행하는 뉴스레터는 당료 관련 의학정보, 식단정보를 제공하며 현재까지 519번의 편지를 발송했고 앱으로도 만들어졌다. 암 이야기를 전하는 뉴스레터 ‘아미랑’도 같은 궤에 놓인다. 건강정보를 넘어 ‘활력 있는 삶’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인물’, ‘운동’을 조명하는 시도도 나온다. 일례로 디지털편성표를 운영 중인 동아일보에선 기자들의 전공이나 전문성을 바탕으로 심신의 건강, 운동 이야기를 다루는 여러 디지털 기획이 나오고 있다. 스포츠선수의 운동‧재활기를 담는 ‘이헌재의 인생홈런’, 심리학을 스토리로 푸는 ‘최고야의 심심토크’, 일반인의 운동기를 소개하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등이 대표적이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