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보 선정 2004 언론계 10대뉴스

경영악화… 구조조정… 파산… 고통 많았던 한해
지역신문지원법 통과·AJA 출범 '희망'의 소리도




  지난 8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언론개혁 입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사진=연합뉴스)  
 
  ▲ 지난 8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언론개혁 입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사진=연합뉴스)  
 
‘다사다난’(多事多難). 2004년은 말 그대로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진 한해였다.

신문시장은 일부 메이저신문을 제외하고는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위기를 겪는 수난의 1년을 보내야 했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믿음은 스포츠신문 ‘굿데이’의 부도와 함께 끝났고 지금도 몇몇 일간지들의 위기설이 계속되고 있다. 방송계 역시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광고의 급격한 감소와 더불어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다양한 뉴미디어의 출현까지 이어져 앞으로는 단순한 콘텐츠 공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스며들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한국 언론계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되돌아본다.



<언론관련 법안 ‘끝없는 공방’>



언론개혁과 신문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언론관련법안’은 지난 97년부터 시민·언론단체의 요구가 계속 이어져 올해 국회통과가 기대됐었다. 하지만 지난 14일과 16일에 잇따라 열린 공청회마저 여야간 정쟁으로 인해 파행운영 되는 등 연내 제·개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열린우리당은 신문사의 시장점유율 규제를 구체화해 한 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30%를 넘거나 3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60%가 넘을 경우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공정거래법상의 규제를 받도록 하겠다는 신문법과 방송법, 언론피해구제법 등의 법안을 당론으로 확정한 상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를 ‘특정신문에 대한 탄압’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며 한나라당이 발의한 ‘신문자유법’은 공정보도를 위한 편집권독립이나 독자의 알권리 보다는 사주의 자유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시민·언론단체들로부터 듣고 있다.

언론사들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법안에 대한 찬·반 논조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한편 언론개혁국민행동(상임공동대표 김영호·이명순)과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현재도 국회 정문 앞에서 ‘3대 언론개혁입법’의 빠른 통과를 촉구하며 천막철야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신문사 구조조정 확산>



신문업계에 장기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매섭게 불어 닥친 한해였다.



각 사별로 장기불황에 대한 자구책으로 시작된 구조조정(명예·희망퇴직)은 서울신문 한겨레신문 한국일보뿐 아니라 조선일보에까지 그 여파가 미쳤다.



특히 신문판매에 있어서 타사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조선일보조차 초유의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구조조정이 특정사만의 문제가 아닌 신문업계 전체의 현안으로 등장했다.



또한 이번 구조조정이 내년도 광고시장의 불황 전망과 맞물리면서 올해의 경우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신문사에선 벌써부터 추가 구조조정을 계획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 적극 나설 태세다.



한겨레는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1차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14일부터 17일까지 ‘2차 희망퇴직’신청을 받았으며, 서울신문도 이번 주부터 추가 명예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신문사들이 경영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구조조정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 또한 많았다.



<언-언 갈등 심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언론매체 간 상호 비평이 활발했던 한해였다.

이 때문에 언론사 상호간 비판을 금기시하던 과거 보도태도와 달리 자사 매체를 통한 타 매체 비평이 증가하면서 ‘언론사간 갈등’ 또한 눈에 띄게 많아졌다.



지난 10월 11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국정감사 중 제기한 MBC의 일산제작센터 부지 ‘땅투기 의혹’설이 SBS 8시 메인뉴스를 통해 보도되자, 다음날 MBC는 열린우리당 김재웅 의원이 지적한 ‘SBS의 세습경영’문제를 보도하면서 양사간 대립이 촉발됐다.



