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DMB의 조속한 전국망 확대를 바라며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수주일 동안 진행된 방송통신 융합과 디지털 콘텐츠 산업, 그리고 이동 멀티미디어 방송을 주제로 한 몇 차례의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 표준이 단연 화두로 떠올랐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선도하고자 하는”이 맞는 표현이다. 부산 APEC에서 성공적으로 선을 보인 이동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WiBro)와 함께 지난 12월 1일 본 방송에 돌입한 지상파DMB가 바로 대표적인 한국의 기술표준들이다.



그런데 그런 기술들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여유도 없이 컨퍼런스에 참여한 여러 해외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들리는 그들 현지의 사정은 여러 가지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원래 우리나라의 지상파DMB 표준은 유럽의 디지털 오디오 방송 표준인 DAB를 기본 플랫폼으로 대용량의 멀티미디어 동영상을 방송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표준으로 진화한 것으로 지난 5월에 유럽정보통신표준기구인 ETSI에서 유럽표준으로 채택될 정도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상파 DMB가 이동멀티미디어 방송 분야의 유일한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4년 3월에 개정된 우리나라 방송법 상에 새롭게 도입된 이동멀티미디어방송(MMB)을 위한 국제 표준은 유럽의 DVB-H와 퀄컴의 미디어플로(MediaFlo), 그리고 한국의 지상파DMB(T-DMB)와 위성DMB(S-DMB) 등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상파DMB 표준을 유럽표준으로 채택한 유럽 여러 국가에서조차 지상파DMB 보다는 복수표준으로 채택된 DVB-H가 월등한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퀄컴의 미디어플로도 내년 6월 전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본방송을 목표로 현재 성공적인 시험방송 중에 있다고 한다. 이처럼 세계는 자신들의 기술표준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하는 작업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으며, 그 과정에는 기업과 정부의 보이지 않는 협조관계가 뒷받침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우리나라의 지상파DMB (T-DMB)를 이동멀티미디어방송 분야의 가장 경쟁력 있는 국제 표준으로 발전시키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여러 대안들이 거론될 수 있으나 현 시점에서 가장 절실한 당면 과제 중의 하나는 바로 전국망 확대 정책이다. 전국망 확대는 결국 국내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단말기 보급을 활성화하며, 광고 수익의 확대와 킬러 콘텐츠 개발에 대한 투자의 확대, 그리고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기술의 세계표준화는 앞선 기술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 충분히 학습해왔다. 누가 가장 먼저 적정 수준의 대중을 확보하는가 그리고 누가 가장 뛰어난 수익 모델을 찾아내는가가 기술적 우월성을 때때로 능가하는 주요 변인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지상파DMB의 조속한 전국망 확대는 우리 기술의 성공적 상용화를 통해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첫 단추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전국망 확대에는 방송권역 설정, 지상파 사업자와 비지상파 사업자의 참여 정도, 실시 시기 등을 놓고 적지 않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최종안이 결정된다 할지라도 분명한 사실은 전국망 확대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하며, 지역적 형평성을 고려해 일시에 이루어지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업자 선정과 방송 실시 시기를 분리해 생각한다면, 전국적 차원에서 지역사업자 선정을 동시에 처리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만약 심사 단계의 물리적 부담으로 인해 2단계로 나눌 경우, 그 시기적 간격은 최대한 짧게 가져가는 방향으로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보여주는 지상파DMB의 성적표가 우리 기술표준의 성공적인 세계화의 첫걸음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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