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다음 달부터 토요일 신문 발행을 중단한다. 이를 대체할 새 섹션을 평일에 발행하고 금요일 근무 형태는 디지털 기사를 쓰는 데 맞추기로 했다. 한겨레 내부에서는 영향력 감소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우성 한겨레 대표이사 사장은 24일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다음 달 23일부터 토요판 발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토요일자 신문 발행 중단은 2010년 문화일보를 시작으로 2018년 서울신문, 지난해 경향신문, 올해 5월 세계일보에 이어 중앙일간지 가운데서는 한겨레가 다섯 번째다.
이메일에서 최 사장은 “종이신문의 미래를 자신 있게 말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며 “미디어라는 업종을 전환하지 않을 거라면 종이신문의 강력한 자장에서 벗어나 디지털 영토에서 새로이, 그리고 단단히 뿌리내리는 선택지가 남아 있다”며 토요판 폐지 이유를 밝혔다.
한겨레는 2012년 1월 르포르타주 같은 기획 기사와 만화, 칼럼 등으로 구성한 매거진 형태의 토요판 신문을 내면서 각광받았다. 금요일에 쓴 기사를 토요일 신문에 내는 형태에서 벗어나 주 5일 근무제로 쉬는 날이 늘어난 만큼 주말 동안 펼쳐 볼 색다른 읽을거리를 제공한다는 발상이었다. 정부는 2011년 주5일 근무제를 전면 시행했다.
한겨레는 기존 토요판 신문의 장점을 살려 타블로이드 규격의 24면짜리 섹션을 새로 만들고 이를 금요일 신문과 함께 배송할 계획이다. 새 섹션의 이름은 ‘.txt: 세상의 모든 텍스트’로 책과 지성, 교양 등을 주제로 삼는다. 토요판에 들어가던 ‘책과 생각’을 분리해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음식과 여행 등 여가와 문화를 다루던 ‘ESC’는 토요판에서 본지로 들어간다. 한겨레는 토요판 커버스토리에 배치하는 심층기획기사도 계속 만들어 내 주말 동안 온라인에서 읽힐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면을 줄이는 만큼 디지털 기사로 적합한 형태의 기사를 개발하고 근무 형태를 재편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한겨레 내부에서는 토요판 폐지 반대 의견도 나온다. 9월 노동조합이 내부 구성원 12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주 5일 발간 경영 방침과 개편 속도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58%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 이유에는 “청사진이 불분명한데 조급하게 시행한다”는 답이 42%로 가장 많았고, “매체 영향력 감소에 따른 독자 이탈”이 28%로 뒤를 이었다.
노조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노보에서 전하면서 디지털 전환은 시대 흐름에 맞긴 하지만 이보다는 신문 제작 비용을 줄이려는 이유가 주되지 않은지 우려를 나타냈다. 주 5일 근무제로 토요일에 신문을 읽는 인구가 줄면서 신문에 들어가는 광고 단가도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낮아졌다.
한겨레 사측은 당장 근무체계에 큰 변화는 없는 만큼 노조가 토요판 폐지 논의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신문 발행에 직접 관련된 직군이 금요일에 단축 근무를 한다면 임금이 줄 수 있고, 기자들은 한정된 지면용 기사를 쓰는 대신 금요일에는 제한 없이 온라인 기사를 쓰느라 근무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최 사장은 “여전히 공론화 정도가 미진하다 여기는 내부 여론이 존재한다는 점 잘 알고 있다”면서 “이미 7~8년 전부터 전전임, 전임 경영진 시절을 거치며 내부 검토와 논의를 상당히 진척시켜 왔다”며 충분한 준비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또 불안을 떨쳐 내 달라며 다음 달 초 사내 설명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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