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선진국이라는 유럽 각국의 미디어 비평은 상호 존중을 전제로 매체간 견제가 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의견과 사실을 명확히 구분하는 전통에 따라 유럽의 언론사들은 상대 언론사의 정치적 주장에 대해서는 비평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언론윤리에 어긋나는 부분에 한해서는 철저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편집자주)
영국, ‘가디언’ 가장 왕성
영국은 방송의 경우 BBC 라디오의 ‘FeedBack'이라는 30분짜리 자체비평(옴부즈만)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 말고는 정기적인 비평 프로그램을 접하기 어렵다.
신문의 경우는 ‘인디펜던트’, ‘가디언’ 등이 주간으로 월요일자에 방송과 신문 내용 중 중요한 것을 비평하는 섹션이 있다. 특정 프로그램을 비평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다 전반적으로 주간 이슈를 쟁점화하고 논의하는 칼럼 수준의 글이 많다. 현재 ‘인디펜던트’의 방송비평은 전 BBC사장 그렉다이크가 담당하고 있다.
‘타임즈’는 ‘데일리 텔레그라프’와 마찬가지로 상업적인 방향으로 지면이 구성되는 경향이 있어 미디어 비평 섹션은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가디언’의 경우는 20여년이 넘게 가장 왕성한 비평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매일 타 주요 신문의 뉴스를 브리핑하면서 기사를 많이 인용하거나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가디언’ 인터넷판 미디어면의 ‘Comment and Analysis’는 주간 미디어 비평을 게재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윤경원 영국통신원은 “주관적인 관점으로 상대 매체를 비판하고 시청자를 가르치려 드는 계몽적 접근의 프로그램은 영국에 없다”고 밝혔다.
독일, 일반화된 미디어비평
독일은 5대 전국일간지를 비롯해 중간규모의 신문들도 미디어면을 제작하고 있다. 고정적으로 거의 매주 미디어 면을 발행하는 5대 전국일간지는 ‘프랑크프루터 룬투샤우’, ‘쥐드도이췌짜이퉁’, ‘프랑크프루터 알게마이네 짜이퉁’, ‘디 벨트’, ‘디 타게스짜이퉁’ 등이다.
주제는 매체정책, 산업, 프로그램 비평, 언론인, 뉴미디어 등 거의 모든 미디어 주제들을 다루고 있고 방송 쪽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 자사 또는 경쟁신문에 대한 비판적 기사는 흔하지 않다.
TV의 경우는 공영방송 두 개 채널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데 KBS의 ‘미디어포커스’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북부독일방송 ‘NDR’의 ‘ZAPP’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과 최경진 교수는 “독일의 공영방송은 지난 30여년 동안 단 몇 차례의 짧은 공백기간만을 제외하곤 시청율의 고저에 관계없이 꾸준히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며 “갈수록 비평 강도가 약화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공영방송의 공익성 추구노력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독일기자협회가 월간으로 발행하는 ‘저널리스트’라는 간행물은 150여쪽의 분량으로 언론 전반에 걸친 심층적인 비평과 분석을 행하고 있다.
프랑스, 정치적 주장 비평 안한다
프랑스는 방송의 경우 교육채널 ‘France5’의 ‘화면정지’라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방송만을 대상으로 하며 신문은 다루지 않고 있다.
신문의 경우는 대체로 미디어면을 운영하고 있지만 상호간 기사 비평은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적 주장에 대한 비평은 찾기 힘들다. 단지 특정 기사나 보도가 보도윤리를 위반하였거나 허위사시 등으로 법적인 문제를 유발할 경우는 관련 사실 위주의 보도가 이루어진다.
대부분 주요 신문들이 독립된 미디어면을 매일 1면씩 발행하는 가운데 ‘르몽드’는 저널리즘에서 매체 산업에 이르는 모든 형태의 미디어 뉴스들을 다루고 있다. 방송 및 외국의 언론에 대한 비평 기사가 자주 개제되는 반면 프랑스 내 일간지에 대한 비평은 보기 힘들다.
‘리베라시옹’도 미디어면을 제작하는 데 최근 로몽드에 대한 기사 비평의 빈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피가로’도 별도 경제섹션 속에 ‘미디어 및 광고’면을 제작, 미디어 산업에 관한 뉴스만을 다루고 있으며 비평은 찾기 어렵다.
한국언론재단 박진우 프랑스통신원은 “예컨대 ‘르피가로’가 이라크 전쟁은 정당하며 미국을 지지한다는 사설을 발표하였지만 그 기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미디어 비평의 형태로 행하지는 않는다”며 “이는 사실의 영역이 아닌 의견 영역이라는 오랜 ‘정치신문’, ‘당파신문’의 프랑스 언론이 지닌 전통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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