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폄하·정치편향' 한정석 선방위원 사퇴

공언련 발기인 참여 이해충돌 문제도
공언련 대표 출신 김대회 위원…노조, 기피신청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폄하와 정치적 편향으로 논란을 빚은 한정석 재·보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위원이 결국 사퇴했다. 한 위원은 보수 시민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출신으로 이 단체가 제기한 심의민원 때문에 이해충돌 회피 요구도 받고 있었다. 한 위원 사퇴에도 선방위에는 공언련 대표를 지낸 김대회 위원도 있어 이해충돌 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8월 출범한 2024년 하반기 재·보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오른쪽에서 두 번째 한정석 위원. 왼쪽에서 네 번째 김대회 위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3일 “일신상의 사유”로 한 위원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한강 작가가 쓴 소설의 배경이 된 5.18민주화운동과 4.3사건을 폄훼하는 등 보수적으로 편향된 발언이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지 이틀 만이다. 선방위는 선거기간 방송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기구로 방심위가 구성한다.

KBS PD 출신인 한 위원은 8월 선방위원으로 위촉될 때도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고 야당을 일방적으로 비방하는 정파적 발언 때문에 논란을 불렀다. 한 위원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보수 유튜브 채널 ‘한정석의 자유TV’를 운영하기도 했다.

한 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내가 선방위에서 사퇴했으니 선방위 심의는 더 중도적이고 공정하게 될 것”이라며 국감에서 자신을 지적한 야당을 향해 비속어를 써가며 비난하고 “선방위 위원들의 정치적 중립이 의무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위원은 자신을 '극우'로 칭했다.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한정석 선방위원의 정치적 편향 발언.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한 위원에게는 이해충돌 문제도 제기됐다. 한 위원이 16일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보수 후보로 나선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단일화를 축하드린다며 조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한 위원은 공언련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는데 이 단체가 제기한 심의민원을 회피하라는 요구도 받았다. 한 위원을 추천한 단체도 공언련이다.

한 위원 사퇴에도 선방위에는 같은 공언련 출신인 김대회 위원도 있어 이해충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은 당장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공언련 대표를 지내고 있었다. 선방위는 24일 회의를 열고 공언련이 제기한 심의민원을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방심위 노조는 김 위원에 대해 기피신청을 제출했다. 노조는 기피신청 자격에 대해 "사무처 직원 128명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비롯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등 각 위원회 심의의 공정성 및 독립성을 실현할 의무가 있으므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4.10 총선 선방위에서 활동한 최철호 현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며 9월 과태료 처분이 필요하다는 국민권익위원회 판단을 받기도 했다. 최 이사장이 공언련 대표 출신으로 민원을 공언련이 제기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심의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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