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사주 마음대로 폐간할 수 없다"

울분 속 '제호 회수' 강한 의지
폐업현장 스케치




  충청일보 사옥 현관 앞에 설치된 농성천막.  
 
  ▲ 충청일보 사옥 현관 앞에 설치된 농성천막.  
 
충청일보 사옥 현관 앞에는 사주의 일방적인 폐간과 폐업에 반대하는 노조원들의 농성천막이 설치됐고 노조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의 벽보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사측이 노조 사무실 외에는 대부분 문을 폐쇄한 상태라 몇몇 조합원들과 건물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트럭 한대가 사옥마당에 주차한 후 윤전실에서 잉크를 꺼내 싣기 시작했다.



한 기자가 “사주가 70만원의 고의 부도를 내 잉크회사가 잉크를 회수하는 것”이라며 “지난 24일에는 단전이 됐고, 신문용지도 벌써 업체에서 회수해 간 상태”라고 밝혔다. 옆에 있던 한 조합원은 “사측이 원가를 낮춘다며 너무 질이 낮은 종이를 써서 윤전실 직원들이 무척 힘이 들었다”며 “오죽하면 종이회사에서 ‘우리야 팔아서 좋지만 이런 종이로 신문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말까지 들었었다”고 덧붙였다.



노조 사무실에서는 폐업전 간부들이 사주에게 선물한 유명화가의 동양화를 반환해 달라는 공문을 작성하고 있었다.



한 노조간부는 “회사에 걸려 있던 회사재산을 사주에게 충성심을 보이려고 갖다 바쳤다”며 “현재 이 사옥도 원래 회사의 소유였다가 사주의 재산으로 옮겨져 임대료를 매달 2천만원이나 냈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 사진기자는 “너무 억울해서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며 “나는 사진기자라 그래도 덜 했지만 취재기자들은 광고영업 때문에 스트레스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매달 개인별로 광고영업실적을 조사했다”며 “회사가 주최한 행사표도 1백장씩 팔고 연감도 1백부, 2백부씩 팔러 다닌 것이 충청일보의 실상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기자는 “출입처나 취재원들이 ‘기름값이나 하라’고 주는 돈을 받지 않으면 기자가 움직일 돈도 없는 것이 충청일보의 사정이었다”고 고백하고 “그 보다 더 끔찍하고 괴로운 것은 광고나 다름없는 황당한 기사를 쓸 것을 강요당하는 사내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조합원들은 폐업 이전부터 70일이 넘게 투쟁을 지속해 오며 지쳐있었지만 제호 회수와 재창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모두들 밝은 눈빛으로 ‘도민주신문’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그들은 58년을 이어온 ‘충일역사’를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위기를 극복해 신문다운 신문을 만들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굳게 잠긴 충청일보 편집국으로 들어가는 문 옆엔 “신문은 사주가 마음대로 폐간할 수 없다”는 글이 붙어 있었다. 손봉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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