또한 SBS는 지난 10월 8일자 경향신문 ‘SBS에 고위층 자녀 상당수 입사’기사와 관련해 경향신문과 해당기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외에도 저작권문제를 둘러싼 연합뉴스와 CBS와의 갈등, 방탄 헬멧 실험을 놓고 MBC와 YTN간 신경전 등이 올해 ‘언론사간 갈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언론사 간 상호 견제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일부 사례의 경우 비평의 한계를 넘어 감정적인 대응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사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충청일보 노조가 지난 10월 18일 '위장폐업 저지 청주-서울 도보행진 출정식'을 가진뒤 천막에서 항의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충청일보 노조가 지난 10월 18일 '위장폐업 저지 청주-서울 도보행진 출정식'을 가진뒤 천막에서 항의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는 12월6일 전체회의를 열고 그동안 추천이 세 차례 보류됐던 SBS에 대한 재허가 추천 결정을 내렸다. 방송위는 그러나 SBS에 대해 매년 기부금 공제 후 세전이익의 15%를 공익재단에 출연할 것 등을 재허가 조건으로 달았다.



SBS에 대한 재허가 심사과정은 그동안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방송위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를 정상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지상파 방송은 전파라는 국민의 ‘공공재산’을 임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영방송이라도 공익과 공공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선례도 남겼다.



하지만 방송위는 6월말부터 5개월이나 시간을 끌고도 마감시한을 불과 25일 남겨 놓고 가까스로 ‘조건부 재허가’로 결정을 내려 소신이 없는 ‘미루기’와 정치권과 방송사에 대한 ‘눈치보기’가 작용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SBS도 재허가를 받는데 성공했으나 ‘물은 생명이다’ 캠페인과 관련해 모회사인 ㈜태영의 하수처리장 공사수주에 관한 의혹, 낙하산인사, 방송독립성의 훼손, 대주주 아들의 경영세습 문제 등이 연달아 보도돼 도덕성과 신뢰도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어야 했다.





DTV 전송방식을 유럽식과 미국식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방송업계와 가전업계를 축으로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까지 가세해서 계속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오다가 ‘미국식’으로 극적인 타결을 이뤄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노성대 방송위원장, 정연주 KBS사장,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등 4인 대표로 구성된 ‘DTV 비교시험추진 4인위원회’는 7월8일 회의를 열고 DTV전송방식을 현행 미국식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4인 대표위원회는 “방송방식의 변경은 많은 사회적, 경제적 비용 등이 발생할 것이 우려 된다”며 현재의 방송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의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97년 정통부의 ‘지상파방송 디지털방식 전환기본계획’이 수립되고 그해 9월 미국(ATSC)식 전송방식을 채택한 후 2000년 7월 방송기술인협회가 전송방식 재검토를 요구한지 4년여 만에 전송방식에 합의를 하게 됐다.





2004년 iTV와 충청일보 구성원들은 사주의 일방적인 직장폐쇄와 폐업으로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iTV(경인방송)대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은 ‘공익적 민영방송’을 요구해 온 노동조합의 요구에 맞서 12월13일 0시를 기해 지상파 방송국사상 최초의 ‘직장폐쇄’를 강행한 상태다.



방송위원회도 21일 “대주주가 방송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부족하다”며 iTV에 대해 재허가 불허 결정을 내렸다.



현재 노조는 성명을 내고 “동양제철 화학에 대한 퇴출결정이지 유일한 지역방송에 대한 퇴출결정이 아님은 명백하다”며 계속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58년 역사를 이어온 충청지역 일간지인 충청일보도 편집권 독립과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 9월 22일부터 노조가 파업을 결행하자 사측이 10월 14일 직장을 폐쇄하고 신문발행을 중단했다. 사측은 또 11월 1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충청일보의 폐업과 청산을 결의한 상태다.



충청일보 사측은 노조원 64명과 비노조원 48명 등 1백12명의 직원에게 정리해고 통보까지 한 상태지만 구성원들은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대주주를 상대로 ‘제호 찾기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다.



<스포츠지 경영악화·굿데이 파산>

2004년 신문시장에서 가장 큰 위기를 경험한 스포츠지들은 1년 내내 급여 및 인력 조정설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스포츠지 전체 광고시장이 평균 30% 이상 감소했고 무료지들과의 시장 경쟁에 밀려 가판 판매율도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자구책의 일환으로 언론사간의 연대도 나타났다. 모회사인 종이신문의 경영악화에 따라 스포츠지 온라인 회사들이 신생 포털사이트 파란닷컴에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굿데이의 경우 연초부터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급여를 삭감하거나 미지급 조치를 취하면서도 7월에 부도를 맞았고 12월에 최종 파산 선고를 받았다.



