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협력만이 동영상 진가 발휘

최진순 기자의 '온&오프'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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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사의 동영상 콘텐츠 제작 열풍을 다룬 기자협회보 4월4일자 “진화하는 미디어, 동영상도 기사다”는 세 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첫째, 뉴스조직이 멀티미디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일보는 지난번 편집국 리노베이션을 통해 외형적으로도 기존 종이신문 제작환경을 극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는 기자들에게 캠코더를 일괄적으로 지급했다. 이 양대 신문은 기자들의 동영상 업로드와 재생 횟수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했다.

둘째, 기자의 취재 행위는 이제 소속된 매체의 일반적 환경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으로 넓어지고 있다. 기자들은 더욱 많이 웹 서비스에 개입하고 있다. 현재 10대 중앙일간지의 절반 이상에서 인터넷 뉴스를 전담하는 부서가 운영되고 있으며 닷컴 기자들이 본지에 파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셋째, 읽고 버리는 콘텐츠가 아니라 보고 즐기는(play) 콘텐츠 시대가 됐다. 과거 신문사는 종이매체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이제는 웹이라는 새로운 지평에 들어와 있다. 웹은 개방과 참여, 분산과 공유라는 가치를 확산시키고 있다. 조선일보 웹 사이트는 타사 기사를 불러올 수 있도록 했으며 아예 UCC 사이트를 추가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미디어 문화는 신문 뉴스조직과 기자들의 동영상 취재 참여를 ‘대세’로 몰아가고 있다. 현재 신문의 동영상 콘텐츠 제작은 크게 보면 닷컴사에서 자체 진행하거나 본지 기자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는 되도록이면 비용 및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험’용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동영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종이신문 기자들에게 캠코더 지급은 물론이고 사전 교육도 실시했다. 그만큼 업무 부담도 강한 편이다. 벌써부터 현장 기자들은 “업무와 조직은 바뀌지 않았는데 영상물까지 찍어 오라고 한다”며 볼멘 소리다.

물론 두 가지를 절충한 경우도 있다. 하나는 동영상 뉴스에 관심이 많은 희망 기자들에게 주력하는 형식이다. 사진부나 엔터테인먼트 관련 부서의 기자들의 관심이 높다. 다른 하나는 분업하는 경우인데 닷컴사에서 파견된 인력이 동영상을 전담하고 종이신문 기자는 기획, 섭외, 취재를 도맡는 형태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탓일까. 신문 뉴스조직의 한계로 근본적인 문제점이 나오고 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콘텐츠 기획의 부재다. 일례로 지난 6일부터 열린 서울 모터쇼는 신문사(닷컴) 동영상 취재가 집중된 행사지만 너무 많은 언론사들이 몰리다 보니 ‘특별함’은 실종됐다.

인터넷신문을 비롯 언론사의 동영상 콘텐츠 정거장 역할을 하는 한 사이트는 제휴 언론사의 모터쇼 현장 취재파일이 쏟아졌는데, 하나같이 자동차와 함께 서 있는 모델들의 각선미가 부각됐다. 아예 무대들 도우미만 찍은 신문사도 있었다. 지난해 고급지 전략 운운했던 이 신문사의 동영상 서비스는 자동차도 현장도 아니었고 오로지 ‘여자’였다.

‘허벅지’ 동영상이 판치는 일이 왜 일어날까? 한 신문사 뉴미디어 담당자는 “애초에 콘텐츠 기획은 생각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실 신문사들이 동영상 서비스는 시작했지만 조직, 자원, 인력에 손은 대지 않고 서비스 흉내만 내는 데 그 원인이 있다. 동영상을 취재하는 인력은 ‘기자’도 ‘정규직’도 아닌 곳이 대부분이다. 이직률도 높다.




   
 
   
 


온라인저널리즘을 위한 투자는 등한히 하면서 남들 하는 ‘동영상’은 하고 싶은 것이 신문사의 심리다. 하지만 이제 동영상물은 UCC 전문 사이트는 물론이고 이동통신사업자, 포털사업자에 이어 방송사까지 전통적인 텃밭 지키기에 나섰다. 특별한 콘텐츠가 아니면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예상될 수밖에 없는 시장 상황이다.

