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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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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국정감사의 계절이 찾아왔다. 9월 22일부터 10월 11일까지 모두 20일 동안 진행되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언론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국회의원들의 돌출행동과 무책임한 정보공개가 난무하고 있다. 기자들 역시 각 정당의 기자회견장에서 숨 가쁘게 벌어지는 브리핑 내용을 청취하랴, 국회의원들이 제각기 준비한 보도자료 중 옥석을 가려내랴,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2005년 국정감사 관련 뉴스보도는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과거에 비해 얼마나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사실 이 문제는 오늘날과 같은 뉴스정보의 유비쿼터스 시대에 정작 망각하고 있는 근본적인 질문인 “저널리즘은 왜 존재하는가?”,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등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삶의 목적을 상실한 현대인처럼, 국정감사 현장의 치열한 보도경쟁 속에서 오히려 저널리즘의 존재이유에 대한 차분한 성찰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잭 풀러가 <뉴스가치>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제시한 ‘일치(correspondence)’와 ‘일관성(coherence)’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일치란 현실을 설명하는 정확한 사실보도를 뜻하고, 일관성이란 저널리스트로서의 시대적 소명 내지 역사의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저널리스트에게 일치가 현미경이라면 일관성은 나침판의 역할을 담당한다.
2005년 국감보도에 대한 분석에서도 일치와 일관성, 현미경과 나침판의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 얼마나 정확하게 사실을 규명했고, 얼마나 국정감사의 정치적, 역사적 취지에 충실한 보도를 했는지가 평가의 관건인 셈이다. 바로 이 점에서, 권철현 의원이 무책임하게 제시한 ‘지역별 고등학교 명문대 진학률’ 보도자료를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기사화한 언론은 일치가 의미하는 정확한 사실보도와는 배치된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개념 모두 바람직한 뉴스보도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임에 분명하지만, 풀러가 주장하듯이, 진실 추구라는 저널리즘의 근본가치를 수행하는 과정에는 일관성이라는 나침판이 보다 더 중요하다. 주성영 의원의 술자리 폭언 파문과 관련된 보도의 경우, 선정적인 호기심 차원에서 어느 정도 보도될 수 있겠지만, 국정감사 기간에 반드시 보도되어야 할 중요한 의제들을 가릴 만큼 뉴스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치의 미시성에 매몰되어 일관성이라는 큰 틀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당리당략 차원에서 또는 개인적인 홍보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국정감사 관련 정보들을 과감하게 취사선택하고, 진정으로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만한 정책 비판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 사례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시대적 양식과 전문적 식견을 겸비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기사가 일치와 일관성이라는 저널리즘 평가척도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정감사가 본연의 취지에 걸맞게 운영되고, 성실하게 준비한 국회의원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국감보도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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