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언론 예산 30억 가까이 또 싹둑… "공적기능 유지 의문"

국회 상임위 심사서 상당액 복원
작년처럼 정부안대로 될까 불안감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언론계 예산이 일부 삭감되며 언론의 공적 기능이 후퇴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 이미 관련 예산이 큰 폭으로 줄었는데, 이보다 더 삭감된 내년도 예산안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해서다. 일단 국회 상임위별 예비 심사 과정에서 예산 상당 부분이 복원되긴 했지만, 전년도의 경우 되살린 예산이 이유 없이 삭감되고 결국 정부안대로 확정된 전적이 있어 불안감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언론사들은 본회의 통과 전 관련 예산의 공적 가치를 강조하며 안정적인 재원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9월 초 내년도 예산안을 일제히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내년도 언론 관련 예산 상당액이 올해에 이어 또 다시 삭감됐다. EBS의 경우 ‘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 예산이 지난해보다 27억1000만원 줄어들었고, ‘방송인프라개선’ 사업 예산 역시 1억1200만원 감액됐다. 지난해 279억원이었다가 올해 50억원으로 줄어든 연합뉴스의 ‘정부 구독료 지원’ 사업 예산도 별도 증액 없이 50억원으로 편성됐다. 지역방송의 경쟁력과 다양성 강화를 위해 프로그램 등 제작 지원을 하는 ‘지역 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 사업은 6600만원 삭감돼 44억6400만원이 배정됐다.


반면 올해 삭감됐던 KBS의 ‘대외방송 송출지원’ 사업과 ‘대외방송 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은 모두 지난해 예산을 복원했다. 올해 각각 3억2300만원, 13억1800만원이 삭감됐는데 내년도 예산안엔 정확히 같은 금액이 증액됐다. 다만 대외방송 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은 국회 상임위별 예비 심사 과정에서 8000만원 줄어들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광복절 기미가요 논란, 뒤집힌 태극기 자막 등 (KBS가) 친일방송으로 변모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확한 특집 제작 계획 없이 특집제작 예산을 증액 편성했다”며 해당 증액 분을 감액해서다.


그러나 KBS를 제외하면 상임위 심사 단계에선 삭감된 언론계 예산 상당 부분이 복원됐다. 과방위는 EBS 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의 경우 인공지능(AI), 과학, 문학과 관련한 신규 프로그램 제작이 필요하다며 30억원을 추가 증액했다. 아리랑국제방송, 국악방송 지원에서 삭감한 예산을 지역 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 사업에 돌려 173억2800만원을 증액, 217억9200만원으로 편성하기도 했다. 또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재난 등 생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며 TBS에 라디오 콘텐츠 제작 지원비로 25억원을 신규 지원하는 내용도 의결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역시 예산 심의 과정에서 50억원으로 줄어든 연합뉴스의 정부 구독료 지원 금액을 총 254억4300만원으로 편성했다. 문체위는 “국가기간통신사의 지속적인 공적기능 수행 및 뉴스의 질적 향상을 위한 비용 보전이 필요하다는 여야의 공통된 인식이 있었다”며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204억4300만원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다만 상임위서 복원된 예산이라도 지난해의 경우 본회의를 통과하며 다시금 정부안만큼 줄거나 지원 목록에서 삭제된 전적이 있어 언론계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EBS 관계자는 “방송통신 시장의 환경 변화와 TV 수신료 분리징수 등으로 EBS는 비상경영의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영방송임에도 전체 예산의 70% 이상을 상업적 재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청자들을 위한 공적 가치를 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언론계 예산이 연속 삭감되면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사의 업무와 책임 영역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200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이 삭감됐던 연합뉴스는 실제 올해 해외 특파원과 다국어뉴스부 인력을 각각 23%, 31% 가량 축소했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저희가 정부를 대신해 수행하는 공적 기능이 있고, 그에 대한 순 비용을 보전 받는 개념으로 정부 구독료를 받는 것”이라며 “특히 외국어 뉴스나 국제 뉴스, 지역 뉴스 제작은 사실상 비수익 사업들이다. 50억원은 좀 많이 부족하고 순 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정부 예산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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