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노사 한목소리로 "대주주 능인선원, 떠나라"

[전 사원 참여 비대위, 상경 기자회견]
대표이사 뺀 모든 구성원 뜻 모아
대주주 면담 요청했으나 일체 거부

자본잠식에 기업 존속가치 사라져
비대위 "대주주 강제분리만이 해법"

국제신문 구성원들이 부도 위기까지 몰린 경영파탄의 책임을 물어 대주주 능인선원의 ‘축출’을 위한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국제신문 전 사원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서울 강남구 능인선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능인선원과 이정섭 원장 대리인의 경영 개입을 거부하고 국제신문 주도의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약속 이행은 물론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는 대주주와 “강제 결별하는 것만이 현재 경영 위기를 타개할 유일한 해법”이란 것이다.

국제신문 노사가 공동으로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 서울 강남구 능인선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능인선원과의 강제 ‘결별’을 위한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김고은 기자

이날 기자회견은 국제신문 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같이 투쟁을 결행했음을 알리는 첫 자리였다. 국제신문은 7일 사원총회를 열고 전 사원 결의로 비대위를 구성했다. 비대위 위원장은 노사 양측을 대표해 하송이 전국언론노동조합 국제신문지부장과 오상준 총괄본부장이 공동으로 맡았다. 이날 기자회견에도 오상준 본부장을 비롯해 최정현 편집국장, 정상도 논설주간, 손균근 서울본부장 등 통상 ‘사측’으로 여겨지는 간부들이 참석했다. 사실상 대표이사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의 뜻이 한데 모인 셈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앞서 9월29일 국제신문의 모든 국·실장이 대주주 이정섭 원장(법명 지광)을 만나 국제신문의 어려운 사정을 알리기 위해 능인선원을 찾았으나, 이 원장은 면담을 거부하고 호소문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국제신문 사태에 대한 위기의식은커녕 대주주로서 최소한의 의무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기자회견문에서 “능인선원이 경영에 개입한 2006년 이후 국제신문은 ‘나락’으로 떨어졌다”면서 “윤전공장 신설 등 이정섭 원장과 차승민 전 사장의 ‘짬짜미’로 실행된 사업은 국제신문 존속가치를 사실상 ‘0’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후 국제신문은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심각한 자본잠식에 빠졌다. 간부 직원들에 대한 임금 체불은 일상이 됐고, 9월에는 전 직원이 추석상여금을 받지 못했다. 퇴직금 미지급으로 회사 입출금 통장이 차례로 압류되면서 이제는 4대 보험료와 각종 세금, 사무실 임차료도 내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비대위는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추가로 대규모 퇴직금 압류가 진행되면 국제신문은 언론사로서 그 어떤 기능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제신문 노사가 공동으로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 서울 강남구 능인선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능인선원과의 강제 ‘결별’을 위한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김고은 기자

앞서 지난 5월 노조의 상경 투쟁 당시 ‘경영정상화까지 임금을 포함한 제반 비용의 부족분을 사주 측이 지원’하는 내용의 협약서에 서명한 능인선원은 그러나 이후에도 국제신문에 ‘자구안’을 요구하며 자금 지급을 미뤘다. 이에 노조는 7월 대주주 측을 사기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비대위 공동위원장인 오상준 본부장은 “부도 위기에 160명 직원이 직장을 다 잃을 판인데, 능인 측은 ‘기승전 자구계획’만 요구하면서 그들이 져야 할 책임에 대해선 회피하고 응답조차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제신문을 사랑하고 파국을 원하지 않기에 저희가 나선 것”이라며 “이 투쟁은 국제신문을 살리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비대위는 능인 측의 ‘조속한 매각’ 약속 역시 번번이 이행되지 않았다며 “강제적인 분리 절차 없이는 능인선원과의 결별도 요원하다”고 판단, 노사가 직접 매각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능인선원이 최후의 최후까지 지키려 한 ‘투자금 회수’를 좌초시켜 언론사 사주로서 의무를 저버린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도 연대사를 통해 “투자한 본전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국제신문을 지역 사회와 지역 독자들에게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국제신문과 능인선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지역 언론이 잘못된 자본 때문에 무너지는 현장에 대해서 전국의 보도 기능이 있는 언론노조 지·본부를 통해 이 사안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투쟁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신문 비대위는 능인선원 일요법회가 열리는 27일 전 사원이 참여하는 상경 투쟁을 같은 장소에서 벌일 계획이다. 정상도 국제신문 논설주간은 “오늘은 스무 명이 왔지만 다음 주는 200명이 올 수 있고, 그 뒤에는 부산·울산·경남의 800만 시민이 같이 올 것”이라며 “지광 스님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시라도 빨리 나서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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