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8일 16시 15분
뚝배기 가득 담긴 감자탕, 나도 모르는 사이 등뼈를 들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입이 짧았다. 유명 맛집을 가도 한 그릇도 비우지 못한 채 숟가락을 내려놓는 일이 다반사다. 배달 음식은 남는 게 두려워 엄두도 내지 않을 정도다. 이런 내가 식탁에 몸을 바짝 붙이고 전…
30년 단골 손님까지… 단순한 게 매력인 고기튀김
졸업식이나 생일 등 기념할 만한 일이 있을 때면 전주 객사 맞은편 골목에 있는 진미반점을 찾았다. 안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기름 냄새를 맡고, 사장님의 중국어 주문이 들리면 마음이 들떴다. 짜장, 짬…
두툼하게 씹히는 '하모' 샤브샤브… 나도 모르게 "한 판 더"
몇 달 전 동료 기자가 맛집을 발견했다며 저녁 자리를 추진했다. 메뉴는 하모. 그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샤브샤브처럼 데쳐 먹는 갯장어 되시겠다. 인천지역 장어의 씨를 말리러 돌아다니는 자타공인 장…
굴림만두·야채 품은 곰탕전골… 남은 국물엔 누룽지 말아서 후루룩
뽀얀 국물 위로 싱싱한 야채가 수북하다. 느타리, 표고, 목이, 팽이버섯과 부추, 단호박 등의 야채가 가지런히 놓이고 한쪽에 굴림만두가 살포시 놓여 있다. 얇게 썰어낸 사태와 목심, 설도 수육이 바닥에…
술술 넘어가는 삼라만상, 묵밥 한 그릇
후루룩, 술술. 잘 넘어간다. 취재가 막히거나 일이 난장판이 됐을 때 허한 마음을 달래려고 묵밥집을 찾는다. 미끌미끌한 도토리묵만큼은 도무지 막히는 법이 없다.그렇다고 서둘러 먹을 생각에 수저 한…
싱거운 국물의 깊은 풍미… 겨울에도 생각나는 평양냉면…
평양냉면.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음식이다. 다만 중독성은 상당하다. 기자 역시 첫입을 댔을 때 뜨악했지만 3년 넘게, 특히 여름철엔 일주일에 두세 번 먹을 정도로 평양냉면을 자주 찾는다. 대구에는…
새콤달콤 소스 어우러진 '대파 꿔바로우'
한때 파닭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한동안은 누가 치킨 먹자라고 하면 으레 다들 파닭을 떠올릴 정도였다. 닭튀김을 간장 베이스의 달짝지근한 소스에 절이거나 푹 담근 다음 파채를 올려 먹는데, 양념치…
서울 북촌 단박에 휘어잡은 '깡통만두'
북촌 깡통만두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식당들이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좁은 골목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면 바로 그 곳이 깡통만두다. 예약은 받지 않는다. 문을 여는 오전 11시30분부…
기름짐과 담백함 사이 최적의 맛… 안정감 주는 백숙백반
기자들은 출입처에서 중요한 발표가 나올 때면 단독기사를 쓸 때보다도 기사작성에 공을 더 많이 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날은 모두가 같은 소재로 기사를 쓰는 탓에 글짓기 솜씨에서 성패가 갈리기…
달콤시원, 속이 뻥 뚫리는 김치말이밥… 여름 지났어도 생각난다
최저기온이 14도로 뚝. 여름이 끝나가는 때쯤 이 식당을 맛집이라고 내미는 건 조금 비겁한 일이겠다. 늦게 소개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이미 길게 늘어진 줄을 더 길게 늘이고 싶지 않아서.숨겨진 맛집…
할머니 손맛 해물칼국수, 푸짐함에 놀라고 맛에 두 번 놀라고
타임머신 없이 시간여행이 가능한 예스러운 도시가 있다. 세월을 간직한 조그만 도시 목포에는 아주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들이 있다. 날이 뜨면 새로운 가게들이 출현하는 요즘 시대에 목…
숭덩 썰어넣은 돼지머리, 부추 무침 싸먹기도 전에 군침이 싹
대중적인 맛을 원한다면 이 글 읽기를 접으시라. 이곳의 맛은 더티 섹시다. 의인화하자면 장동건원빈고수처럼 정석 미남이 아니다. 거칠고 투박한데 이따금 생각나버리는 쾌남이랄까. 이곳은 전형적인…
두부로 만든 초코 크림… 밀가루 없이도 이렇게 맛있다니
대부분 끼니에 있어 기자들은 메뉴 결정권이 없는 편이다. 여의도 영감님들이 좋아한다는 보리굴비, 야근을 위해 회사에 들어와서는 데스크가 선택한 양곱창, 혹은 취재원과 맞부딪히는 맥주잔과 그에…
고추장 베이스로 끓여낸 국산 미꾸라지, 맨 정신에 해장되는 맛
뙤약볕이 내리쬐던 무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초입. 얼마 전까진 보양식이라면 번뜩 삼계탕백숙이 떠올랐지만 이젠 미꾸라지다. 손가락만한 민물고기에 영양가가 얼마나 있겠나 싶지만…
육즙 가득 품은 양념갈비… 탱글한 물냉면에 싸먹으면 환상
직업 특성상 저녁 자리가 많아 고깃집을 방문하는 일이 잦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값나가는 소고기를 먹더라도 어, 그냥 비싼 소고기네하고 심상하게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각을 잃은 장…