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지키기' 도움줄 수 있어야

안은주 시사저널 경제팀 기자
2005년 기자협회에 바란다




  안은주 기자  
 
  ▲ 안은주 기자  
 
10년 동안 ‘기자질’로 밥 벌어먹고 살아왔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적이 없다. 기자를 마치 광고 영업사원이나 삥 뜯는 사람 취급하기 때문이다.



경제팀에서 일하다 보니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취재할 기회가 많은 편이다. 요즘 취재를 가겠다고 업체에 전화하면 “조건이 뭐냐”고 물어오는 이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기사 거리가 될 것 같아서 취재를 가겠다는 기자한테 조건을 물어보다니….



하지만 질문의 의도를 알아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사 써주는 조건으로 광고를 유치하거나 협찬과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뜯어내는 언론사가 많다 보니, 자기들로서는 취재에 응하기 전에 조건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번은 발끈해서 “도대체 어떤 매체가 그러느냐”고 따져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었다. “요즘 안 그런 언론사도 있나요? 다 그러잖아요. 차라리 취재 오기 전에 미리 말하면 낫죠. 취재 다 한 뒤에 광고나 후원금을 안주면 기사 싣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곳도 얼마나 많은 데요.”



아무리 경영난에 허덕이는 곳이 많다고 하지만, 요즘 언론사와 기자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 윤리나 자존심은 쓰레기통에 버렸는지, 이제는 아예 대놓고 장사꾼의 길로 접어든 곳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매체를 보면서 벤치마킹하는 곳은 또 얼마나 많은가.



새해, 기자협회에서는 기자들이 원칙을 지키고, 땅에 떨어진 언론의 자존심을 스스로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새해에도 나라 경제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더 많은 언론사나 기자들이 ‘언론을 가장한 장사꾼’의 길로 접어들지 모른다.



나나 내가 몸담고 있는 시사저널도 언제까지나 ‘고고한 척’ 큰소리칠 수만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사저널 선배들은 내게 이렇게 가르쳤다.

‘원칙은 어려울 때 지키는 것이다. 잘 나갈 때, 좋을 때는 누구나 지킬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안은주 시사저널 경제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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