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되는 방송비평 절실" 한 목소리

방송의 날 특집 현업 방송인 방담




  이강택 한국PD연합회장  
 
  ▲ 이강택 한국PD연합회장  
 
오는 3일 방송의 날을 맞이해 기자협회보는 지난달 27일 방송회관에서 이강택 한국PD연합회장(KBS PD)과 기자협회 성회용 부회장(SBS 기자)간의 방담을 가졌다.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증대되고 뉴미디어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겹치는 시기에 두 중견방송인은 정부의 방송정책에서 우리나라 드라마의 소재에 이르기까지 방송문화 전반에 걸쳐 폭 넓은 대화를 가졌다.





성회용=최근 방송인들의 관심을 끄는 뉴미디어의 시스템들은 통신업자들이 만든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그 본질은 전송기술인데 기술적인 면이나 정책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3인치 미만의 조그만 핸드폰 화면이 17인치 TV의 정보전달력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영상의 문제 등은 거의 논의가 없는 상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매체들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 돼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기반을 삼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이강택=전적으로 동감한다. 지금 개발 중인 몇 가지 기술의 우열에 대해 논쟁을 하는 것보다는 다매체, 다채널의 다양성이 강조되면 시장의 논리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룰’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 아마도 탈규제화가 되면서 다른 영역의 자본에게 진입을 허용하고 공공성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지는 효과로 갈 것이 우려된다. 공익을 위해 그런 세력을 규제할 시스템을 어떻게 준비할지 논의가 막 시작이 된 가변적인 상황이다.



성회용=우리가 간과하는 또 다른 부분은 방송의 본질적인 변화는 항상 있어왔지만 지상파 독과점, 매체 간 균형발전을 늘 이야기 하다가 그 틈새가 커져버린 느낌이다. 일부 대기업이 운영하는 PP의 경우 지상파가 이들에게 지불하는 영화 판권료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런 판권을 대부분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표면적인 정책목표만 집착을 하다가 대기업이 (방송)산업 내에서 성장하는 것을 모른 것이다. 벌써 지나친 ARS 등 문제가 나타나는 데 이들은 곧 PP기능을 넘어 인터넷의 기술까지 더한 후 ‘보도기능’까지 자신들의 영역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공익성과 어느 정도의 ‘기율’을 요구받는 공중파 방송과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선)방송의 매출이 점차 좁아져 따라잡힐 날이 멀지 않았다. 아마 곧 KBS의 매출액을 넘어서는 대기업 소유의 케이블업체도 나타날 것이다.



이강택=지상파와 비지상파는 공공성 구현이라는 것으로 나눠진다. 지상파와 달리 비지상파는 사적이익의 추구가 특징이다. 매체의 다양성이라는 주장을 다시 보면 그런 부분을 추구하는 이면이 있다. 우리는 실제로 공중파가 점점 취약해지는 상태다 KBS1,2는 절름발이 상태고, MBC는 광고에 따라 콘텐츠가 확 흔들리는 것이 바로 보인다. SBS도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인해 공중파로써 안 밖의 규제가 결여되고 부족한 상태다.



2000년에 방송법 개정 때 넣은 퍼블릭액세스 등이 제 기능을 하는지 의문이다. 편성규약도 선언적 의미정도다. 너무나 공공성이 취약하다. 그렇다고 향후 디지털방송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아직 고민하지 않고 있다. 지금 방송정책이 거대한 ‘복합미디어그룹’을 만드는 길을 터주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특히 시장개방까지 맞물려 사적자본의 이해와 강화가 나타날 것이 농후하다. 지금 이런 문제를 짚어 주지 않으면 편향될 것이다.



성회용=좀 더 추가를 하자면 현재 방송을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보고 방통융합을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한데 몇 가지로 방송시장도 분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첫째, 수용자를 중심으로 콘텐츠 가치에 따라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프로그램의 수출이나 외국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한 문화상품으로, 셋째는 기업으로 광고판매를 중심으로 볼 수 있다.



