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혁안' 놓고 이해당사자 움직임 부산

직원들 일부 반발...특히 2TV쪽 위기감 커
노조, "무능 경영 죄악" 사장 책임론 부각




  KBS 정연주 사장  
 
  ▲ KBS 정연주 사장  
 
한나라당, ‘진상조사단’ 통해 정 사장 압박


방송위, 공식 반응 자제 속 불편함 드러내







지난 1일 KBS 정연주 사장이 현 KBS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심 끝에 밝힌 '고강도 개혁안'발표가 있은 직후 이해당사자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특히 정 사장의 발표가 KBS 최고 의결기관 중 하나인 이사회에 보고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오는 15일 열릴 이사회에서 상당한 논란도 일 전망이다.



그러나 정 사장이 이날 밝힌 이른바 '고강도 개혁안'은 KBS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발표됐다는 점에서 1년여 남은 정 사장의 임기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실험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KBS 내부 분위기 갑작스런 제작비 삭감과 비핵심 사업 정리 등 1차 토탈 리뷰결과 발표가 있은 직후 일부에서 내부 반발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민속씨름 사업 폐지, 뉴스제작시스템 개선사업 보류, 해외출장 관리 일원화 등의 조치는 KBS 만이 가졌던 공영성 확보라는 취지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불만이 높다.



정연주 사장의 ‘개혁안’ 중 가장 체감이 빠른 부분은 제작부분. 이 중 광고와 관련이 없는 1TV와 달리 MBC, SBS 등 타 지상파 방송사와 경쟁을 해야 할 2TV의 경우 10% 넘게 삭감된 제작비 탓에 프로그램 운영의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실제로 2TV의 한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그동안 KBS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타 방송사의 오락 및 시사프로그램을 압도하기도 했지만 외주제작프로가 상당수 포함돼 있어 앞으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



또 당장 내달 1일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브라질 상파울로와 중국 상하이에 특파원 파견을 준비했던 KBS는 정 사장의 신규해외인력 조정 지시로 파견유보가 불가피해져 세계화를 지향해온 KBS 뉴스 보도력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올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조성했던 뉴스발전기금 또한 15억원 중 11억원의 삭감이 예상돼 이미 집행되기 시작한 탐사보도팀 운영과 스포츠기획사업팀 이외의 재난재해방송 매뉴얼을 실행에 옮길 장비 구입, 각종 기자재 구입 등이 예상보다 상당기간 미뤄지게 됐다.



이밖에도 민속씨름 사업, 심의 모니터 제도 등과 같은 민영.상업방송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공영방송 차원의 지원정책 또한 상당기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여 ‘공영성 확보’라는 KBS의 이념구현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 노조의 반응 KBS 노조는 정 사장의 개혁안 발표가 있은 직후 '무능경영은 죄악이다'는 성명서를 내 정 사장을 질타했다.



KBS 노조는 "노조는 현재 KBS의 위기라는 사실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그 원인과 해법에서는 정 사장의 쇄신안에 흔쾌히 동의할 수 없다"며 정 사장이 내놓은 경영혁신책에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노조는 "경영책임자가 직원들에게 임금삭감 등 고통분담을 얘기하려면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상식이고 예의"라며 "KBS 역사상 단 한차례도 없었던 수백억 원대의 적자를 2년 연속 발생시키는 상황을 만들고도 이에 대해 반성과 책임지는 발언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노조는 "위기국면을 이용해 정 사장이 실시하려는 삼진 아웃제와 특별명예퇴직은 정 사장의 팀제 개혁이 작업장 민주주의라는 성과와는 별개로 노동자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노동자를 서열화시켜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직원들에게 근무평가의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 전에 정 사장은 부실 경영에 대해 더 엄한 기준을 스스로 들이대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한나라당 반응 한나라당은 3일 KBS가 수신료 인상과 TV 중간광고 등을 논의 중인 것과 관련, "이 같은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과 이재웅 의원은 "경영 무능을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라며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KBS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도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KBS가 올해 7백4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수신료 대폭 인상 등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부실한 경영의 잘못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이번 달 임시국회에서 KBS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총장은 "공영방송이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국제방송과 사회방송에 대해서 다시 원점으로 돌리고, 방송발전기금 문제도 언급한 것은 자신의 부실경영을 국민들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번 주부터 ‘KBS공금유용 진상조사단’(단장 이재오 의원)을 통해, KBS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입장을 밝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방송위 반응 방송위원회는 방송발전기금 납부유예 등 당장 방송위와 관련된 KBS의 방안이 아직 공식적으로 전달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위는 한 관계자가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심의 규정인데 PPL(중간광고)을 허용하자는 요구는 세계 어느 나라서도 없던 일”이라며 “이미 위원회 토론회 등을 통해 결정된 사항인데 간접광고 규제 부분 삭제 요구는 심의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불편함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영상산업과 미디어 산업에 필요한 PPL 광고는 허용돼야 하며 방송 심의 규정 중 간접 광고 규제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는 정연주 사장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방송위 뿐 아니라 KBS 내부에서조차 “공영방송인 KBS가 먼저 PPL 광고 허용과 같은 상업적인 부분을 먼저 주장해야하느냐”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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