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신문전략, 이것이 해답이다"

[최진순 기자의 '온&오프'] <4>


  최진순 기자  
 
  ▲ 최진순 기자  
 
많은 사람들이 신문산업을 사양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신문기업 내부 종사자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기자들의 이직 행렬이 줄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현장의 냉혹함은 섬짓하다. 스포츠, 연예 등 엔터테인먼트와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넘치는 뉴미디어 환경에서 종이신문 기자도 입지가 더욱 축소되고 있다.

독자들도 신문구독을 줄이고 있다. ‘자전거 신문’ 등 경품 위주의 왜곡된 신문유통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젊은 층은 인터넷에 빠져 들었다. 특히 인터넷신문의 범람은 정보의 양을 늘리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미디어가 되려는 집단지성의 역동적 활동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

20세기 말부터 미래학자들은 IT기술의 발전으로 신문이 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렸다. 그러나 엄연한 사실은 신문의 존재감은 흔들리지 않고 있고, 일부이긴 하지만 더욱 융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래학자들의 전망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혁신하는 신문만이 미래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신문은 어떻게 해야 안전한 미래를 확약받을 수 있을까. 세계신문협회(WAN)를 비롯 국내외 신문기업과 유관단체들도 상당한 논의를 해왔다. 지금까지 도출된 것들은 ‘위기’와 ‘기회’라는 화두 속에 ‘혁신’과 ‘소통’이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온라인 전략은 신문기업에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생소한 목표들을 부과하고 있다. ‘디지털 스토리 텔링’ ‘UCC(User Created Content)’ ‘통합(Convergence)’등 다양한 이슈들이 신문의 미래를 제안하는 데 할애되고 있다.

최근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유비쿼터스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자신문’과 ‘맞춤뉴스’등이 도입되면서 활로 찾기에 절치부심이다. 또 지식네트워크 등 이용자와 접점을 형성하려는 미래전략이 앞다퉈 제시되고 있다. 프리미엄 콘텐츠는 철저히 유료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국내 신문기업에겐 상당한 자본투자를 요구하고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힘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온라인 등 뉴미디어 분야에 재원을 조달할 만큼 기반이 갖춰진 곳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신문의 미래를 ‘온라인’에서 확보해야 한다는 명제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뉴욕타임즈의 ‘통합뉴스룸’, BBC의 ‘창조적 미래전략’ 등 올드 미디어의 미래를 위해 제언되는 벤치마킹 사례들도 실제로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신문기업 내부가 아직 그러한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문시장과 이용자에 대한 정밀 검증 필요

이제는 국내 신문시장에 적합한 한국적 모델이 도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시장과 이용자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요구된다. 우선 참고가 되는 시장 지표를 살펴 보면, 조선-중앙-동아 등 3개지의 매출액 기준 시장 점유율이 2004년 기준 69.8%에 이른다. 특히 이들 매체는 92년~98년의 집중도가 55~61%에 있다가, 99년부터는 60%를 완전히 넘어섰다.

시장 지배기업인 조중동과 나머지 신문기업들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마이너 신문기업일수록 심각한 경상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 역시 메이저 신문기업은 개선되고 있고, 지역신문을 비롯 마이너의 자본잠식은 지속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또 AC닐슨 코리아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신문 정기구독자의 경우 중앙지의 집중률은 85~90% 수준이고, 조중동 3사의 집중률은 75% 전후로 나타났다. 지역신문과 마이너 신문은 몰락하고 있는 반면, 지배기업의 구독률과 열독률의 우위가 확고해지는 양극화가 고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오프라인 시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시장으로도 고스란히 전이된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2006년 5월17일 현재 종합 일간지 분야 시간당 방문자 수 중 해당 사이트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분야 점유율’이 조중동 3사를 합치면 80.2%인 반면, 나머지 7개 종합일간지는 다 합쳐도 17%에 불과했다.

또 단순히 신문기업간 우열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신문기업 전체가 포털사이트에 압도되고 있다. 코리안클릭의 자료에 따르면 2004년 12월 현재 상위 2개 포털사이트 뉴스의 시장 점유율은 66.2%로 오프라인 신문시장의 빅3 점유율과 같은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인터넷이 바꾸는 미디어산업’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 중에서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는 비율이 9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국내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절반 가량인 46.7%가 뉴스를 접하는 주요 매체로 인터넷을 선호하고 있는데 비해 신문은 6.9%에 그쳤다.

실제로 상당수 매체는 일 순방문자 수가 5만~10만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의미한 온라인 비즈니스가 가능한 최소 방문자수를 30만명이라고 할 때 도저히 독자적인 마케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종이신문과 온라인신문이 함께 하는 ‘크로스 미디어(Cross Media)’전략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곳이 허다하다.

