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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용진 서강대 신방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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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순이’가 MBC 문화방송에서 맹활약이라 한다. 세 ‘순이’는 금순, 삼순, 문순을 가리킨단다. 문화방송의 경영진에서 나온 말이다. 최문순 사장이 맹활약이라는 소식은 다른 두 ‘순이’의 활약 소식보다 더 반갑게 들린다.
조기 위기라는 진단 후에 행해진 선출이었기에 그의 활약 소식은 한 공영방송의 소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최사장이 다른 영역을 제쳐두고 유독 돈이 될만한 두 ‘순이’와 함께 엮여져 논의되고 있음에는 불안과 불만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한 칼럼을 통해 MBC는 약점성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허튼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MBC 조직의 느슨함을 그 한 예로 들었었다. 팍팍하지 않은 인사관리는 잠재적 창의성을 키워주는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 덜 관료적인 분위기는 ‘한 방’ 먹이는 프로그램이 가끔씩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곤 했다.
현장의 요청을 마지못하듯 받아주는 어설픈 프로페셔날리즘은 특종의 버팀목이 되어주곤 했다. 조직의 효율성으로만 따지면 약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MBC를 버티게 해주는 장점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싶어 약점성 강점이라고 앞뒤 맞지 않는 조어를 만들어 보았었다.
만약 그 지적이 맞다면 최 사장에겐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약점성 강점을 지속시키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더욱 도드라지는 강점으로 구조화하는 일이다. 하지만 최 사장은 제3의 길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당장 드러날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듯 하다. 조직 목표를 단기적 효율성에 갖다 붙이는데 발 빠른 행보를 보이되 긴 숨을 고르며 시간을 기다리는 지혜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전에 없는 물량공세적 기획과 프로그램이 쏟아짐에서 그 낌새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여기저기서 기사화되고 있는 이상호 기자의 보도 좌절에 이르면 낌새차림을 넘어 확신으로까지 이어진다.
한국 땅에서 가장 적은 공을 들여 가장 큰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발언이 있다. ‘독도는 우리 땅이다’라는 연설이다. 일본이 허튼 소리라도 칠 때쯤이면 모두가 이 말을 내 뱉는다. 여기엔 좌우익의 구분도,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다. 그래서 공을 들여서 독도를 이야기할라치면 복잡하다며, 의심스럽다며, 아우성이다.
위기 극복의 조타수로 등장한 최문순 사장은 그 흔한 독도 발언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MBC는 국민의 것이다’라는 공들이지 않는 말과 실천을 드러내선 안 될 일이다. 대신 ‘MBC는 긴 호흡으로 시민의 곁으로 갈 준비와 실천을 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당위성 보다는 위기를 혁파할 방법론을 설파하고 실천하는 공을 들여야 한다.
최문순 사장은 최근의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가장 적은 뒷말을 들은 것으로 기억된다. 회사 내외부적으로 기대가 컸었음의 반영이다. 아직까지도 뒷말이 많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단기적으로 보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징후들은 언젠가는 MBC와 최 사장 모두에게 큰 짐이 될 것임을 외면하지 말아야겠다.
약점성 강점들은 장기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는 요인들이다. 그것을 지우는 일은 당장 위협요인이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크게 휙휙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부메랑이 될 공산이 크다. MBC 안에서 이미 문화화된 약점성 강점들이 강력하게 저항할 터이고, 그에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는 사회도 뒷짐만을 지진 않을 것이므로.
금순과 삼순은 최 사장이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분망하게 뛸 힘을 지니고 있다. 최 사장은 오히려 금순과 삼순의 모습이 더 부각될 수 있도록 그 주변을 추켜세워야 한다. 사회적 분노와 눈물을 담아 시민의 곁으로 갈 수 있는 방법에 더 고민해야 한다. 이곳저곳에서 저널리즘이 무뎌지고, 무너지고 있다며, 올곧은 공론장이 아쉽다고 아우성인데 ‘순이’ 타령만 할 순 없지 않은가.
올곧았던 저널리스트가 사장으로 선임된 사건 자체가 바로 MBC의 정체성인데 세 번째 ‘순이’로만 그쳐서야 될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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