공익성을 포함해 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할 논의가 있고 나서 새로운 매체와의 융합이 논의가 돼야 한다. 좀 전에 열거한 방송에서의 ‘시장’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금기’로 된 상태에서는 깊이 있는 논의가 힘들다.


  성회용 기협 부회장  
 
  ▲ 성회용 기협 부회장  
 

 

이강택=최근 방송과 관련해 언론개혁 차원에서 논의되는 방법과 기간에도 문제가 있다. 국회가 ‘언발위’를 통해 개혁을 한다고 하는데 방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큰 문제가 많은데 이를 3개월 안에 처리하겠다는 것은 문제다. 의제가 ‘방통위 관련’ 하나인데 방송과 관련된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 규제기관들의 영역확장이나 이기주의를 위한 특정세력의 힘이 반영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성회용=현재 뉴스와 보도교양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보면 형편없는 상태다. 급박한 시사적인 문제일 때는 1주일 만에 다큐멘터리 1편이 뚝딱하고 나온다. NHK나 BBC의 보도, 탐사 프로그램에 쏟는 돈과 인력을 보면 우리는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순간적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기술만 발전하고 기자나 PD가 진실과 본질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끝까지 취재를 할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한 관심은 없다. 솔직히 우리와 비슷한 민주화와 경제력을 지닌 나라와 비교해 볼 때 공중파의 공익성은 높고 독과점도 심하지 않은 상태로 본다. ‘공중파는 크니까 손을 본다’는 논리는 좀 그렇다.



이강택=두 가지 측면이 있다. 공정성 측면과 현장성 측면이다. 현장성은 우리가 유선방송이나 인터넷으로부터 수용을 해야 할 듯하다. 지상파의 ‘공정성’은 이미 냉전구도 해체 후 크게 발전을 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이 돼가면서 적극적으로 수용된 것이 방송분야다. 보수신문과 차별되는 ‘중도’까지는 왔다. 방송은 이제 조·중·동과는 차별이 된다. 일의 체계성이나 자율성도 나아지고 있다. 물론 좀 더 차분한 시선으로 사실이나 진실을 확인하고 추적해야 할 면도 있다.



성회용=케이블과 위성가입자를 합치면 벌써 1천2백만이다. 시청자가 아니라 가입자 수가 그렇다. 1천만 가구이상이 다매체중 하나로 공중파를 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 더 이상 공중파를 강제하여 보는 시기가 아니다. 이는 콘텐츠의 질로 승부를 하는 시대가 왔음을 뜻한다. 좀 전에 언급을 했지만 개별 PP는 작아도 거대기업이 뒤에 있다. 우리나라 가장 큰 방송국의 연매출이 1조4천억인데 그들은 매출액이 몇 조씩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 시민단체도 너무 정치적인 논리에 함몰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강택=경쟁 상태에서 간과하면 안 될 것이 ‘공중파’의 의미다. 공중파는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공정성과 건전한 웃음이 그 핵심일 것이다. 지상파가 충분히 차별성과 다변성을 획득하지 못하는 분야도 솔직히 있다. 그런 분야를 다른 여러 매체들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보강하자면 원소스 멀티유스에 우리 방송의 콘텐츠들의 수준이 따라가는 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시의성 있는 보도물 등은 다르나 다큐나 드라마는 나중에 돌이켜 볼만한 콘텐츠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그 이유는 콘텐츠들이 그 시점에 특정한 요구에 의해 만들어져서 자체적인 생명력을 가진 것이 드물다. 그때그때 요구에만 응해왔다.



