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 언론은 문제가 없을까

[언론 다시보기] 김준일 뉴스톱 대표

김준일 뉴스톱 대표

▲김준일 뉴스톱 대표

올해 4월에 발행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이슈 ‘인포데믹 탐색하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영국, 미국, 독일,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6개국 중에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언론사로부터 가장 많이 얻었다. 코로나19 출처로서 언론사를 신뢰하다는 비율은 한국(67%)이 6개국 중 최고였다(영국 60%, 미국 52%, 독일 58%, 스페인 51%, 아르헨티나 63%). ‘뉴스미디어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한국(65%)이 아르헨티나(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으며 ‘뉴스미디어가 코로나19 판데믹을 과장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3%로 6개국 중 가장 낮았다. 흥미로운 결과다. 그런데 정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이 제일 보도를 잘했을까.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행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보고서가 8월에 나온다. 이를 요약한 ‘편향적 뉴스 이용과 언론 신뢰 하락’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언론은 2020년에도 조사대상국 중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보고서에는 한국 언론소비자가 세계에서 가장 편향적으로 뉴스를 소비한다는 사실도 같이 담겨 있다.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한국 응답자는 전체 44%로 40개국 중 터키(55%), 멕시코(48%), 필리핀(46%)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그러면 한국 저널리즘 신뢰도가 낮은 이유가 편향적인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 때문일까.


한국 언론은 세계 최고의 언론도 아니지만 세계 최악의 언론도 아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보고서가 처음 나온 2016년 이래 한국 언론은 5년 연속 꼴찌를 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다. 2016년엔 5점 척도(매우동의부터 매우반대)로 뉴스 신뢰도를 측정했고, 한국은 2.89점으로 프랑스(2.86점), 미국(2.85점), 그리스(2.65)보다 신뢰도가 높았다. 그런데 한국에선 언론 신뢰도에 대해 유독 보통(중립) 응답이 많고 동의(신뢰한다)가 적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신뢰한다’만 집계를 하면 한국이 꼴찌를 하는 것이다. 2019년 뉴스 신뢰도(신뢰한다고 답변한 비율)에서 한국은 22%로 3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뉴스 불신도(불신한다고 응답한 비율)에서는 프랑스, 미국, 아르헨티나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즉 한국 언론이 세상에서 가장 불신받는 언론이라고 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다.


저널리즘 신뢰도의 하락은 전 세계적 트렌드다. 에델만이 11개국을 대상으로 3월에 조사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관련 ‘신뢰받는 정보원 순위’는 과학자와 주치의가 1~2위를 기록했고 저널리스트가 최하위였다. 특이한 점은 뉴스미디어가 뒤에서 4번째로 저널리스트보다 앞섰다는 것이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결과임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조사 결과를 해석함에 있어 주의를 해야한다는 점이다. 한국 언론이 문제가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 어느 나라 언론은 문제가 없을까. 개혁을 위해서 원칙만을 강조해서도 안되고 현실론만을 주장해서도 안된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시도 때도 없이 ‘기레기’를 언급하며 언론을 준엄하게 꾸짖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사이다 발언을 일삼는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자신만 ‘진짜 뉴스’를 생산하고 나머지 언론은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 포퓰리스트를 방치하지 말자. 한국 언론, 자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학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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