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에서 보는 한국 언론




  윤국한 재미언론인  
 
  ▲ 윤국한 재미언론인  
 
나라 밖에서 보는 요즘 우리 언론의 현실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경제난에 따른 수지악화로 인원감축이 이뤄지면서 각 사의 50대 이상 베테랑 기자의 수가 손꼽을 정도가 됐다는 보도를 보았다. 다양한 취재경험과 균형감각이 사실보도와 논설의 기본이 돼야 하는 언론에서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영난은 신문의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과 겹쳐지면서 기자들에게 과거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선택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 등의 홍보요원 모집에 내노라 하는 중견 기자들이 대거 지원하는 현상은 서글프다.



하지만 나는 언론의 권위와 신뢰도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 현실에 가장 우려한다. 누구도 더 이상 언론이 전하는 내용들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상황 말이다. 그래서 몇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선, 언론사 간 상호비방을 그만두기 바란다. 내 생각에 현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은 우리 사회를 지역 뿐 아니라 계층, 세대 간에도 분열하고 갈등하게 만든 것이다.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국민 통합자 (Uniter)여야 할 노무현 대통령이 주로 분열자 (divider)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런데 갈등의 문제를 다루는 데서 언론은 이렇다 할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스스로도 진보니 보수니 하며 편이 갈라져 열심히 싸우고 있다. 그 결과가 바로 권위와 신뢰의 추락이다. 나는 가령 북한 문제나 미국에 대한 인식 등을 놓고 개개 매체가 보수나 진보 등 그들이 표방하는 이념에 따른 주장을 펴는 것을 전혀 문제삼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을 왜곡해 보도하고 논평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름의 논조야 말로 우리처럼 작은 나라에 지금처럼 많은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한겨레나 KBS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수구보수로 매도하고, 반대로 보수지가 한겨레나 KBS를 정부 여당의 대변지로 공격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다양한 견해를 가질 수 있고 또 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민주주의에서 얻은 가장 큰 축복이 아닌가. 더 이상 자해적인 상호비방을 멈춰야 한다. 타 언론사의 논조를 비난하고 공격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주장을 더 가다듬고 설득력을 높이는 일에 진력해야 한다. 언론이 감시하고 비판할 대상은 경쟁언론이 아니라 정치권력이다.



다음으로 정치기사를 크게 줄일 것을 제안한다. 언젠가 각 언론사들은 정치면의 오랜 전통이던 가십란을 없앴다. 정치를 흥미 위주로 다루고 또 기자들의 주관이 지나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지금 정치면에서 큼직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자기사들이 가십류를 벗어난 내용들인지 의문이다. 정치인들의 별 의미도 없는 `말장난을 전달하고 해설까지 하느라 정작 정치현안의 본질은 소홀히 하는 정치면은 정치불신의 주요 요인이자 정치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지금 국민의 관심은 분명 정치가 아니다.



정치기사는 질을 높이고 양은 크게 줄여야 한다. 대신 충실한 국제기사로 독자들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고, 또 세계인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협력해 살 것인지를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나는 우리 언론이 국제사회의 흐름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할 뿐더러 즉흥적인 대중정서에 영합해 폐쇄적 민족주의 성향을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우리 언론이 처한 현실에 공감한다면 비록 내 생각과 다를지라도 누구든 그 원인이 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으면 한다. 지금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서다.
윤국한 재미언론인(전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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