성회용=우리나라는 선진방송의 모델이 되는 나라들보다 자원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도 분야도 특파원, 언어문제 등 어려움이 크다. 외신을 예로 들자면 우리시각으로 보는 것이 부족하고 외신보도의 인용비율이 무척 높다. 과연 기자나 PD가 외국보다 수준이나 능력이 떨어지냐면 그런 것은 또 아니다. 다큐멘터리를 예로 들면 BBC는 1년에 한 PD가 두 작품을 한다. 6개월 공부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 수준이 된 다음에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이강택=콘텐츠 문제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 솔직한 입장이다. 어려운 것을 하려고 하면 힘드니까 하지 말고 다른 것 만들라는 때도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PD간에 죽어라고 경쟁을 시키는 식이다. 이와 관련된 문제인데 2000년 외주정책 변화와 프로그램 다양성을 이유로 2천5백억원을 독립제작사에 지원했다. 지난 4년간 총1조원 규모다. 이 돈은 다 어디로 가고 또 ‘외주채널’ 설립 이야기가 나온다.



성회용=최근 논의가 되고 있는 보도피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도 문제가 없지 않다고 본다. 방송은 신문보다도 많은 심의과정을 거치고 있고 문제가 되고 있는 몰래카메라 기법에 의한 취재도 정말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예전에 비해 자제되고 있다. 이를 주로 이용해야하는 것이 탐사·고발 분야의 보도나 다큐멘터리이고 그 대상이 되는 ‘공인’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아직 부정확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강택=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하나는 방송제작을 하는 현장에서의 어려움인데 유사종교 집단이나 비리관련자를 추적할 때 취재대상이 이를 악용한다는 점이다. 집 앞에서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고 잠적했다가 방영불가 가처분 신청을 하거나 ‘주거침입’으로라도 괴롭힌다.



더 큰 문제는 ‘징벌적 배상’제도가 배심제를 기본시스템으로 법체계에서 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고 민사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우리 법체계와 다른 방식을 억지로 끼워 넣어서 언론의 탐사보도를 위축시킬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현장에서 “복잡하고 위험하다. 하지마라”는 일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



성회용=좀 ‘마이너’ 한 문제인데 방송 중 일어난 단순한 사고를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는 것은 신문의 오탈자에 해당하는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과 같다. 사내에서는 ‘꿀밤’ 한대로 끝난 일이 밖에서는 큰 논란이 인다. 이제 그런 문제는 99.9% 단순사고임을 시청자들이 이해해 줬으면 한다.



이강택=일본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다양한 소재와 내용을 다룬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남녀간 애정문제가 중심이지만 일본은 특정한 직업이나 직종을 다룬 드라마나 독특한 분야를 깊이 있게 다룬 다큐멘터리가 많다. 우리나라는 그런 드라마가 반응을 얻기 어렵다. 만드는 쪽이나 보는 쪽이 대부분 똑같이 학교만 다녀서 체험과 폭이 넓지가 않다. 청소년 드라마를 만들면 학교이야기 밖에 할 게 없다. 커서도 다 비슷비슷하게 산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다양성을 키우는 일도 방송이 해야 한다고 한다. 정말 힘들다.(웃음)



성회용=결국 다원성의 문제라고 본다. 방송이라도 영역을 넓혀 가기가 쉽지 않은데 비판은 또 무작정이다. 이슈가 나타나면 다 몰려가는 우리도 문제지만 학계나 시민단체의 비평도 “저 쪽 (방송국)은 다 했는데 너희는 안했다”고 비판하고 다 같이 하면 또 “역시 획일적이다”라고 문제를 삼는다. 심지어 신문과 방송은 엄연히 다른 매체인데 같은 잣대로 분석을 한다. 공익성과 다원성은 사실 상충되는 면이 있다. 이제는 두드리기만 하기보다는 약이 되는 방송비평이 절실하다.



이강택=우리가 나눈 대화가 방송 현업자들의 넋두리로 들릴 수도 있고 물론 우리의 잘못도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도 돌아볼 틈이 없는 구조다. 현실이 그렇다. 이제는 제작자들이 보고 느낀 것으로 양심적으로 만드는 구조가 돼야한다.



정리=손봉석 기자 [email protected] 손봉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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