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에서 손을 떼라

[언론 다시보기] 김준일 뉴스톱 대표

김준일 뉴스톱 대표

최근 MBC <스트레이트>는 포털 네이버와 다음 뉴스가 보수매체에 편향되어 있고 진보매체 배제 성향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네이버 모바일 마이뉴스 추천에서는 보수언론 48%, 통신사 24%, 방송-중도언론 24%, 진보언론 3.6% 비중으로 기사를 보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이 보수편향일까?  


포털 뉴스의 장점을 살펴보자. 다양한 언론 기사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진보, 보수, 중도의 관점을 두루 접할 수 있고 다른 성별/세대가 어떤 뉴스에 관심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시사, 연예, 스포츠 등 모든 종류의 기사를 볼 수 있다. 댓글로 민심동향도 살필 수 있고, 최근까지만 해도 실시간으로 어떤 검색어가 인기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얼마나 편리하고 아름다운 포털인가.


하지만 이런 장점이 무색하게도 단점은 치명적이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발행하는 <2020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검색엔진을 통한 한국인의 뉴스 소비는 73%로 조사 대상 40개국 중 1위였다. 반면 언론사 홈페이지 직접 방문비율은 4%로 꼴찌였다. 그런데 한국의 검색엔진에 올라온 뉴스 신뢰도는 19%(평균 32%)로 최하위권인 38위를 기록했다 한국 저널리즘의 신뢰도가 꼴찌인 것도 포털이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 사람들은 포털에서 뉴스를 보지만 신뢰는 하지 않는다. 특정 언론사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할 때와 비교해 포털에서 뉴스를 보면 낮은 품질의 뉴스를 보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왜냐면 한국 언론은 포털뉴스를 영업장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의 품격이야 어찌 됐든 클릭수를 늘리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의미다. ‘포털뉴스 공유지’는 각 언론사가 쓰레기 같은 기사를 투척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3월5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백신 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당시 연합뉴스는 ‘[속보] 당국 “백신 접종후 사망 현재까지 영국 402명, 독일 11명 등”’이라는 속보를 내보냈다. 이후 포털에는 이를 받아 쓴 언론사 속보가 넘쳐났다. 그런데 정 청장의 브리핑은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자 신고가 있었지만 백신 관련 사망은 없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게다가 독일의 신고된 사망자는 11명이 아니라 113명이었다. 한국언론은 끝까지 브리핑을 듣지 않고 막 기사를 쓰고 있다. 클릭수 때문이다.


언론은 오보를 개의치 않는다. 한국의 온라인 뉴스 브랜드 인지도는 전 세계 최하위다. 사람들 대부분은 네이버, 다음에서 기사를 봤다고 생각하지 특정 언론사를 기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언론이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는 것은 중소기업이 대형마트에 노브랜드 제품을 납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브랜드가 없는데 무슨 품질 관리가 필요하겠는가. 멀쩡한 기사를 여러개로 쪼개서 제목으로 낚시질하는 게 일상화되어 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 포털은 보수편향인가? 아니다. 포털은 그냥 이익(독자 클릭수와 체류시간 증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보수언론이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의 기사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반면 진보언론이 그나마 절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편리함을 넘어서 그 폐해가 막심하다. 이제 한국 사회는 뉴스의 탈포털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왔다. 이런 식으로 포털이 모든 뉴스를 제공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포털은 뉴스에서 손을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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