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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국한 재미언론인, 전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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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워싱턴특파원으로 처음 부임했을 당시 서울과 워싱턴의 취재환경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취재를 위해 공직자를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취재원을 만나 식사나 차를 같이 할 경우 거의 예외없이 기자가 비용을 내는 점이었다.
정치부에 오래 근무하면서 정치인들과의 잦은 식사와 술 자리, 골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대접받는 데 익숙했던 내게 취재원의 식사 비용을 내는 것은 부담이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당황스러웠다.
서울에서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차츰 익숙해지면서 `취재원이 귀중한 시간을 내서 기사작성에 도움을 주니 나는 대신 식대를 내는 게 맞겠다’고 편하게 생각했다.
기자협회보를 통해 접대골프 등에 대한 기획기사를 접하면서 서울의 후배들은 여전히 내가 6년 전 가졌던 당혹감을 경험할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서울을 떠나오기 전,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저녁 술자리는 주는 대신 취재원들의 골프접대가 크게 늘어났던 게 기억난다.
우리 언론은 과거 몇 차례 촌지와 접대성 해외여행 등이 물의를 빚으면서 지금은 대부분 나름대로 윤리강령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최근 기자협회보를 보니 가령 접대골프를 금지하는 내용은 윤리강령에 거의 없거나 있다 해도 구체성이 없다고 한다. 짐작컨대 골프 외에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의 예를 소개하고 싶다. 이 신문은 무려 155개 조항의 지침을 통해 취재원과의 관계에서부터 타 매체에의 기고나 출연과 관련한 원칙, 투자와 금전 관계 등 기자들에게 생길 수 있는 모든 윤리 관련 상황에 대해 자세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침은 취재원의 선물을 거절하는 서한과 취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상을 거부하는 서한을 아예 부록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로 접대에 관한 규정을 보면, 매우 구체적이고 엄격하다. “타임스는 기자가 공무원 등 취재원을 대접하는 비용을 부담한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나 문화에서는 취재원이 지불하는 식사나 음료를 받아들이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타임스 기자는 기자가 돈을 내기가 거의 불가능한 기업체 식당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나자는 기업 간부의 초대를 거절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타임스가 식대를 낼 수 있는 곳에서 식사를 할 것을 제안해야 한다.
기자회견장에서의 간단한 다과나 커피는 해가 되지 않지만 취재원이 언론에 정기적으로 베푸는 조찬이나 점심의 경우 타임스가 그 식대를 내지 않는 한 타임스 기자는 참석해서는 안된다.”
뉴욕타임스는 또 자사가 특별한 영향력이 있는 연극, 음악, 미술, 무용, 출판, 패션, 음식 등 분야와 관련해 작은 이해관계 충돌도 없도록 꾸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평 등 이 신문의 각종 비평이 누리는 권위가 거저 주어진 게 아님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뉴욕타임스는 지침 서문에서 “우리의 가장 큰 힘은 뉴욕타임스의 권위와 평판이다. 우리는 이 것을 저해하거나 희석하는 것은 어느 것이든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신장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엄격한 취재윤리는 불편부당성과 중립성, 그리고 보도의 진실성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침을 만들어 잘 이행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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