그럼에도 신문사 뉴스조직은 동영상 서비스를 창조적으로 제공하는 데 공을 들이지 않고 있다. 주력 기자들은 신문을 맡는 데도 힘이 들어 하고 있다. 일부 기자와 닷컴사로 구성된 인력으로는 동영상의 수준을 개선하기 어렵다. 동영상 콘텐츠 전략을 가다듬기 위해서는 온-오프 뉴스조직이 통합되거나 적어도 공동기획을 해야 한다.

동영상 서비스가 신문의 ‘브랜드’임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신뢰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오랜 저널리즘의 권위와 전통에 힘입어 시장을 지키고 있는 신문산업이 허술한 뉴미디어 서비스로 지식대중의 조롱과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식대중은 인터넷신문으로 ‘대안’을 지향했고 ‘블로그’로 연대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 모터쇼의 경우 수많은 독자(user)들이 직접 올린 동영상들이 언론사 동영상물과 차이가 나지 않았다. 손쉬운 제작과 서비스는 멀티미디어 흐름에 합류했다는 자위로는 충분하지만 경쟁력과 부가가치는 제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콘텐츠는 결국 신문의 브랜드를 좀먹는다는 뼈아픈 자성이 있어야 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기자들의 태도이다. 기자들은 일반적으로 동영상을 ‘남의 일’로 치부하고 있다. 이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인터넷을 ‘적대시’하기도 한다. 종이신문 구독률이 40%대로 추락하고 열독률이 두 자릿 수에도 오르지 못한 현실을 흘러 듣고 만다. 오늘날 한국 언론과 기자들은 변화를 거부하는 대표적인 직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독자들이 “번역 및 사실관계의 오류”를 지적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것이 인터넷 기사 댓글로 올라왔다는 것은 아직도 무시해도 됨직한 것 정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웹 서비스를 하고 커뮤니티를 열어 놓았지만 소통의 부서도 기자의 참여도 전무하다. 포털 댓글보다 더 심한 욕설이 난무하지만 무대책이다.

신문 뉴스조직과 기자들이 동영상 서비스를 다룰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이분법적 태도다. 신문 기사는 심혈을 기울여야 하고 동영상이나 웹 서비스는 건성으로 해도 된다는 마음가짐이다. 어느 것 하나라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이에 대해 한 신문사 인터넷팀 기자는 “현장 그림이라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장 그림이라도 찍어서 올리자는 메아리는 솔직하다. 솔직하다못해 비참하다. 동영상 콘텐츠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기자들이 변해야 한다. 세계적인 신문 기업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뉴스조직의 비중을 50:50으로 가고 있다. 신문의 경쟁상대는 신문이 아니라 지식대중이며 무수한 미디어 채널(window)이다.

그 동안의 신문기업이 유지한 문화와 관행, 습관과 위엄은 선후배 기자간 폭력사태를 낳고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지식대중의 능력(skill)에 날마다 봉변을 겪고 있다. 신문은 그럼에도 침묵한다. 시장과 독자에 대한 쌍방향 소통은 제대로 경주한 적이 없다. 이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동영상이 제대로 나올리 없다.

만약 제대로 된 동영상을 만들 수 없는 여건이라면 기자들 스스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종이를 탈피해서 동영상에 적극 합류해야 한다. 동시에 뉴스조직도 기자들의 정열과 의지, 창조와 재기를 받아주는 유연한 조직 설계를 진행해야 한다.

이때 동영상은 중요한 가늠자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동영상은 신문 뉴스조직과 기자가 신문 그 이상의 것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마주치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허벅지 동영상 그 자체가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허벅지 동영상을 만들고 서비스할 때까지의 과정이다.

이 과정은 내부 뉴스조직 구성원간의 격의없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완전하고 성숙한 온오프간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렇게 보다 창의적이고 특별한 집중과 선택이 있지 않으면 동영상은 결코 신문의 것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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