스포츠지들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지면개편과 감면 등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애썼으나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기 탓에 명예퇴직과 무급휴직 등의 인력 조정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퇴직한 스포츠지 기자들은 포털 뉴스 시장으로 이동해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기도 했다.



굿데이의 파산으로 인해 스포츠지 시장 전체 분위기가 침체돼 있지만 2005년도 경기 전망에서도 낙관적이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스포츠지들의 구조조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11월 17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04 동아시아기자포럼’  
 
  ▲ 지난11월 17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04 동아시아기자포럼’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통과>



16대 국회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3월 2일 지역신문발전법이 통과됐다. 이 법은 6년 한시법으로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지역신문발전기금 등을 설치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지역 신문사에 기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 통과 이후 지역신문발전법 시행령 제작을 위해 전국 순회 토론회가 개최됐고 이 과정에서 우선지원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를 놓고 각 언론단체별로 논란이 많았다.



‘가급적 많은 언론사에 골고루 지원할 것인가’와 ‘지역신문 개혁 차원에서 선택된 언론사에만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인가’를 놓고 토론을 벌인 끝에 문화부가 절충안을 마련해 10월 5일 대통령령으로 공포했다.



시행령 마련 이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구성이 이루어졌다. 국회, 언론단체, 문화부 등이 각각 3인씩 추천해 모두 9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12월 3일 김태진(도서출판 다섯수레) 대표를 위원장에 김영호(전주 우석대) 교수를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현재 2005년도 지역신문발전기금이 확정되지 않아 향후 지원 사업이 일정대로 진행될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국회 문광위에서 2005년도 지역신문발전기금 250억원을 결정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인해 내년도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료지 창간 ‘우후죽순’>



2004년 12월 현재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배포되는 무료신문 숫자는 모두 6종. 메트로, 데일리포커스, am7, 굿모닝서울, 데일리줌, 스포츠한국 등은 출근길 전철역을 중심으로 3백만부 이상을 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전시간대 일간지 가판 판매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전철역 내 가판 판매상들은 데일리줌과 스포츠한국 등의 창간이 알려지자 판매 중단 시위까지 벌인 바 있다.



무료지들의 창간 붐이 일어난 원인은 광고 매출액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소수의 인력으로 주로 통신 기사들을 게재하고 광고 수익에만 의존하는 시스템이 구성되면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 그러나 무작정 뛰어든 결과로 실패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로 무료지 ‘메가스포츠’는 창간 후 2달여 만에 경영 악화로 폐간했다.



전문가들은 무료지들의 약진이 몇 년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무료지 시장도 난립 경쟁으로 치닫게 되면 예상 밖의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일간지들은 스포츠섹션을 비중 있게 발행하면서 무료지로의 전환 등을 모색하고 있고, 시장 내에서 꾸준히 무료지 창간설이 나도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러한 예상이 실체를 드러낼 날도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아시아기자협회(AJA) 출범>



올 한해 한국기자협회가 추진했던 사업 중 가장 큰 수확은 단연 지난 11월 ‘2004 동아시아기자포럼’을 통해 공식 출범한 ‘아시아기자협회(Asian Journalists Association, AJA)’의 창설이었다.



AJA의 출범은 지난 십수 년 동안 아시아 각 국에서 연대기구 출범을 준비해왔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말려 결실을 보지 못했던 것을 기협이 주도적으로 나서 국제기구 출범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국제기자연맹(IFJ), 국제언론인협회(IPI), 세계신문협회(WAN) 등 비사회주의 국제언론단체에 참여하지 않았던 중국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 또한 또 다른 수확으로 평가된다.



AJA의 출범에는 중국과 일본, 말레이사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와 미국, 러시아, 독일, 호주 등 전 세계 20여개국 60여명의 언론인들이 지지했다.



AJA의 출범은 국내에서의 아시아언론인들의 국제기구 출범이라는 단순한 의미에서 벗어나 2년 임기의 AJA 초대회장에 이상기 한국기자협회장, 사무총장에 강석재 기협 국제교류분과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선출되는 등 국제 사회에서 한국기협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취재부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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