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이 가장 요구되는 조직이 바로 언론사이다. 언론사는 보도기관으로서의 공익성과 사적 기업으로서의 이윤추구라는 이중적 논리를 지닌다. 그런 모순 속에서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기자들을 육성하고 평가하는 조직이다. 기자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
한때 시대의 감시자이자 파수꾼으로서 일하기 위해 많은 인재들이 경향각지에서 구름처럼 몰려들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신문사 방송사는 일반 민간기업조직처럼 철두철미하지 못했다. 기자들에 대한 인사제도가 세밀한 인사고과 평가방법 없이 관행과 재래적 방식으로 유지되었다. 이른바 사주에 의한 ‘낙점’이 횡행했던 것이다. 낙점은 낙점을 낳아 조직의 건강성을 해쳤다. 결국은 인사방식의 후진성이 뉴스와 지면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뜻있는 인재는 도태된다. 대기업서 실시되는 첨단의 인사기법을 운용해본 경험은 전무하다.
언론사가 기업체로서 사주의 인사의도가 일관되게 관철되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해당 언론사의 경쟁력을 그대로 대변한다. 조직의 생리를 잘 파악하여 기자들의 취재의지를 북돋우는 인사 리더십이 있을 수 있고 기자들의 사기를 꺾는 파행적 인사관행이 있을 것이다. 즉 인사는 언론사 미래를 결정짓는 만사의 근본인 것이다.
여기서 올바른 인사제도의 시급함과 필요성이 대두된다. 최근 많은 언론사들이 신인사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평기자 팀장급기자 차장데스크 부장데스크 등에 대한 평가항목을 정치하게 다듬느라 언론사 인사팀은 분주하다. 대부분 본인의 역량평가 업적평가 패턴을 새롭게 도입하고 있다. 팀장급 이상은 리더십항목을 강화하고 있다. 본란은 인상평가와 주먹구구로 이뤄진 재래의 인사고과방식을 벗어나 합리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사제도를 발전시키는 현재의 추세를 환영한다. 기존의 연공서열식 인사고과를 지양하고자하는 취지에 적극 동의한다. 동시에 기자평가시 몇 가지 유의할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하향식 평가, 상향식 평가, 상대적 평가, 절대적 평가 등 어느 한쪽만을 강조하는 평가방식은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다면적 평가가 바람직하다. 상사의 평가 부하의 평가 동료의 평가가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평가이다. 다각적 다층적 심사가 실시되어야 한다. 평가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의 인사문화를 타개해가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피평가자 그룹들이 수긍할 수 있는 신인사제도 여야 한다. 신인사제도 성공 관건은 평가를 받아들이는 수용력 여부이다. 피평가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조직의 화합을 해치는 평가방식이라면 안하느니 못하다. 인사평가시스템에 대해 기자 구성원이 내비치는 의견을 사전에 충분히 수렴해야한다.
셋째, 밉보이는 사람 내치는 제도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어느 조직이나 비적격자에 대한 상시적인 퇴출시스템은 불가피하다. 대신 퇴출조치에는 상응한 이유가 있어야한다. 퇴출가능성에 대한 과잉강조는 과도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결과적으로 조직내부에 형식주의와 관료주의가 판치게 된다. 신인사제도의 취지와 거리가 멀다. 편집국 보도국을 경직시켜 온통 단순 기능인으로만 가득 차게 만든다.
완벽한 인사제도는 있을 수 없다. 기자들은 생래적으로 간섭과 평가를 싫어한다. 기자는 창의성과 자율적 의지로 살아가는 존재이다. 언론사 인사고과는 기자들의 기를 살리고 기획의지를 북돋우는 기제로 사용되어야 한다. 땀흘려 잘하는 기자 어깨 두드려주는 지원시스템이어야 한다.
역동적인 신인사제도의 구비여부가 다매체시대 언론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언론사의 갈 길은 최고의 인재경영을 가시화하여 수용자의 신뢰성을 듬뿍 얻는 것. 단순명쾌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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