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 관련 개별법 발의를 지켜보며




  현대원 교수  
 
  ▲ 현대원 교수  
 
요즘 커뮤니케이션 정책을 전공하는 교수들이 모이면 의례하는 걱정이 있다. 바로 소년 소녀 가장에 대한 것이다. 왜 뜬금없이 소년소녀 가장이냐고 의아해할 독자들이 많이 계실 것이다. 바로 요즘의 방송 통신 융합 환경 하의 디지털 미디어 산업이 철없이 이혼한 부모 밑에서 혼자 살 궁리를 해야 하는 똑똑한 자녀들과 같다는 말이다.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방송 산업의 규제틀과 정보통신부라는 통신과 IT 산업의 규제틀이 하나의 통합적 체제로 융합되는 일이 요원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이들 똑똑한 소년소녀 가장들에 대해 걱정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양측의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애정은 지나칠 정도다. 문제는 자녀의 미래에 대해 각기 다른 기준과 계획을 가지고 자신들만의 품속에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끼리의 의견 갈등은 좁혀들 줄을 모르고 학교에도 가야하고 해외유학도 가야하는 자녀들의 속은 탈 수 밖에 없다. 물론 간혹 똑똑함이 지나친 몇몇 자녀들은 이쪽 저쪽 부모들을 찾아다니면 용돈도 타고 학비도 타내는 ‘더블 인컴’의 여유로운 특수를 즐기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의원별로 방송 통신 융합 관련법들을 개별 발의하거나 또는 개편 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상임위에 제출하는 소위 각개 약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크게 한판으로 가자니 힘이 들고 그렇다고 그냥 있기에는 사정이 너무 딱하고 사안이 시급하고 해서 나온 나름대로의 묘안들이라고 본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들을 단편적이고 비효율적이며, 중복 규제라고 비난하기에는 상황이 그리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당장 IP-TV 산업만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케이블 산업은 현재 주력 사업인 방송과 인터넷 접속 사업 위에 전화 서비스를 추가하기 위해 정보통신부에 인터넷전화 기간통신사업 면허 신청을 낸 상태이다. 이를 위해 범 케이블 사업체들의 공동 법인도 설립키로 했다고 한다. 방송, 인터넷 그리고 전화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이른바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 (TPS)로 경쟁력을 키워간다는 전력이다.



통신 진영의 움직임도 부지런하다. 케이블 진영의 인터넷 접속 분야 진출에 적지 않게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전화 사업까지 하겠다는 뉴스는 통신 진영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전화사업에서 인터넷 그리고 방송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통신 진영의 움직임은 당연한 산업적 진화 방향이라는 주장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결국 사업자의 측면에서 보면 그것이 통신이건 방송이건 간에 소비자들에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단절없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명한 진리에서 예외일 수 없다. 서비스의 진화와 통신망의 진화를 함께 연결지어 볼 때, 현재 사업자들이 하고자 하는 트리플 플레이와 같은 융합형 서비스는 바로 소비자들이 원하고 또 필요로 하는 미래 방향임이 확실하다. 그래서 지금 업계는 생존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똑똑한 소년소녀 가장처럼 열심히 또 열심히 현실을 헤쳐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대할 때, 통합 방송통신법에 대한 이상적 기대를 일시 접더라도 이들을 지원해야겠다는 일부의 움직임은 매우 의미있는 것으로 재평가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디지털 콘텐츠, 게임, 출판 등 특정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특별법들을 제정하고 이를 통해 산업의 활성화와 경쟁력 제고, 그리고 국가 경제에 기여 등의 목적을 달성해 온 전례가 있다. 언제까지 통합법만 보고 모든 일을 미룰 수는 없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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