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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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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청와대로부터 ‘조선 동아, 저주의 굿판 걷어치워라’는 마치 비명소리 같은 언사가 터져 나왔다. 물론 그 내용은 사뭇 다르고 지면 또한 다르지만 언젠가 어느 시인의 ‘죽음의 굿판 걷어치워라’와 거의 같은 운문의 대입이라 할 만하다.
청와대가 어떠한 곳인가. 과거 같으면 감히 그 누구도 얼씬은 커녕, 말 한번 잘못해도 남산으로, 보안사로 끌려가 그야말로 ‘죽음’ 아니면 ‘저주’의 몰매를 당하고 살아나오기 쉽지 않았던 곳이 바로 청와대 아니었나. 그런데 이제는 청와대가 신문으로부터 뭇매를 당하다가 마침내 비명을 내지른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탄생하고 17개월, 그동안 조중동이 보여준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은 끔찍할 정도로 치열했다. 그러나 그 비판이라는 것이 누가 보아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면 좋겠는데 그렇지가 못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동안 그들 조중동이 보여준 지면은 이성이라기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대선 직전 ‘정몽준 마침내 노무현 버렸다’를 비롯해 최근까지 그들 조중동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무차별 ‘펜질’ 해온 것을 여기 일일이 적시할 필요도 없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조중동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박정희 유신독재 치하에서는 말 한마디 못하고, 말 좀 하려는 기자들은 다 거리로 내 쫓았다. 전두환 군사정권 아래서는 온갖 특혜를 받으면서 군사독재를 ‘칭송’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것은 그들 스스로 언론인임을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최근 벌이고 있는 지면을 보고 있으면 정말 낯 뜨거워 못 볼 정도로 몰염치하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할 수 있는 것이라면 가십에 불과한 것도 1면 톱으로 만든다. 군사독재 시절에 비해 자신들의 이익이 훼손되어서인가. 적어도 민주주의 정권인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려면 똑같이 군사독재도 비판했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그때는 꼼짝 못하고 있다가 이제 민주화가 되고 언론자유가 주어졌다고 해서 이렇게 마구 헐뜯어서 될 일일까.
그러한 조중동을 보고 있으면 그들은 그야말로 비겁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왜 이 땅에 ‘한겨레신문’이 태어났는지 알아야한다. 뜻있는 국민들이 조중동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조중동을 지켜보면서 거의 절망을 느껴왔다. 정말 안타까운 노릇은 그들이 어떻게 언론인으로 행세할 수 있는지가 정말 불쾌할 지경이었다. 언론이 제4부라는 말로 회자되어질 때가 있었다.
그것은 신문이 어느 특정인의 사유물이 아닌 공공재로서의 가치를 이르는 말인데 그것은 바로, 질 좋은 신문의 지면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어느 정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 권력에 대한 비판은 이를 전제해야 됨은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 벌이고 있는 조중동의 지면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오로지 사적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프랑스가 2차대전이 종료된 후 나치 독일에 부역한 지식인들 특히 언론인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는 그런 청산의 과정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그러나 최소한 사람의 탈을 썼다면 조금만치의 양심이나 염치가 있어야지 어떻게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숟가락 하나 제대로, 제자리에 놓지 않은 몸뚱어리로 민주화가 되니까 그 민주주의를, 그 언론의 자유를 혼자서 향유하려고 하는지 참으로 기가 막힐 지경이다. 그것도 정론이 아닌 곡필로 말이다.
언론이 권력을 비판하는 일이야 당연하겠지만 독재 권력에게는 말 한 마디 못하고 있다가 이제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그것도 1945년 이후 처음 만난 ‘탈 권위 민주주의 정권’을 ‘비판’한다? 그것도 ‘비판’ 아닌 ‘비난’을 일삼고 있으니 이거야 말로 너무 염치가 없는 짓 아닌가. 한마디로 조중동은 노무현 정권을 비판할 자격조차 없다. 최근 뜻있는 시민들과 언론인들 그리고 정치권이 ‘신문개혁’에 뜻을 모으고 있다. 기대해 볼만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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