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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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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40년 전 오늘, 우리의 선배기자들은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어떤 압제에도 뭉쳐 싸운다”는 기치 아래 한국기자협회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분들의 투쟁정신은 지금껏 면면히 이어지며 한국언론 40년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그 후 기자사회가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저항과 굴종이 교차하며 국민들로부턴 신뢰와 불신의 대상이 돼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오늘 기협 창립 40돌이 우리에겐 자축과 함께 자성을 요구하는 까닭입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져봅니다. 한 줄의 진실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으려고 고뇌하고 있는가? 흥미 있는 기사 찾기에 몰두하느라 의미 있는 기사를 놓치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들의 삶의 질 향상이 소외된 이웃의 삶에 대한 무관심을 가져오진 않았는가? 데스크 취향을 예단해, 사전 자기검열에 빠져들고 있지는 않은가? 소속사 이해관계에 매몰돼 팩트를 자의적으로 재단하지는 않는가?
영향력 있고 선망대상인 기자직에 자족해 있진 않은가?
우린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다시 한번 자문해 봅니다.
2004년 오늘 나는 대한민국 기자로 당당하게 역사와 국민 앞에 설 수 있는가? 부끄러움이 자부심을 압도합니다. 그러나 마냥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겐 이를 멋지게 극복할 의지와 지혜와 열정 그리고 소명의식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기자정신을 이루는 핵심이 아닌가 합니다. 기자정신의 회복과 고양은 국민들의 신뢰를 계속 이어갈 기본요소입니다.
언론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변화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엄중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언론개혁의 목표는 진실보도와 공정보도의 확보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기자는 오직 양심과 양식에 따라, 상식에 바탕을 두어 기사를 써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언론환경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기자들이 스스로 앞장서 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기사는 일종의 독자와의 대화입니다. 대화에선 설득이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데스크를 설득시키지 못하고, 또 설득할 의지도 없으면서 수많은 독자와 시청자와 대화한다는 것은 오만이거나 위선 둘 중 하나일 겁니다.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요청
언론개혁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요청이기도 합니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 시대 흐름에 떠밀려 개혁대상이 되기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우리 스스로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구호나 제로섬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며 국민과 언론 모두에게 보탬이 되는 길을 모색하는 개혁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현장 실정을 누구보다 정확히 아는 우리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며 진지한 토론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 새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행동양식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시다.
기자들은 때론 시대에 맞서 싸우고, 때론 시대와 동행하면서 ‘시대정신’을 이끌어가야 하는 사명을 지고 있습니다. 오로지 당당한 기사로써 역사와 진실 앞에 말할 수 있도록 국민과 정부와 언론 경영인들의 이해와 성원 당부드립니다. 기자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에서 급여를 받지만 결코 그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회사원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기자로서 인권이나 민주화 휴머니즘 등 보편적인 인류 공통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들 몫입니다. 동시대의 언론인으로서 타사 기자와는 경쟁하면서 상생하는 정신이 중요합니다. 신문과 방송이, 서울사와 지방사가 이분법적으로 나뉠 이유가 없습니다. 지역과 매체 특성을 간직한 채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할 때 국민 신뢰는 높아지고 저널리즘 발전은 앞당겨질 것입니다. 우리들의 단합된 힘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가능한 일인지 올 초 경험했습니다. 지난 2년간 기협이 총력을 기울여 올 3월 마침내 입법화된 ‘지역신문발전지원법’제정을 위해, 단 하루만에 전국에서 1500여명의 회원들이 한 마음으로 서명에 동참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기자들의 단합은 새로운 희망의 싹입니다.
이와 같은 단합된 힘과 정성은 북한 용천역 사고 피해를 돕기 위한 성금 모금에도 2천여명의 회원이 2000여만원을 모은 데서도 확인됩니다.
40년 뒤 후배들을 그리며…
냉전적 보도행태를 벗고 통일 지향 보도를 이끌어내는데 우리 기자들 공이 큽니다.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기자들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세계화시대에 우리들의 시선은 바깥 세상에도 모아져야 합니다. 2001년 IFJ 총회와 2002∼2003년 재외동포기자 대회, 2003년 제1회 동아시아기자대회 개최는 지구촌 네트워크 형성과 선진언론 이해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뉴미디어시대에 걸맞은 기자 전문화 역시 늦출 수 없는 과제입니다. 부단한 자기계발을 통해 국민들께 질 높은 기사를 제공해야 합니다.
회원 여러분. 40년 뒤 아니 10년, 20년 뒤 “2004년 선배 기자들 정말 멋졌어!” 이 한마디가 지금 우리를 존재케 하는 힘입니다.
불혹을 맞은 한국기자협회, 우리 7천 회원이 모두 주인입니다. 스스로가 기자사회를 대표하면서 국민들께 진실보도와 공정보도로 봉사하는 대한민국 최고 기자, 바로 우리의 자부심이고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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