전체 온라인 뉴스 콘텐츠 시장 규모도 우호적이지 않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전체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차지하는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8% 정도로 4백25억 수준에 그쳤다. 앞으로 이 분야 시장이 저작권 등과 연계되면 비약적으로 증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신문기업의 콘텐츠 경쟁력이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독과점 신문시장을 바로잡으려는 법제도적 개선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신문기업이 내부적으로 변화하는 일이다. 콘텐츠의 차별성과 전문성을 살리고 이를 통해 종이신문 독자의 로열티를 높이는 것이 절대적인 과제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모두 비정상적인 7:3, 8:2의 빈익빈 부익부 구조가 정착되고 있고, 온라인에선 포털사이트와 같은 신생 미디어들을 앞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른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노력이 비효율적이었음을 인정하고, 보다 창의적인 비전과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독보적 ‘창조’ 전략 수립…특화된 콘텐츠 생산해야

그것은 신문기업 스스로 철저한 내부 평가를 토대로 전체 구성원들이 뉴스조직 전체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작돼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위기전략(Crisis Strategy)’일지 모른다. 사실상 대부분의 신문기업이 비용절감이나 투자감축 등 동면(冬眠)을 선택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동면기에도 메이저 신문기업은 ‘브랜드 관리’에 나서야 하고, 지역신문을 포함 마이너 신문기업의 경우는 상대적 가치를 찾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한국적 모델은 비로소 탄생한다. 이것을 좀 더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자본과 인력, 인프라가 갖춰진 메이저 신문기업
- 뉴미디어 시장 특화 -> 멀티미디어 콘텐츠 생산
- 통합뉴스룸 -> 뉴스조직 변화 모색
- 고객 및 자원 관리 -> 새 비즈니스 기법
- 교육프로그램 -> 기자 및 마케팅 분야

자본, 인력, 인프라가 열세인 신문기업
- 조직 전반의 슬림화 -> 아웃소싱, 구조조정
- 신문의 특화 -> 콘텐츠의 세그먼트화, 차별화
- 온라인의 보완 -> 적정 규모 접근
- 로컬리티 강화 -> 경쟁력 요소의 발굴

여기서 자본은 재정능력을 뜻하며 동원 가능한 자산을 뜻한다. 만일 수십억에서 수백억 단위의 현금 보유가 돼 있다면, 비디오 뉴스, 자원의 디지털화, 뉴스조직 변화 등을 모두 병행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뉴스 조직 전체의 교육 프로그램을 수반하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이때에 적정한 인력과 배경(Background-기술, 계열사 네트워크, 전통, 브랜드 파워 등 전반적인 인프라)이 훌륭하다면 그 속도와 범위를 향상시켜야 한다. 이때 기자를 비롯 구성원들의 자질과 규모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부서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느냐도 중요하다.

무리한 투자보다 우선순위 결정이 우선

그러나 자본, 인력, 인프라가 부족한 마이너 신문기업은 무리한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 조직 전체를 최소화하고 우선 순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뉴미디어 분야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현재 시장 규모와 분위기를 고려할 때 신문기업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지역신문, 그리고 일부 중앙 일간지들이 무리한 투자로 상당한 손실을 본 사례도 있다. 따라서 인터넷 뉴스 서비스도 가능하면 최소의 규모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 또 이 경우에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최소로 한다고 해서 온라인 분야를 모두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해야 한다. 예컨대 일 순방문자 수 5만 내외의 신문사라면 인터넷 뉴스 서비스는 신문기사의 서비스 중심으로 가져 가고, 인터넷 속보 서비스는 최소로 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순방문자 수가 10~20만명 선이라면 보다 과감하게 투자 여부를 결정, 전력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독자 관리나 검색 등 인터넷 서비스 환경을 구조적으로 다져가는 일에도 나서야 한다. 대부분의 신문사는 수십만 커트의 디지털화되지 않는 사진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공략해볼 가치는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진 DB의 규모는 잠재력이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신문의 한국적 미래 전략은 무엇인가에 대해 원론적인 해답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그것은 첫째, 신문기업의 형편과 시장을 고려해 투자규모 및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 둘째, 최소한 반드시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을 결정하는 것 셋째, 하나라도 앞선 경쟁력의 요소를 찾아낼 것 등이다.



   
 
   
 

 


그런데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국내 경제인구의 규모 등 여러가지 환경을 고려하면, 신문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질 것이란 기대를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또 그 시장이 대단히 기형적이고 독점적이기 때문에 명확한 전략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문은 뉴미디어 환경에서는 무수한 정보 채널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리고 오늘날 신문은 (케이블)TV나 라디오 등 보다 접근이 가능한 대중매체의 보조 채널로 기능할 때 더욱 강력해질 수 있게 됐다. 신문 단독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짝짓기’도 생존과 미래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순방문자수 50만을 넘는 인터넷신문과 유가부수 20만을 상회하는 그저 그런 종이신문이 있다고 하면 오늘날 그 영향력과 경쟁력의 우위는 전자에 있다. 서로를 위해서 함께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특별한 브랜드 파워가 없다고 하면 그러한 브랜드를 행사하고 있는 B2C형의 이종기업들과 결합하는 것도 고려돼야 한다.

예컨대 거대 영화 배급, 유통망을 가진 기업 또는 백화점 체인 등 소비재 유통망을 가진 기업들과 신문이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문기업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 이미 그러한 유통기업들은 스스로 콘텐츠 기업이 되고 있기 때문에, 신문과 제휴-합병함으로써 중요한 정보채널을 공유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브랜드를 강조하는 일이다. 신문의 브랜드를 관리하지 않으면 시장과 이용자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그것은 미래를 위해서 불운한 일이다. 신문을 포장해야 한다. 한 신문이 진보매체로서 시장내에 오래도록 화두를 잡고 있다면 보다 구체적인 브랜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결국 신문기업의 한국적 전략 모델은 기존에 모두가 동일한 동선을 가지면서 생긴 비슷한 콘텐츠 생산과 유통 구조-조직, 문화 등을 갈아치우는 독보적인 ‘창조’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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